OCN 토일드라마 ‘보이스’ 제14회는 그간의 갈등의 원인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모두 오픈하면서, 더 마음 아픈 위기 상황을 만들어 긴장감과 안타까움, 무서움과 분노의 마음을 모두 갖게 만들었다.
연쇄 살인마와 경찰 조직 내의 끄나풀의 존재를 명확하게 시청자들에게 알려준 후, ‘보이스’는 차량 사고라는 또 다른 엄청난 위기를 만들었다. 큰 갈등의 해소 뒤 작은 갈등을 론칭하는 것도 아니고, 큰 갈등이 해소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위기를 론칭한 것이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더욱 잔인했다고 느껴지는 것은, 차량이 사고 날 것이라는 암시 이상의 확신을 주면서 사고가 예상되는 차량에 어린아이와 임산부를 태운 것이다. 제14회에서의 차량 사고는 아직 수습되지 않은 채 차량 폭발의 위험에 직면해 다음 방송까지 일주일을 피 말리게 기다려야 한다.
드라마인데 뭐 그냥 다음 주에 이어지는 내용 보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몰입해 본방 사수하는 시청자들은 등장인물 못지않게 감정이입해 있기 때문에 안쓰러운 마음으로 한 주를 보내야 한다. 지금도 이런데 ‘보이스’가 끝나면 밀려드는 허전함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걱정하는 시청자들도 많을 것이다.

◇ 손은서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 지난 이야기
‘보이스’ 제14회의 지난 이야기는 요약 영상으로 단순히 지난 스토리를 보여주는데 머물지 않고, 손은서의 내레이션을 통해 추가 설명이 더해졌다. 시청자들이 지난 이야기에 소급 몰입해서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제14회 방송의 질주를 위한 준비운동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 장혁의 목소리를 통해, 시청자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대신하다
시청자들은 연쇄 살인마 모태구(김재욱 분)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을 것이다. 그에게 단죄를 내리고 싶기도 하고, 경고와 응징을 통해 그를 멈추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제14회에서 무진혁(장혁 분)은 권력형 살인마 모태구에게 시청자들을 대신해 직선적인 말을 했다.

무진혁은 모기범(이도경 분)의 로비로 골든타임팀을 압수수색한 검사에게 반말로 할 말을 했는데, 이 또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한 행동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무진혁의 직진과 질주는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어느 정도 풀어줬다.
◇ 위험 속으로 왜 자진해 들어간 것일까?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든 후반부의 행동들
강권주(이하나 분)을 살해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강권주의 집으로 찾아온 모태구가 집으로 들어올까 봐 두려워했던 강권주는 모태구가 문 앞에서 사라지자 모태구를 잡겠다고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선다.

뒤늦게 온 무진혁은 모태구가 남긴 상자에 대해 건드리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자신은 그 상자를 열어본다. 강권주와 무진혁은 왜 다른 사람들이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은 막으면서 본인들을 위험에 노출했을까?
단순히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무척 무서운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효과적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 내가 겪고 있는 것처럼 감정이입한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제작진들이 시청자들의 감정선 유지라는 디테일을 놓친 것인지, 더 큰 것을 위해 감수하고 전개한 내용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제14회 방송에서는 심대식(백성현 분)이 끄나풀로 밝혀졌는데. 심대식을 끄나풀로 머물게 하지 않고 구제해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만든 설정일 수도 있다. 드라마 초반에는 ‘보이스 범인 백성현’이란 추측이 신빙성 있게 추측됐는데, 중반으로 가면서 백성현은 절대 범인이 아니라는 근거들이 제시됐었다.
단순히 드라마적 트릭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당초 전개와 달리 시나리오가 변경됐기 때문에 생긴 문제일 수도 있다. 등장인물 소개 순위에서 앞부분에 위치한 백성현, 예성(오현오 역), 손은서(박은수 역)의 분량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것 또한 시나리오의 변경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도 있다.

여러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을 가진 박은수 캐릭터가 골든타임팀에서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어쩌면 세 사람은 제15회와 제16회에서 그간의 분량을 만회하는 활약을 할 수도 있고, 시즌2를 위해 이번 방송은 장혁과 이하나의 질주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무섭게 진행된,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마왕의 탄생’은 다음 주 방송을 무척 기다리게 만든다. 어떤 전개로 마무리될지, 혹은 한 주 더 방송이 연장될지 ‘보이스’의 여운은 멈추지 않는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