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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2) 캐릭터 구축과 내면 표현은 미래에 대한 암시와 복선

발행일 : 2017-03-06 00:09:12

KBS 2TV 주말연속극 ‘아버지가 이상해’ 제2회는 드라마 속 방송 녹화 중 류수영(차정환 역)과 이유리(변혜영 역)의 뜨거운 설전으로 시작했다. 드라마가 앞으로도 시원시원한 전개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들었는데, 그러면서도 내면의 섬세한 감정 또한 놓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제작진과 등장인물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명쾌하게 전달하기도 하고, 다른 상황에 빗대어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두 경우 모두 시청자들은 알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아버지가 이상해’의 다른 등장인물들보다 더 많이 아는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드라마를 볼 수 있다. 제작진이 수준 높은 설정이 돋보인다.

‘아버지가 이상해’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아버지가 이상해’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 간접적으로 메시지 전달하기

토론 방송에 출연한 류수영과 이유리는 주제에 대한 첨예한 대립으로 의견을 표현했는데, 다른 사건에 대해 말하면서도 두 사람 사이에는 서로에게 말하는 신경전을 펼쳐졌다.

드라마 속 방송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모르지만,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발표가 가진 이중적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에 더 큰 재미를 준다. 연극 무대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러한 방법은 두 사람이 보여주는 개성적인 표정과 함께 무대 공연 같은 생생한 재미를 줬다.

‘아버지가 이상해’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아버지가 이상해’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아버지가 이상해’ 제2회에는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추정되는 또 하나의 장면이 있다. 오디션에 참가한 이준(안중희 역)에게 방송 관계자들은 이준의 연기가, 레시피 그대로 했는데 아무 맛이 없는 연기라고 혹평을 했다.

물론 이 대사가 이준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겠지만, 드라마 속에서도 배우인 이준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작가나 제작진이 배우들에게 하고 싶었던 메시지였을 수 있다. 이번 드라마에서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굳이 찾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참 후반부가 아닌 제2회에 나온 대사이기 때문에, 이번 작품이 아닌 전작의 이야기일 가능성이 더 많다.

‘아버지가 이상해’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아버지가 이상해’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 남들에겐 매우 쉬운 일이지만, 당사자에겐 너무 힘든 일이 있다

남들에게는 매우 쉬운 일이지만, 당사자에겐 너무 힘든 일이 실제로 있다. 나는 너무 힘든데, 다른 사람들은 별거 아닌 일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내겐 또 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정소민(변미영 역)은 3년 만에 처음 합격한 회사에 자신을 괴롭혔던 이미도(김유주 역)가 다닌다는 이유로 회사에 입사할지를 고민한다. 정소민은 이유리에게 상의하는데, 실제 상황에서는 나약함으로 보일까 봐 가족인 언니에게 상의하기도 사실 힘든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아버지가 이상해’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아버지가 이상해’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정소민의 고민을 보면, 이 드라마가 눈앞에 보이는 것만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부인 김해숙(나영실 역)과 시장에 같이 간 김영철(변한수 역) 또한 남모를 고통이 있었다는 점을 제2회 방송에서 알 수 있었다.

이번 방송은 초반에 류수영과 이유리에게 집중됐는데, 왜 헤어졌는지 류수영이 궁금해하니까 시청자들도 같이 궁금해졌을 수 있다. 류수영의 행동을 흥미 위주로 볼 수도 있지만, 다 지난 일에 집착해야만 하는 이유가 다른 사람들에겐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류수영에게는 무척 클 수도 있다.

‘아버지가 이상해’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아버지가 이상해’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아버지가 이상해’는 비슷한 톤의 이야기들을 노골적으로 엮고 있지는 않은데, 이런 이야기들은 추후 복선으로 작용해 더 커다란 이야기를 만드는 근간이 될 수도 있다. 긴 호흡으로 드라마를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청자들이 긴 호흡으로 드라마를 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편할 수 있다는 점과 대비된다.

◇ 점점 쌓아가는 개별 캐릭터의 매력

허세작렬 캐릭터는 현재 기본적으로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캐릭터이다. 이준은 안중희 캐릭터의 디테일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다.

‘아버지가 이상해’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아버지가 이상해’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정소민의 내면의 독백과 상상 장면을 표현한 시퀀스를 시청자들은 볼 수 있었는데, 이런 점은 캐릭터의 답답함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 이것 또한 변미영 캐릭터를 구축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망가짐을 불사하는 이유리와 정소민의 연기력은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눈에 띄는데, 이유리의 사이다 같은 대사와 표현력은 시청자들이 왜 이유리에게 호평을 보내는지를 알게 해 준다.

‘아버지가 이상해’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아버지가 이상해’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시청자들은 특히 드라마에서 사이다 같은 전개를 원한다. 드라마는 많은 예술 장르 중에서 같은 시간에 가장 많은 관객이 함께 하는 장르인데, 실제로 우리 삶은 답답한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에서라도 뻥 뚫린 시원함을 얻고 싶은 것이다.

‘아버지가 이상해’ 제2회 방송은 참가비 때문에 가족 모임에 참석할지를 고민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회비 때문에 모임에 참석 못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을 수 있다. 설마 실제로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할까 궁금한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고 뱉은 내 말과 행동으로 다른 사람이 상처받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되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아버지가 이상해’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아버지가 이상해’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 제1차적 차용, 제2차적 패러디

내가 이러려고 건물을 샀는지 자괴감이 든다는 송옥숙(오복녀 역)의 표현은, 어쩌면 한 번쯤 사용할 수도 있는 제1차적 차용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이상해’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강석우(차규택 역)는 자괴감이 자괴감 들겠다며, 자괴감이 마무 데나 같다 붙이는 단어인 줄 아느냐고 송옥숙에게 말한다.

마치 실제 상황에서 있었던 대화를 대사로 차용한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직선적이고 표면적인 대사를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아버지가 이상해’가 언제든 언어유희나 심도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에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정준원(나민하 역)과 민진웅(변준영 역)이 신조어로 나눈 대화 또한 이런 뉘앙스와 연결된다.

‘아버지가 이상해’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아버지가 이상해’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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