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연속극 ‘아버지가 이상해’ 제2회는 드라마 속 방송 녹화 중 류수영(차정환 역)과 이유리(변혜영 역)의 뜨거운 설전으로 시작했다. 드라마가 앞으로도 시원시원한 전개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들었는데, 그러면서도 내면의 섬세한 감정 또한 놓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제작진과 등장인물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명쾌하게 전달하기도 하고, 다른 상황에 빗대어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두 경우 모두 시청자들은 알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아버지가 이상해’의 다른 등장인물들보다 더 많이 아는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드라마를 볼 수 있다. 제작진이 수준 높은 설정이 돋보인다.

◇ 간접적으로 메시지 전달하기
토론 방송에 출연한 류수영과 이유리는 주제에 대한 첨예한 대립으로 의견을 표현했는데, 다른 사건에 대해 말하면서도 두 사람 사이에는 서로에게 말하는 신경전을 펼쳐졌다.
드라마 속 방송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모르지만,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발표가 가진 이중적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에 더 큰 재미를 준다. 연극 무대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러한 방법은 두 사람이 보여주는 개성적인 표정과 함께 무대 공연 같은 생생한 재미를 줬다.

‘아버지가 이상해’ 제2회에는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추정되는 또 하나의 장면이 있다. 오디션에 참가한 이준(안중희 역)에게 방송 관계자들은 이준의 연기가, 레시피 그대로 했는데 아무 맛이 없는 연기라고 혹평을 했다.
물론 이 대사가 이준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겠지만, 드라마 속에서도 배우인 이준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작가나 제작진이 배우들에게 하고 싶었던 메시지였을 수 있다. 이번 드라마에서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굳이 찾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참 후반부가 아닌 제2회에 나온 대사이기 때문에, 이번 작품이 아닌 전작의 이야기일 가능성이 더 많다.

◇ 남들에겐 매우 쉬운 일이지만, 당사자에겐 너무 힘든 일이 있다
남들에게는 매우 쉬운 일이지만, 당사자에겐 너무 힘든 일이 실제로 있다. 나는 너무 힘든데, 다른 사람들은 별거 아닌 일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내겐 또 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정소민(변미영 역)은 3년 만에 처음 합격한 회사에 자신을 괴롭혔던 이미도(김유주 역)가 다닌다는 이유로 회사에 입사할지를 고민한다. 정소민은 이유리에게 상의하는데, 실제 상황에서는 나약함으로 보일까 봐 가족인 언니에게 상의하기도 사실 힘든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정소민의 고민을 보면, 이 드라마가 눈앞에 보이는 것만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부인 김해숙(나영실 역)과 시장에 같이 간 김영철(변한수 역) 또한 남모를 고통이 있었다는 점을 제2회 방송에서 알 수 있었다.
이번 방송은 초반에 류수영과 이유리에게 집중됐는데, 왜 헤어졌는지 류수영이 궁금해하니까 시청자들도 같이 궁금해졌을 수 있다. 류수영의 행동을 흥미 위주로 볼 수도 있지만, 다 지난 일에 집착해야만 하는 이유가 다른 사람들에겐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류수영에게는 무척 클 수도 있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비슷한 톤의 이야기들을 노골적으로 엮고 있지는 않은데, 이런 이야기들은 추후 복선으로 작용해 더 커다란 이야기를 만드는 근간이 될 수도 있다. 긴 호흡으로 드라마를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청자들이 긴 호흡으로 드라마를 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편할 수 있다는 점과 대비된다.
◇ 점점 쌓아가는 개별 캐릭터의 매력
허세작렬 캐릭터는 현재 기본적으로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캐릭터이다. 이준은 안중희 캐릭터의 디테일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다.

정소민의 내면의 독백과 상상 장면을 표현한 시퀀스를 시청자들은 볼 수 있었는데, 이런 점은 캐릭터의 답답함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 이것 또한 변미영 캐릭터를 구축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망가짐을 불사하는 이유리와 정소민의 연기력은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눈에 띄는데, 이유리의 사이다 같은 대사와 표현력은 시청자들이 왜 이유리에게 호평을 보내는지를 알게 해 준다.

시청자들은 특히 드라마에서 사이다 같은 전개를 원한다. 드라마는 많은 예술 장르 중에서 같은 시간에 가장 많은 관객이 함께 하는 장르인데, 실제로 우리 삶은 답답한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에서라도 뻥 뚫린 시원함을 얻고 싶은 것이다.
‘아버지가 이상해’ 제2회 방송은 참가비 때문에 가족 모임에 참석할지를 고민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회비 때문에 모임에 참석 못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을 수 있다. 설마 실제로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할까 궁금한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고 뱉은 내 말과 행동으로 다른 사람이 상처받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되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 제1차적 차용, 제2차적 패러디
내가 이러려고 건물을 샀는지 자괴감이 든다는 송옥숙(오복녀 역)의 표현은, 어쩌면 한 번쯤 사용할 수도 있는 제1차적 차용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이상해’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강석우(차규택 역)는 자괴감이 자괴감 들겠다며, 자괴감이 마무 데나 같다 붙이는 단어인 줄 아느냐고 송옥숙에게 말한다.
마치 실제 상황에서 있었던 대화를 대사로 차용한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직선적이고 표면적인 대사를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아버지가 이상해’가 언제든 언어유희나 심도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에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정준원(나민하 역)과 민진웅(변준영 역)이 신조어로 나눈 대화 또한 이런 뉘앙스와 연결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