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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기념사진’(감독 정민주) 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16)

발행일 : 2017-02-04 13:54:38

정민주 감독의 ‘기념사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영화는 숨 가쁘게 뛰는 발자국 소리로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빠르게 달려가고 싶지만 달려가지 못하는 마음의 안타까움을 영화는 담고 있다.

◇ 수줍고 설레는 여학생의 내면

‘기념사진’은 수줍고 설레는 여학생의 내면을 담고 있다. 수줍은 여학생이라고 하면 여중생이나 여고생, 혹은 초등학생을 상상할 수 있지만, ‘기념사진’의 여학생은 여고생도 아닌 여대생의 내면을 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기념사진’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기념사진’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시대는 빠른 변화를 통해 조숙해졌지만, 여대생과 사회인이 돼도 수줍은 사람들은 존재한다. 여중생, 여고생의 설렘을 담지 않고 여대생, 사회인의 수줍음을 담은 ‘기념사진’이 더 현실적으로 보이는 점은 흥미롭다.

‘기념사진’의 카메라는 예리(김민하 분)를 따라간다.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에서는 정면에서 바라보지만 그 이전에는 옆에서 또는 뒤에서 따라가는 장면이 많다.

‘기념사진’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기념사진’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결혼식 기념사진에 찍힌 사람들 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있을까?

‘기념사진’은 결혼식 기념사진 안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어떤 사연들이 숨어있을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다. 결혼 상대는 모르는 옛 애인이 있을 수도 있고, 아직도 얽혀 있는 관계의 인물이 포함됐을 수도 있다.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라는 표현이 영화 속에서도 나오는데, 사진 속에는 숨겨진 사연들도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념사진’을 보면서 사진에 찍힌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관계와 사건들을 추론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

‘기념사진’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기념사진’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기념사진’에서 예리, 신랑(장율 분), 신부(김시은 분)가 나란한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위치를 조정하는 사진 기사(김승철 분)의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만든다. 혹시나 하는 마음과 설마 하는 마음을 절묘하게 조합한, 감독의 미묘한 연출이 돋보인다.

◇ 장율이 남기고 간 시계의 의미

장율이 놓고 간 시계는 비록 유리가 깨졌지만 아직도 알람 기능이 남아있는 전자시계이다. ‘기념사진’에서 알람은 내 마음을 깨우기도 하지만, 내 마음을 들키게 만들기도 한다.

‘기념사진’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기념사진’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장율이 남기고 간 시계의 유리가 깨졌다는 것, 시계의 시각이 00초가 아닌 01초였다는 것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상상하게 된다. 영화 초반 예리가 달려간 이유는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선명하게 알 수 있다.

동화 같은 영상 속 가슴 아픈 사랑은 닫힌 캐비닛에 남은 깨진 시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기념사진’은 상상 속 시나리오일 수도, 감독의 직간접적인 경험에 근거했을 수도 있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감정선을 계속 유지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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