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선 연출, 마진원 극본의 OCN 토일드라마 ‘보이스’ 제3회는 제2회의 아동 살해 엄마 사건이 이어졌다. 112 신고센터에 들어오는 사건을 다루고 있고, 범죄 현장의 골든 타임을 사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각 회별로 에피소드가 발생하고 마무리될 것 같지만 ‘보이스’는 한 사건을 두 방송 회차에 걸쳐 놓는다.
시청자의 호기심을 극도로 자극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고, 회차가 변경되면서 같은 사건이라도 내적 반전이 일어난다는 것을 제2회와 제3회를 통해 보여줬다. 눈에 보이는 뻔한 결론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인데, 제3회의 내용은 그런 면이 더욱 부각됐다. 아무도 믿을 수가 없다. ‘보이스’ 제3회는 이런 여운을 남겼다.

◇ 경찰이라는 공통점, 같은 범인을 쫓는다는 공통점
‘보이스’는 제1회에서 장혁(무진혁 역)과 이하나(강권주 역)의 억울함을 보여줬다. 두 사람이 당한 사건 각각의 억울함과 분노가 연결된다는 암시는 제1회의 법정신에서 이하나의 증언으로 알려줬다.
제2회를 거치면서 두 사람은 원래의 자리를 떠나 다른 자리에서 다시 마주하게 되고 하나의 사건을 같이 해결하면서,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호흡을 보여줬다.

‘보이스’는 장혁과 이하나의 갈등을 통해 두 사람이 만났을 때의 시너지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억울함에 두 사람을 바로 묶기보다는 시청자들과 공감할 수 있도록 시간과 사건의 진도를 맞췄다는 점이 주목된다.
게다가 두 사람이 쫓는 공통의 범인은 단순 범인이 아닌, 경찰 내부와 밀접히 연관된 사람이라는 것,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것으로 확대해 나간다. 장혁과 이하나, 그리고 시청자가 하나의 목표를 갖게 만들면서, 112 콜센터 골든타임팀의 목표와 명분을 명확하게 만드는 과정은 드라마와 시청자를 하나가 되도록 만든다.

◇ 이하나를 바로 믿어도 될 것 같지만, 믿지 않는 장혁
‘보이스’를 보면 장혁은 이하나를 꾸준히 의심한다. 어느 정도 믿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다시 믿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그런 장혁을 보면서 왜 이하나의 말을 듣지 않는지 안타까워할 수 있다.
그런데, 제3회의 후반부에 장혁이 밝혔듯이 한 번에 모두 믿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아주 작은 소리까지 듣는 이하나의 능력은 당연히 사실이지만, 현실에서 어떤 경찰이 그런 능력을 가졌다고 했을 때 바로 믿는 사람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동시에 준 장혁의 태도는 무척 현실적이며 사실적으로 묘사된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 받아들이기와 현실 속에서 받아들이기는 차이가 있다.
시청자들이 이하나의 능력을 드라마 속에서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개연성 있는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력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내게 이하나 같은 능력이 생긴다면? 아주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면?
‘보이스’에서 남다른 능력을 지닌 히로인은 이하나이다.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능력을 발휘한 장혁이 인간적인 영웅이라면, 이하나는 초능력 같은 힘을 지닌 영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내게 이하나 같은 능력이 생긴다면 어떨까? 아주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면 축복일까? 능력이 생긴 초반에는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을 수 있지만, 갈수록 고통일 가능성이 많아질 것이다.

보이스 프로파일링으로 112 콜센터 골든타임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능력이지만, 생활인으로 살기에는 오히려 무척 어려운 재능이다. ‘보이스’에서 이하나는 영웅적 능력으로 일을 처리하기보다는, 자신의 불편한 고통을 업무적 능력으로 승화한 것이다.
‘보이스’에서 이하나는 이쁘게 보이기보다는 캐릭터에 몰입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소불위의 능력이 아닌 자신을 절제해 발휘하는 능력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다급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 또한 시청자들이 이하나를 신뢰하게 만든다. 이하나는 언제 장혁의 믿음을 얻을 수 있을까?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