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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오디션의 시대, 동물들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씽’

발행일 : 2016-12-26 16:13:50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 제작, 가스 제닝스 감독의 ‘씽(Sing)’은 문(Moon) 극장 주인인 코알라 버스터 문이 극장을 되살리기 위해 대국민 오디션을 개최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한순간의 입력 오류로 우승 상금이 1,000달러에서 10만 달러로 바뀌면서, 여러 동물들은 뜨거운 반응을 뵈며 오디션에 참가한다.

◇ 다양한 동물 캐릭터의 모습과 움직임

‘씽’은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동물들의 외모와 움직임은 관객들에게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동물의 털, 머리카락 등은 작화 작업 및 3D 표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각각의 동물들의 고유한 움직임을 반영해야 하는데, 의인화된 동물은 사람 같은 모습과 동물 같은 모습을 동시에 보유해야 한다.

‘씽’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씽’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씽’을 제작한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는 ‘슈퍼배드’, ‘미니언즈’ 등을 통해 독창적인 캐릭터 움직임을 보여줬고, ‘마이펫의 이중생활’ 등을 통해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에 ‘씽’에서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재미있게 표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코알라 버스터 문을 비롯해 슈퍼맘 돼지 로지타, 록스타를 꿈꾸는 고슴도치 애쉬, 고릴라 조니, 코끼리 소녀 미나, 생쥐 마이크 등은 그냥 의인화된 모습뿐만 아니라, 무대 매너도 함께 선뵈며 움직임을 따라가는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씽’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씽’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시대가 아니었다면?

영화는 시대를 반영한다. 현시대의 강한 공감을 표현하거나 혹은 강하게 공감하도록 만든다. 과거의 사건을 다루었더라도 공감의 관점은 현재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현재와 미래의 꿈을 담는 경우도 많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막연한 것만 같은 첨단 기술도 당연한 일상의 기술로 생각하게 여기는 때가 20년 내, 아니 이제는 10년 내로 도래한다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현재 우리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마추어가 프로가 되기 위한 관문으로만 오디션이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기성 프로들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도 성행하고 있다.

‘씽’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씽’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음악 프로그램이고, 노래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개인 스토리와 오디션 과정에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악마의 편집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극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왜곡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참가자들 사이의 경쟁이 부각되기도 한다.

‘씽’에서는 잘 나갔던 문 극장의 주인 코알라 버스터 문이 오디션을 개최하는 전체 이야기가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개별 참가자의 개인 스토리도 무척 중요하다. 개인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더욱 공감하고 감정이입하며 감동받기 때문이다.

‘씽’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씽’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씽’은 오디션 참가자들의 개인 스토리가 잘 반영돼 있고, 오디션 과정의 다양한 에피소드도 포함하고 있다.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을 수 있는 좋은 이야기들인데, 문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워낙 특이한 케이스들을 많이 다뤘고 시청자들은 이제 많이 익숙해졌기 때문에, ‘씽’의 개별 스토리가 평범하게 생각될 수도 있고, 그런 면을 살펴보면 극적 긴장감이 만족할 수준까지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각각의 노래가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의 선상에서 배치됐다면? 하나의 음악을 온전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을 배려했다면?

‘씽’에서의 오디션 참가곡은 새로 창작된 곡도 있지만 기존에 알려져 익숙한 주크박스 곡들도 많다. 주크박스 뮤지컬 애니메이션이기에 익숙해진 곡으로 더욱 빠르게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지만, ‘씽’의 노래는 영화의 흐름에 딱 맞는다기보다는 진짜 경연 참가곡이라는 느낌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측면은 미국과는 디테일한 코드가 다른 우리나라의 정서 때문일 수도 있다.

‘씽’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씽’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곡의 나열과 곡의 연결은 전체적으로 볼 때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 디테일을 어떻게 이어가는지에 따라 관객이 느끼는 감동의 온도차는 무척 클 수 있다.

또한, ‘씽’에서 노래는 전곡이 나오거나 한 곡이 많은 시간에 걸쳐 불리는 것이 아니라 주요 대목만 노래되는 경우가 많다. 관객이 한 음악에 꽂히려는 때 몰입에서 빠져나오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동일한 이유로 함께 노래 부르며 관람하는 싱어롱(singalong) 프로그램으로 관람하기에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점은, 참여하며 즐기기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씽’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씽’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씽’은 충분히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으로,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는 작품이지만 다른 영화도 볼 수 있을 때 재관람을 선택하기에는 약간 머뭇거리게 될 수도 있다. 신규 관객 유입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재관람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음악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쌍방향 소통이라는 개념을 명확히 전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시대가 아니었다면, ‘씽’은 신선하고 더 재미있게 느껴졌을 것이다. ‘씽’은 다양한 동물 캐릭터가 돋보이기 때문에 무대 공연인 뮤지컬로 만들어져도 충분히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음악이 영화에서는 약간 어색할 수 있지만, 눈앞에서 펼쳐지는 뮤지컬에서는 관객들이 더 크게 호응할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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