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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중계는 아무나 하나? 그 뒷 얘기

F1 캐나다 그랑프리, 생중계 스튜디오를 가다

발행일 : 2011-06-16 17:45:23
F1 중계는 아무나 하나? 그 뒷 얘기

지난 해 처음으로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개최된 후 국내에서도 F1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편이다. 국내에서 F1에 대한 관심이 보다 높아지려면 국내 업체가 중심이 된 F1 팀이나, 한국인 F1 드라이버가 탄생하면 되겠지만, 당분간은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다른 방법은 적극적인 F1 경기 TV 중계를 통해 시청자들이 F1을 많이 접하게 하는 것인데, 반갑게도 스포츠 전문 채널인 SBS ESPN에서 지난 스페인 그랑프리부터 매 F1 경기를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이제 F1 팬들은 어렵게 해외 채널이나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국내 채널을 통해 편하고,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13일 새벽에 열린 F1 캐나다 그랑프리도 SBS ESPN에서 생중계로 방송되었다. 기자는 현지에서 송출된 영상을 받아서 실시간으로 생중계 하는 SBS ESPN 스튜디오를 찾아 국내에 F1을 보급하기 위한 그들의 열정을 확인하였다.

▲ 좌측이 윤재수 해설 위원이고, 우측이 박상준 캐스터다. <▲ 좌측이 윤재수 해설 위원이고, 우측이 박상준 캐스터다.>

새벽 2시에 시작되는 캐나다 그랑프리를 중계하기 위해 12일 밤 11시부터 캐스터를 맡은 박상준 아나운서와 새롭게 해설을 맡은 윤재수 해설 위원이 모였다. 지난 경기 결과와 잠시 후 있을 경기에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들을 미리 정리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정보들이 오가고 있을 즈음, 이번 생방송의사령탑인 김관섭 PD가 들어와 윤재수 위원을 호출했다. 전날 진행된 퀄리파잉을 2분짜리 하이라이트로 편집하는데 자문을 구하기 위해서다. “내가 축구 하이라이트는 잘 만드는데, 이건 뭐…… 허허” 김관섭 PD의 넋두리다.

F1 중계는 아무나 하나? 그 뒷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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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돌아온 윤재수 위원과 박상준 캐스터는 분장실로 향했다. 분장실에 들른 김관섭 PD는 스타일리스트에게 “위원님 영화배우처럼 만들어 줘요.”라고 주문을 한다. 사실 윤재수 위원이 워낙 출중한 외모를 갖고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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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분장까지 모두 마치고 스튜디오에 도착한 것은 새벽 1시 30분경. 스튜디오에 조명이 켜지고, 화면과 음향 조정이 진행되는 동안, 크로마키 블루 스크린 앞 데스크에 앉은 두 사람은 준비한 자료들을 점검했다. 이미 여러 차례 방송을 통한 F1 해설 경험이 있는 윤재수 위원은 F1 현장 사운드와 팀 라디오 사운드, 그리고 부조종실과의 대화 등 모든 사운드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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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 50분, 생중계가 시작됐고, 잠시 후 캐나다 질 빌너브 서킷이 간간이 내린 비로 촉촉히 젖어 있는 상황에서 경기가 시작됐다. 폴 포지션을 차지한 드라이버는 지난 6번의 경기에서 5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세바스찬 베텔이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도 베텔이 우승을 차지하면 이번 시즌이 너무 재미없게 진행되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 아닌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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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종실에서는 김관섭 PD의 지휘 아래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과, 리플레이 화면, 준비한 자료화면, 퀄리파잉 하이라이트, 자막, 그리고 광고와 예고편 등을 내보내느라 분주했다.

생방송은 다양한 스포츠 중계로 명성이 높은 박상준 캐스터의 매끄러운 진행과 국내 최고의 F1 전문가 윤재수 위원의 쉽고 명쾌한 해설로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경기에 변수가 발생했다. 서킷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레드 플랙이 발령되어 경기가 중단된 것이다. 지난 코리아 그랑프리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생방송으로서는 돌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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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언제 재개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것도 월요일 새벽에 시청자들을 TV화면 앞에 붙잡아 놓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현장에서 들어오는 화면에 맞추어 끊임없이 쉽고 재미있는 정보를 전달해준 윤재수 해설 위원의 전문성이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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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플랙 중이라 예고편을 틀고 싶어도 계속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어가고 있어서 끊기가 어렵네.” 김관섭 PD의 말이다. 겨우 기회를 잡은 김관섭 PD, “1분만 예고 가겠습니다. 스튜디오 스텐바이. 현장 들어가겠습니다. 큐. 자막 큐. 우리 이렇게 CM도 안 팔고 방송 날로 먹어도 되는 거야? 광고 팀에서 우리 제일 싫어해.” 부조종실의 전 스탭들은 2시간이나 이어진 돌발상황에서 다양하고 풍성한 정보들을 전달해 준 윤 위원 덕에 한시름을 놓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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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레드플랙 상황이 진행되자 기술 감독이 퀄리파잉을 보여주자고 제안해서 Q3를 내보냈다.순간 시청자들이 트위터에 ‘막간을 이용해서 퀄리파잉을 보여주다니… 대단한 센스’ 등의 칭찬 글을 올리는 등 열띤 반응이 시시각각 올라오기도 했다.

다행히 비가 그치고 경기는 재개되었고, 선두 베텔이 빗길에 잠깐 미끄러지는 순간 멕라렌의 젠슨 버튼이 짜릿한 추월을 성공시키며 시즌 첫 승을 올렸다. 그리고 생중계도 막을 내렸다. 캐나다 그랑프리는 지난 코리아 그랑프리의 기록을 깨면서 사상 최장의 그랑프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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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긴 생중계를 마친 윤재수 해설 위원은, “오랜만에 다시 F1 해설을 하게 되어 좋았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다. 특히 경기가 중단된 동안에는 시청자들이 자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재미있는 정보를 많이 주기 위해 노력했다. 좋은 기회를 준 SBS ESPN에 감사를 드리고, 사상 최장의 그랑프리 중계를 하느라 모두 수고 많았다. SBS ESPN이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생중계를 시작한 만큼, 앞으로 함께 새로운 F1 중계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중계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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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이른 새벽, 시청이 쉽지 않은 시간대에, 돌발 상황까지 겹쳤지만 중계팀의 열정과 노련한 캐스터, 그리고 최고의 전문 해설 위원이 이루어낸 한편의 생중계가 F1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대한민국의 또 한 발걸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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