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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구회말’(감독 김후중)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44)

발행일 : 2018-02-04 14:38:50

김후중 감독의 ‘구회말(9th inning)’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영화는 제목처럼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매일 야구를 보는 할아버지(문창길 분)의 모습은 야구를 무척 좋아하거나 일상적인 습관이라고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의 현실에서 가까스로 견디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구회말’의 할아버지와 ‘꼬부기’의 여고생(지은 분)은 감독의 내면이 투사(投射, Projection)돼 있는 대상인 캐릭터로 보인다.

‘구회말’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구회말’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야구를 보는 이유, 제목이 가지는 상징적인 이미지

‘구회말’에서 매일 야구를 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우리집에도 그런 분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 많을 것이다. 야구를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같이 응원하며 같이 욕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일 수 있고,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주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반대로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도 있다.

즉, 야구 경기를 관람한다는 것을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야구를 관람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아니라, 그 과정의 과격함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봐야 한다.

야구의 특징은 구회말에도 세 번 아웃되기 전까지는 언제든 경기를 지속할 수 있고, 그 시간 동안 역전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희망이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 영화 속 상황에 대입할 수도 있다.

◇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표현한, 김후중 감독

‘구회말’에서 할아버지는 과거에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현재는 야구를 보면서 욕을 하거나 흥분하지 않는다. 간호사(지은 분)가 야구만 보시지 말고 할머니(박정숙 분) 손도 잡아드리라고 하는 것을 보면, 할아버지는 평상시에 무뚝뚝했을 것이고 애정표현을 잘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손을 잡아주지는 않지만, 야구에 대한 설명을 해 주는 모습이 크나큰 사건처럼 보이는데, 평상시에는 야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공유하지도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할아버지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김후중 감독은 영화 ‘꼬부기’에서도 그런 모습을 표현했다. 감독의 내면에 어떤 아픔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개방해 표현하는 것을 보면 감독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극복해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구회말’ 김후중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구회말’ 김후중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초점을 흐리지 않고 할아버지의 내면에 집중한 연출법

‘구회말’에는 아들(정승길 분)과 며느리(안민영 분), 아이(정지희 분)가 할아버지가 지키던 병실에서 보호자의 역할을 교대한다. 아들과 며느리, 아이는 각각 할머니에 대한 마음과 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깊숙이 표현할 수도 있지만, 영화에서는 약간의 걱정을 제외하고는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

만약 깊게 들어갔으면 시야와 초점을 분산되고 할아버지의 내면이 주는 울림은 약해졌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표현해야 할 많은 것들 중 중요한 것의 강조를 위해 나머지를 생략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감독의 선택은 훌륭하다고 여겨진다.

의사(박준영 분)와 간호사가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객관적이나 일반적인 기준에서 말하는 것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에 이 또한 할아버지의 정서에 변화와 혼동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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