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드라마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자극 추구 vs. 위험 회피

발행일 : 2024-05-30 16:03:19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초능력을 가진 귀주 가족과 결혼 사기를 감행하는 다해 가족의 구성원의 대립과 교차, 협력을 다룬다. 가족의 특징 및 극의 전개상 주요 등장인물은 대부분 안정적인 것을 선택하기 보다는 위험해도 크게 얻을 수 있는 것을 원한다.

‘기질 및 성격검사(TCI; 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의 항목을 기준으로 두 가족 구성원을 보면, 갈등 관계와 그 원인을 추론할 수 있다. 물론 드라마 속 가상의 인물에게 기질 및 성격 검사를 직접 실시할 수는 없기에 더욱 객관적인 결과를 얻기는 어렵지만, 본지에서는 드라마 속 행동 관찰의 방법으로 추정한다.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 자극 추구 캐릭터 vs. 위험 회피 캐릭터

기질 및 성격 검사는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기질'과 후천적으로 발달되는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자기보고식 심리검사이다. 그 중 기질 검사는 ‘자극 추구(NS)’, ‘위험 회피(HA)’, 사회적 민감성(RD), ‘인내력(P)’의 4가지 항목으로 구성되고, 성격 검사는 ‘자율성(SD)’, '연대감(C)', '자기초월(ST)'의 3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총 12부작인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전반부까지 보면, 귀주 가족과 다해 가족은 복귀주(장기용 분)의 딸인 ‘복이나(박소이 분)’을 빼고 모두 자극 추구가 훨씬 강한 사람들로 보인다. 초능력을 발휘하거나 사기를 치는 일은 위험 회피를 추구하는 사람이 하기에는 쉽지 않은 게 일반적이다.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복귀주의 부친인 엄순구(오만석 분)는 직접적으로 기질 및 성격검사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정확히 알기 어려운 타입일 수 있다. 귀주 가족 내 불화를 조율하고, 집안의 실세이자 아내인 복만흠(고두심 분)과의 갈등을 가능한 한 피하려는 것을 보면 위험 회피 성향일 수 있다.

하지만, 복만흠이 초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망가지 않고 결혼까지 한 것을 보면 자극 추구 성향이 높을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드라마 중반부에 춤을 배우러 몰래 나가는 것을 보면, 자신 안에 숨겨둔 자극 추구를 표출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가족 구성원이 자신보다 훨씬 센 자극 추구 성향이기 때문에 위험 회피 성향처럼 보이는 것이지, 사실은 엄순구 본인 자체도 자극 추구의 영역에 속한 인물일 수도 있다.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 복이나는 위험 회피와 자극 추구가 모두 강한 인물?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 복이나는 안경을 벗기를 두려워한다. 다른 사람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읽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이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그걸 피하고자 한다. 위험 회피이다. 복이나는 자신이 가진 초능력을 가족들에게 숨긴다. 숨어 지내는 게 안전하다고 여기기에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다. 이 또한 위험 회피이다.

하지만 복이나는 도다해(천우희 분)의 눈을 보고 마음을 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떤 이유에서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드라마 속에서 복이나에게 유일하게 안전한 사람은 도다해 한 명인 것이다. 사람은 안전하다고 느낄 경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건 상황에도 해당되고 상대 사람에도 해당된다.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다른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피하던 행동을, 복이나는 도다해를 향해서는 거리낌 없이 한다. 도다해라는 안전함이 준 복이나의 자유이다. 사기를 치려는 사람을 안전하다고 느끼는 게 맞는가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도다해가 사기에 가담했어도, 내면에는 진심이 있다는 것을 복이나가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도다해가 적극적으로 대놓고 파혼을 초래한 이유가 사랑이라는 걸, 복이나가 바로 알아챈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드라마 초반에 철저하게 위험 회피 성향처럼 보였던 복이나는, 드라마 중반에 자극 추구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다. 일반적으로 자극 추구가 높은 사람은 위험 회피가 낮고, 위험 회피가 높은 사람은 자극 추구가 낮다.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하지만 자극 추구와 위험 회피가 모두 높은 사람이 있다.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빠르게 질주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면서도, 동시에 그런 질주가 무섭고 두려운 것이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중반부는 복이나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복이나의 동시 성향을 격발하게 만든 인물은 도다해이다.

도다해가 유일하게 마음을 열고 들어간 복이나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후반부에 계속 파장을 일으키고 작은 반전을 반복한다. 도다해로 인한 복이나 캐릭터의 변화가 스토리텔링 선택, 그리고 결말을 향한 질주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