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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1975 킬링필드, 푸난’ 색채심리학으로 살펴본 애니메이션의 정서

발행일 : 2022-01-19 23:14:36

드니 도 감독의 <1975 킬링필드, 푸난(Funan)>은 1975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이 공산주의 무장단체 크메르 루주에 의해 장악됐던 때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1975 킬링필드, 푸난>은 정말 마음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는 2D 애니메이션인데, 색채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내면의 정서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는지, 색으로 이미지적 암시를 어떻게 주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 ‘슈’가 입은 상의의 녹색이 주는 이미지적 암시
 
<1975 킬링필드, 푸난> 초반 ‘슈’의 상의는 밝은 초록이라기보다는 어두운 계열의 녹색이다. 진한 녹색과 풀색 사이의 색인데, 색채심리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애니메이션 시작부터 시각적 암시를 주는 효과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괴테의 색채론에 의하면 빨강, 주황, 노랑은 외향적, 적극적, 정열적이며 강렬한 에너지는 내는 플러스 측면의 색이고, 파랑과 보라는 불안, 연약의 이미지를 주는 마이너스 측면의 색이다.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반면에 녹색은 원근법으로 볼 때 가운데 있는 색이며, 뜨겁거나 차갑지 않은 적당한 온도의 색이며,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중립적인 이미지의 색이다. 점성술에서의 녹색은 천칭자리에 속하며 균형이 잡혀있고 조화를 추구하는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슈’의 상의는 녹색보다 청록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는데, 청록에 검정을 섞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같은 관점에서 보면 ‘슈’의 피부색이 노란주황에 검정을 섞은 느낌에 가깝다.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청록과 노란주황은 보색인데, 두 색에 모두 검정을 넣은 것처럼 명도를 낮춰 어둡게 만든 ‘슈’의 피부와 상의는, 낮은 명도로 보색이 주는 선명함 자체를 짙게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초반 ‘슈’가 입은 상의의 색은 이미지적인 암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75 킬링필드, 푸난>에서 자연을 표현할 때의 녹색과 초반 ‘슈’의 상의 녹색은 다른 뉘앙스의 이미지로 전달된다. ‘슈’의 녹색, ‘슈’의 청록은 밝은 초록이 짙은 그림자나 어둠 속에 있을 때 검정에 녹색이 물든 것 같은 느낌 혹은 녹색에 검정이 물든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자연이 주는 녹색과 다소 다른 결을 보인다.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희망, 생명, 건강, 젊음, 번영, 생산, 자연을 연상하게 만들기보다는 구리에 생긴 독의 녹색, 녹조현상의 짙은 녹색에 더 가까운 이미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두운 밤 숲속에서 슈의 상의 색은 오히려 주변과 더 잘 어울린다.
 
자세히 보면 <1975 킬링필드, 푸난>에서 ‘슈’의 옷 색깔은 중간에 바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색상 자체가 바뀌지는 않고 녹색의 채도가 밝아진다. 피난을 가는 상황에서 ‘소반’을 잃어버리기 전후의 녹색은 오히려 더 밝은 색인데, 혼란스럽고 생경한 마음의 혼란을 아이러니하게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애니메이션 후반부에 사람이 죽는 상황에서의 자연의 색깔이 이전보다 더 밝은 녹색이라는 점 또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 장면 이전에 자연을 표현하는 녹색은 어두운 계열의 녹색이었다.
 
<1975 킬링필드, 푸난>은 동질적인 정서로 색채를 이끌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상황과 이질적인 밝은 색채를 사용해 관객이 순간의 감정에 머물도록 만든다는 점이 주목된다.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 검정으로는 첫 번째 상징의 이미지로 사용하지만, 빨강으론 연상되는 첫 번째 이미지가 아닌 다른 상징을 사용한다
 
‘소반’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검정, 총을 들고 나타나는 사람들의 검정을 보면 <1975 킬링필드, 푸난>은 검정의 부정적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사용한다. 그 순간을 칼라가 아닌 흑백으로 표기한 것으로, 명도만 남기고 채도와 색상을 모두 제외해 암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검정은 빛의 반사가 없는 색으로, 모든 색을 흡수해버린 색, 상대의 빛을 반영해 주지 않는 색이다. 무장단체가 노동력을 착취할 때 사람을 획일화된 용도의 소모품처럼 이용하는 것을, 검정의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이용해 나타낸 것이다.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1975 킬링필드, 푸난>에서 죽음의 순간에 빨강을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빨강은 정열의 색이기도 하지만 일몰의 장면을 보면 노랑과 어우러지는 붉은색은 편안한 안식의 색이다.
 
<1975 킬링필드, 푸난>에서의 붉은색 또한 그런 이미지로 사용된다. 이 작품은 색이 주는 가장 기본적인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 색이 가진 이면의 다른 이미지를 잘 활용하기도 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사진.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1975 킬링필드, 푸난>은 원색보다는 파스텔 톤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스토리텔링상 밝은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고, 3D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전형적인 2D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또한 이런 색 선택을 하게 만드는 이유였을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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