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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18)

발행일 : 2021-12-02 11:09:49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18)

성북동은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동네다

백악산 정상에서 숙정문을 지나면 어디로 갈 것인지 잠시 머뭇거린다. 한양도성 안 삼청공원으로 갈까, 와룡공원 지나 도성 밖 길상사로 갈까? 저 멀리 성곽길이 끝없이 펼쳐지는 순간, 발걸음은 도성 밖 북쪽을 향한다. 삼청터널이 보이고 크나큰 저택들 사이로 단아한 기와집이 있다.

이곳은 달빛 속에 더 아름다운 북정마을이다. 백악산과 삼각산 사이 성(城) 너머에 있는 동네다.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가 동네에 울려 퍼지는 산 좋고 물 좋은 양지마을이 성북동(城北洞)이다.

삼각산 물줄기와 백악산 물길은 성북동 옛길 따라 성북천(城北川)으로 모인다. 백악산 동쪽에서 발원한 성북천은 가재가 물장구치는 ‘수고해(水鼓蟹)다리’인 삼선교 지나 5.11km 흘러 청계천을 향한다. 비 오는 날 물길 따라 내려가면 성북동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듯 아련한 추억의 도시로 변한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18)

숙정문은 도성 안과 도성 밖의 경계다. 도성 안은 와룡공원이 있는 삼청동이며, 도성 밖은 삼청터널 지나 북정마을이 있는 성북동이다. 산과 산이 아름답게 이어진 동네다. 도심 한복판에 높은 산과 ‘맑고 향기로운’ 이야기가 머무는 길상사도 있다.

일제강점기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문인들이 이곳에서 자연과 함께 머물던 곳이다.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과 간송 전형필의 간송미술관이 지척에 있다. 두 분은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위창 오세창의 벗이자 동지이며, 스승으로 성북동에 살았다. 만해 한용운을 만나러 심우장으로 향한다. 독립운동가로 불교 개혁가로, 시인으로 활동하셨던 만해 선생이 마지막을 보낸 집이다.

옥고를 치른 후 지친 삶을 성 너머 북정마을에 북향집으로 자리 잡았다. 평생 일제에 저항하며 글 쓰고, 불교 혁신에 매진하신 후 심우장(尋牛莊)에서 잠드셨다. 한평생 매운 지조와 날카로운 비판을 굽히지 않았던 만해 선생을 만나야 하는 이유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18)

도성 밖 북쪽 성곽이 펼쳐진 성북동 북정마을에 가면 고향과 같다. 도심 속 시골 같은 인심과 전원생활을 꿈꾸며 옹기종기 도시민이 살고 있다. 좁고 가파른 골목길 사이로 작은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아늑하고 따뜻한 정이 넘치는 동네다. 골목길 담장 사이 소나무가 담 너머 손짓을 한다. 정겨운 풍경이다.

고샅길 곳곳에 낙엽이 쌓이는 아름다운 모습이 낯익다. 골목과 골목길 따라 담장 낮은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달동네의 고요한 풍경이다.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은 즐비한 성북동의 저택을 짓고, 아름다운 상가를 지었던 이 마을의 터줏대감들이다.

골목길 작은 집과 집 사이 큰 소나무와 향나무는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단아한 기와집 한 채, 북향집이 오늘 당신을 기다린다.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

필자소개/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저자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남서울예술실용학교 초빙교수
-‘한양도성 옛길’ 칼럼니스트
-‘최철호의 길 위에서 걷다’칼럼니스트
-‘우리동네 유래를 찾아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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