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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바라던 ‘바다’, 원했던 ‘마세라티’

발행일 : 2021-12-01 12:35:55
[시승기] 바라던 ‘바다’, 원했던 ‘마세라티’

자동차 담당 기자로 살다 보면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음을 느낀다. 단지 신차를 원 없이 타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좋아했던 일이 직업이 되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쏟아지는 신차를 계속 타다 보면 어느덧 무덤덤해지고 처음처럼 흥이 나지 않는 때도 있다.

올해는 특히 그런 경우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업계의 많은 행사가 취소되고, 시승회도 간략해지면서 흥미를 느낄 기회가 많이 줄었다. 게다가 일을 혼자 하다 보니 어느새 ‘번아웃’이 온 걸 느꼈다.

그런 와중에 마세라티의 라인업을 골고루 타볼 기회가 생겼다. 르반떼 그란루소, 기블리 하이브리드, 콰트로포르테 S Q4로 구성된 시승차는 번아웃을 날려버릴 구세주였다. 이 라인업으로 평범한 장소를 가볼 수는 없지 않겠나. 그래서 달려갔다. 바다가 보이는 부산으로.

[시승기] 바라던 ‘바다’, 원했던 ‘마세라티’

처음 만난 차는 르반떼다. 동급에서 가장 역동적인 디자인에, 페라리 엔진을 얹은 SUV라는 점이 끌리게 하는 이유다. 페라리에서 이런 차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외관은 새로운 튜닝 포크 그릴과 부메랑 타입 테일램프 정도만 바뀌었다. 실내에서는 계기반과 중앙 디스플레이가 달라졌다. 새로운 계기반은 7인치 TFT 디스플레이 양옆에 자리한 대형 타코미터와 속도계의 그래픽을 업그레이드했다. 이전 버전의 플라스틱은 눈부심 방지 기능의 플랫 글라스 커버로 교체되었다.

또, 숫자를 품고 있는 링의 둘레는 글로시 블랙으로, 경고등이 포함된 중앙의 링은 매트 블랙으로 꾸몄다. 독특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상을 주기 위해 둘레를 도금한 중앙 대형 스크린에 맞춰, 타코미터와 속도계 가운데 위치한 디스플레이의 해상도와 그래픽도 향상됐다.

[시승기] 바라던 ‘바다’, 원했던 ‘마세라티’

새로운 모델에는 차세대 MIA(마세라티 인텔리전트 어시스턴트) 멀티미디어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이 업그레이드되었다.

기블리와 콰트로포르테는 기존 4:3 비율의 8.4인치에서 16:10 비율의 10.1인치로 스크린을 키웠지만, 르반떼는 8.4인치 디스플레이를 유지하면서 해상도를 높이고 그래픽 시인성을 키웠다. 르반떼는 비율이 그대로인데도 불구하고 그래픽이 좋아지면서 사용성이 훨씬 좋아졌다. 여기에 디스플레이 하단의 스크린 배경에는 마세라티라는 이름이 나타나 삼차원 효과를 준다.

커진 중앙 스크린은 베젤 대부분을 없애 깔끔한 인상을 준다. 멀티 터치 기능의 새로운 고해상 디스플레이는 커브형이고, 블랙과 골드 컬러를 섞어 고급스럽게 보인다.

[시승기] 바라던 ‘바다’, 원했던 ‘마세라티’

시승 모델은 그란루소로, V6 3.0ℓ 직분사 트윈 터보 350마력 엔진을 얹었다. 르반떼 중에는 기본형에 속한 엔진이지만, BMW X6 40i의 340마력보다도 강력한 엔진을 얹어 전혀 허약하지 않다.

승차감은 SUV치고 약간 단단하다. SUV는 승차감을 높이려다 너무 물렁거릴 수 있고, 반면에 안정감에 중점을 두려다 너무 튀는 경우가 있는데 르반떼는 살짝 단단하면서 안정감이 좋다. 게다가 승차감은 노멀과 스포츠, 두 단계로 설정할 수 있어 자신의 취향에 더 맞게 고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스포츠 모드가 더 마음에 들었다.

느긋하게 부산 시내 주변을 달리는 우리 차 앞으로 콰트로포르테가 연신 ‘퍼버벙’ 거리는 팝콘 사운드를 내면서 달린다. 예전에 콰트로포르테를 탈 때는 이 정도로 자극적이지 않았는데, 뒤에서 들으니 오히려 사운드가 훨씬 매력적이다. 이 매력적인 사운드를 계속 듣기 위해 콰트로포르테에 더 바짝 다가서며 달렸다.

[시승기] 바라던 ‘바다’, 원했던 ‘마세라티’

이번엔 기블리 하이브리드로 갈아탔다. 마세라티 최초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은 차다. 마세라티조차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얹었다는 건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걸 상징하는 게 아닐까. 물론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올라오는 댓글들을 보면 “48V가 무슨 하이브리드냐”고 하는 의견들이 있는데, 이거 하이브리드 맞다.

330마력의 고출력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조합은 성공적이다. 기블리 V6 3.0ℓ 350마력 모델의 연비가 복합 7.1㎞/ℓ인 데 비해,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복합 8.9㎞/ℓ의 연비를 나타낸다. 하루 50㎞를 달린다고 가정할 때, 한 달 기름값은 기블리 V6 3.0이 약 38만원, 기블리 하이브리드가 약 30만원이 든다. 1년이면 100만원 가까운 금액이 차이가 난다.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마세라티 특유의 배기 사운드도 잊지 않았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면 상상할 수 없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배기음을 이 차에서는 즐길 수 있다. 물론 기블리 최상의 모델인 ‘트로페오’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아쉽게도 이 차를 아직 타보지 못했다.

[시승기] 바라던 ‘바다’, 원했던 ‘마세라티’

시승의 화룡점정은 콰트로포르테가 장식했다. 럭셔리 세단 클래스의 여유로움에 스포티함을 더한 이 차는 50대인 기자가 30대로 돌아가는 기분을 맞보게 해준다. 특히 3000rpm에서 정점을 찍는 59.7㎏·m의 최대토크가 압권. 파워는 매끄럽고, 가속은 짜릿하다.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이 전혀 부럽지 않은 독특한 맛이다.

2021년형 기블리, 콰트로포르테, 르반떼에는 기존 ADAS에 능동형 드라이빙 어시스트(Active Driving Assist)가 추가됐다. 능동형 드라이빙 어시스트는 2018년형에서 선보인 하이웨이 어시스트의 ‘진화형’이다. 이전 버전은 고속도로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현 버전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을 사용해 최고시속 145㎞까지 차선 중앙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레이더 장치와 전방 카메라를 사용하며 차량의 방향을 제어하기 위해 EPS와 협력한다. 다기능 카메라는 도로의 차선을 감지하고 앞차와의 거리와 속도를 계산한다. 하이웨이 어시스트에는 ‘핸즈 온 휠’ 감지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으며, 운전자는 언제든지 시스템을 해제할 수 있다.

[시승기] 바라던 ‘바다’, 원했던 ‘마세라티’

마세라티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차가 아니다. 시승차의 경우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1억1450만~1억2150만원, 르반떼 그란루소 1억3610만원, 콰트로포르테 S Q4는 2억70만~2억660만원이다. 가장 ‘저렴한’ 기블리 하이브리드도 1억이 넘는다.

대신에 비싼 가격을 낸 만큼의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벤츠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배기 사운드와 명품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는 마세라티 라인업의 최대 장점이다. 전동화 시대로 넘어가면서 ‘운전의 맛’의 사라져 가는 지금, 마세라티를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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