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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박준휘의 뮤지컬적 광기, 박준휘의 연극적 광기

발행일 : 2020-03-08 07:00:00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작,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가 2월 7일부터 5월 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최후의 작품인 소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서 거울의 의미는 반영일 수도 있고, 다른 시야에서의 또 다른 조명일 수도 있는데, 거울을 통해 보이는 표도르의 모습은 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최영우와 박준휘의 대화는 뮤지컬 속 2인극의 연극을 보는 느낌을 주는데, 뮤지컬과 연극의 1인 2역을 각각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 거울의 의미? 거울을 통해 보이는 표도르는 신의 모습?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무대는 석조의 느낌을 전달한다. 등장인물은 모두 남자 배우들로만 구성돼 있어 함축적 표현을 하며, 정서를 단순화, 명확화하려고 한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여자 관객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눈에 띄는데, 출연 배우가 모두 남자 배우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사건 자체보다는 인간 내면의 모순과 혼돈, 갈등, 갈증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아버지 표도르(김주호, 심재현, 최영우 분)의 죽음을 대하는 네 아들의 이야기로, 선과 악, 삶과 죽음, 인간 본성, 행동과 내면의 갈등과 대립, 공존을 담고 있다.
 
퇴역 장교인 첫째 아들 드미트리(서승원, 조풍래, 이형훈 분), 유학생인 둘째 아들 이반(유승현, 안재영 분), 견습생인 셋째 아들 알료샤(김지온, 김준영 분), 사생아이자 하인인 스메르쟈코프(이휘종, 안지환, 박준휘 분)가 등장하고, 무대 위에서 피아니스트 김인애, 오성민이 라이브 연주를 한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무대에는 액자 케이스로 꾸며진 거울이 무대 위에 등퇴장을 반복한다. 누워있는 배우의 모습을 잘 볼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기도 하고, 내면에서 표출된 외면을 다양한 시야에서 볼 수 있도록 선택권을 관객에게 주는 것이기도 하다.
 
거울의 의미는 반영을 뜻할 수도 있고, 다른 시야에서의 또 다른 조명을 뜻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거울로 보면 가까이 보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멀리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표도르에 대한 분노와 신에 대한 분노가 공존하고 교차한다. 어쩌면 표도르를 통해 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작품일 수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거울을 통해 보이는 표도르는 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 움직이지 않는 연기, 강렬한 연극 같은 연기를 넘나들며, 주인공의 카리스마를 표출한 최영우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서 표도르 역 최영우는 공연 초반 무대에서 계속 누워있는 시간에 움직이지 않는 연기를 펼친다. 조단역이 아닌 주연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움직이지 않을 때 전달하는 정서와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최영우는 누워있으면서도 존재감을 발휘한다.
 
최영우는 무대 정중앙에 앉아서 크게 움직이지 않으며 연기를 할 때도 무대 전체를 아우르는 장악력을 보여주는데,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연기하는 느낌을 전달한다. 보이는 게 있는 그대로가 아닐 수 있기에, 당연히 알고 믿는 것 또한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작품의 메시지와 같은 결을 보여주는 것이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서 최영우와 박준휘의 대화는 뮤지컬 속 2인극의 연극을 보는 느낌을 준다. 최영우와 박준휘는 뮤지컬과 연극의 1인 2역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 박준휘의 뮤지컬적 광기, 박준휘의 연극적 광기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서 박준휘의 대사를 들으면 연극을 보는 느낌이 든다. 스메르쟈코프를 더 깊숙이 표현하기 위한 박준휘의 설정이었을 수 있다. 박준휘가 표현하는 뮤지컬적 스메르쟈코프, 연극적 스메르쟈코프는 서로 다른 내면이 공존하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든다.
 
박준휘의 뮤지컬적 광기, 박준휘의 연극적 광기는 스메르쟈코프의 이중성, 혹은 그 이상의 다양성, 분열성을 추측할 수 있게 만든다. 박준휘는 공연 장르의 특징을 잘 살려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박준휘는 섬뜩함을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도 광기를 표현한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서 스메르쟈코프는 누가 행동했는가보다 누가 더 원했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행동하는 것과 그런 마음을 가진 것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의도와 의지, 행동과 실행이 일치할 수도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관객이 느끼게 만드는데, 죄를 저지른 사람과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공감하게 만든다. 박준휘의 다양한 표현법은,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서의 이러한 반전이 무대에서 충격으로도, 개연성 충분한 이야기로도 느끼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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