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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마리 퀴리’ 거울 자기대상과 이상화 자기대상이 친구 관계라면? 대상관계이론!

발행일 : 2020-03-06 12:43:35

라이브, 우리별 이야기 제작, 뮤지컬 <마리 퀴리>가 2월 7일부터 3월 2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중이다. 서로 상반되는 면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 뮤지컬로, 재공연을 통해 촘촘해진 이야기가 주목된다.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 개념을 <마리 퀴리>에 적용하면,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성과 그로 인해 형성되는 핵심 정서를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다.

‘마리 퀴리’ 공연사진. 사진=라이브 제공 <‘마리 퀴리’ 공연사진. 사진=라이브 제공>

◇ 서로 상반되는 면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 뮤지컬! 재공연을 통해 촘촘해진 이야기!
 
<마리 퀴리>는 서로 상반되는 면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 뮤지컬이다. 과학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내면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명분에 집착하면서도 이익의 측면을 간과하지 않는다.
 
직접 관람하기 전에 흔히 생각하면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김소향, 리사, 정인지 분)의 업적을 칭송하는 뮤지컬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데, 그녀가 이룬 성과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마리 퀴리’ 공연사진. 사진=라이브 제공 <‘마리 퀴리’ 공연사진. 사진=라이브 제공>

기차에서 마리 퀴리를 만난 안느 코발스키(김히어라, 이봄소리 분)는 “당신은 우리 폴란드의 별이 될 거예요.”라고 말하고, 남편인 피에르 퀴리(김지휘, 임별 분)는 마리 퀴리에 대해 “당신은 답이 없으면 답을 만드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딸인 이렌 퀴리(김아영, 이예지 분)는 엄마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하는데, <마리 퀴리>에서 이런 공존은 관객을 이야기에 더욱 심취하게 만들 수 있다.
 
마리는 과학 안에서는 내가 누군지 따지지 않아서 과학을 선택했다고 말하는데, <마리 퀴리>는 뮤지컬을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 주기율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마리 퀴리’ 공연사진. 사진=라이브 제공 <‘마리 퀴리’ 공연사진. 사진=라이브 제공>

그러면서 동시에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 만든 부작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과학에 대한 경고 또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재공연을 통해 촘촘해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대상관계이론! 하인즈 코헛의 ‘자기대상’
 
대상관계이론은 개인 내부의 심리 못지않게 대상(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심리학 이론이다. 특히 하인즈 코헛은 자기의 내부 세계보다 다른 사람을 포함한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계에 더 초점을 두고 관계성을 도출했다.

‘마리 퀴리’ 공연사진. 사진=라이브 제공 <‘마리 퀴리’ 공연사진. 사진=라이브 제공>

‘자기대상’은 ‘자기의 일부로 경험되는 대상’을 뜻한다. 자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와 연결된 외적 대상이 필요하고, 그 대상들과의 지속적인 자기대상 경험 속에서 자기가 강화되고 유지된다. 나의 가치와 의미, 매력은 나를 직접 바라봄보다는 나를 인정하는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바라봄으로써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자기대상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거울 자기대상(mirroring self object), 힘없는 자기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힘이 있고 완벽하고 전능한 이미지와 융합하려고 찾는 이상화 자기대상(idealizing self object), 부모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는 느끼길 원하는 쌍둥이 자기대상(twinship self object)이다.

‘마리 퀴리’ 공연사진. 사진=라이브 제공 <‘마리 퀴리’ 공연사진. 사진=라이브 제공>

◇ 안느는 마리의 거울 자기대상, 마리는 안느의 이상화 자기대상
 
<마리 퀴리>에서 안느는 마리의 거울 자기대상이다. 기차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안느는 마리가 어떤 가치를 가진 인물인지 말과 표정으로 반영해 주며 칭찬하고 인정했다. 마리가 폴란드의 별이 될 거라며 마리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과학자로 성과를 내면서도 마리는 안느의 인정을 계속 확인받고 싶어 했다.
 
마리가 안느의 편지를 기다린 것은 두 사람의 친분 때문이기도 하지만, 편지 속에서 안느는 지속적으로 마리의 장점을 반영하고 기술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마리 퀴리’ 공연사진. 사진=라이브 제공 <‘마리 퀴리’ 공연사진. 사진=라이브 제공>

안느에게 마리는 이상화 자기대상이다. 안느는 라듐 시계 공장 직공으로 있지만 라듐을 발견한 과학자를 친구로 두고 있기 때문에, 자신과 자신의 일에 높은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나의 별, 폴란드의 별’이라고 마리를 완벽하고 전능한 존재로 받아들임으로써, 안느는 타국에 와 있는 힘없는 자기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려고 했을 수 있다.
 
<마리 퀴리>에서 안느와 마리는 서로 갈등을 겪기도 하는데, 두 사람이 보인 반응은 서로에게 어떤 자기대상인지에 따라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리의 라듐 연구가 완벽하고 전능하지 않고 엄청나게 위험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안느는 마리를 비난한다. 믿었던 사람의 인품에 대한 배신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상화 자기대상이 더 이상 이상화 자기대상이 아니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그런 반응을 보였을 수 있다.

‘마리 퀴리’ 공연사진. 사진=라이브 제공 <‘마리 퀴리’ 공연사진. 사진=라이브 제공>

반면에, 안느가 그런 적대감을 표현할 때 마리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안느에게 공격적으로 대하지는 않고, 그냥 풀이 죽은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행동과 선택에 대한 후회의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받던 칭찬과 인정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자신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다.
 
만약 마리가 안느를 이상화 자기대상으로 여겼으면, 자신의 진심을 끝까지 헤아리지는 못하고 보이는 결과로만 판단하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을 수 있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안느에게 마리가 더 이상 이상화 자기대상이 되지 않은 것처럼, 그런 안느의 모습 또한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리 퀴리’ 공연사진. 사진=라이브 제공 <‘마리 퀴리’ 공연사진. 사진=라이브 제공>

마리에게 안느는 거울 자기대상이었기 때문에, 마리는 안느에게 다시 칭찬과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의 본심을 끝까지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야 안느가 마리의 거울 자기대상으로 유지되고, 마리는 자신을 계속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마리 퀴리>에서 마리와 안느의 관계성을 대상관계이론, 하인즈 코헛의 자기대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서로 좋을 때 어떤 관계인지 뿐만 아니라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떤 반응과 재반응을 보이는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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