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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한국 초연 ‘빅 피쉬’ 자신의 아버지를 보며, 아버지가 되길 두려워한 남자의 기억

발행일 : 2019-12-18 08:45:34

CJ ENM 제작, 뮤지컬 <빅 피쉬> 한국 초연이 12월 4일부터 2020년 2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다니엘 윌러스의 소설 <빅 피쉬>와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빅 피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빅 피쉬>는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으면서도, 아버지가 되기를 두려워하는 아들들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생각하고 바라는 아버지의 상과 현재의 아버지가 너무 큰 괴리와 간극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들은 의식적으로 이런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명확하게 인지하지는 못해도 무의식은 그런 두려움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마치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같이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빅 피쉬’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빅 피쉬’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 무대 안의 또 다른 작은 무대! 장면에 따라 공연장의 크기를 바꿔가며 펼쳐지는 뮤지컬!
 
<빅 피쉬>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 안의 또 다른 작은 무대가 관객을 먼저 맞이한다. 오두막집이 연상되는, 목재 느낌의 공간은 편안함과 함께 호기심을 자극한다. 목재가 주는 질감과 색감은 이 작품을 어떤 분위기로 이끌 것인지 짐작하게 만든다. 정면의 동그란 창은 시계 같기도 하고, 십자가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빅 피쉬>는 공연장의 높은 천장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높이를 한정해 사용하기도 한다. 장면에 따라 공연장의 크기를 바꿔가며 펼쳐지는 것인데, 에드워드 블롬(남경주, 박호산, 손준호 분), 산드라 블롬(구원영, 김지우 분), 윌 블롬(이창용, 김성철 분), 조세핀(김환희 분) 중 누가 이끄는 장면인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도 있다. 서정적인 공간이 되기도 하고, 탭댄스를 하는 역동적인 공간이 되기도 한다.

‘빅 피쉬’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빅 피쉬’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 자신의 아버지를 보며, 아버지가 되길 두려워한 남자의 기억
 
<빅 피쉬>에서 현실에서 도망친 아버지 에드워드를 직면시킨 사람은 아들 윌이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되지 않으려는 아들이었고, 에드워드의 아들 윌 또한 아버지처럼 되지 않으려고 한다.
 
에드워드는 말을 많이 하는 아버지를 원했던 아들이었고, 윌은 말이 없는 아버지를 가져보는 게 소원인 아들이다. 각자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 결핍에 대한 갈증과 갈망이 있는 것이다.

‘빅 피쉬’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빅 피쉬’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자신이 아버지에게 느꼈던 결핍을 아들에게 채워주고 싶은 마음에 에드워드는 너무 과도하게 윌에게 이야기하고 간섭한다. 적정선을 지키지 못하는 모습에 아들은 오히려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아들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행동일 수 있다. 아들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가졌기 때문에, 에드워드는 자신의 행동에 당위성과 억울함을 느낀다는 점이 너무 짠하게 전달된다.
 
<빅 피쉬>는 아버지가 되기 두려운 아들의 이야기들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아들 에드워드와 그 아들의 아들 윌 또한 대를 이어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들은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빅 피쉬’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빅 피쉬’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으면서도, 자신이 아버지가 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세상의 많은 아들들이 의식적으로는 명확하게 느끼지 못해도 무의식으로는 확고하게 알고 있는 두려움이다.
 
아버지가 되기를 두려워하는 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에게 <빅 피쉬>는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아버지에 대한 의심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아들의 모습이 단지 뮤지컬 속에서 윌의 모습만을 아닐 수 있다고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빅 피쉬’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빅 피쉬’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 상상의 세계와 상상! 거짓이 진실이 되는 순간, 믿으면 더 행복해진다?
 
<빅 피쉬>는 상상의 세계와 상상 자체를 펼치고 시각적으로 보여주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아버지의 진실에 대해 의심할 수도 있지만, 꾸며낸 이야기 자체를 진실로 바라볼 수도 있다. 환상 속으로만 도망가는 아버지를 원망할 수도 있지만,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에드워드가 상상을 펼치고 전달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상상의 세계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게 만드는 데는 부족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도 있다.

‘빅 피쉬’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빅 피쉬’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빅 피쉬>는 질주하는 사람과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게 바뀌어 있다. 부모인 에드워드와 산드라가 질주를 하고, 아들 윌과 며느리 조세핀이 중심을 잡는다고 볼 수 있다.
 
산드라 역의 김지우보다 조세핀 역의 김환희가 더 어른스러운 연기를 했다는 점은, 디테일한 정서를 잘 살렸다는 점에서 무척 똑똑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뮤지컬 넘버를 소화할 때 김환희의 목소리에는 울림과 여운이 담겨있는데, 중심을 잡고 있지만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무척 절제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는 점이 돋보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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