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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 ‘모아쓴일기’ 픽션과 다큐멘터리가 공존하는 영화

발행일 : 2019-11-21 13:44:29

장경환 감독의 <모아쓴일기>는 서울독립영화제2019 (제45회) 본선경쟁 부문의 장편 영화이다. 픽션과 다큐멘터리가 공존하는 영화인데,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에서 픽션 영화와 같은 다이나믹함을 부여하는 것은 배경음악과 노래라는 점이 주목된다.
 
영화는 개인적 차원의 미해결과제,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미해결과제를 보여주다가, 후반부에는 우리나라가 아직 가지고 있는 국가적 미해결과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인적 미해결과제와 시대적 미해결과제를 동시에 가진 청춘들에게, 이 영화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모아쓴일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모아쓴일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픽션과 다큐멘터리가 공존하는 영화
 
<모아쓴일기>는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오가는 영화이다. 연출해서 만든 장면과 보이는 대로 스크린에 담은 장면이 공존하는 영화이다. 관찰 카메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영화 초반 주인공은 사람보다는 고양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우리가 일기를 쓸 때 있는 그대로를 적기도 하지만,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담아서 하루를 재해석하기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아쓴일기>에서의 이런 연출은 일기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모아쓴일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모아쓴일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모아쓴일기>는 감독의 자전적인 작품일 수 있는데, 일상에서 시나리오의 신을 찾고 만드는 과정을 그대로 영화 속에 담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게 여겨진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차이와 간극을 모두 담으면서,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오가는 연출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는 배경음악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을 담고 있는 시간에 배경음악의 볼륨이 강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영상의 느낌을 공존하게 만든다는 점이 흥미롭다.

‘모아쓴일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모아쓴일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미해결과제가 가득한, 20대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이야기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인간은 완결을 지향하는 경향성이 있다고 본다. ‘미해결과제’는 해결되지 않은 과거 사건, 정서적 상처, 욕구와 연관되는데, 삶의 에너지를 묶어 새로운 게슈탈트 형성을 방해한다고 본다.
 
미해결과제는 과거에 머물며, 지금 여기에 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미해결과제가 있을 경우 현재에 살지 못하는 것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사람에게는 완결시키려는 강한 경향성이 있기 때문에, 미완결, 미해결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본다.

‘모아쓴일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모아쓴일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모아쓴일기>에서 독일로 유학을 준비 중인 주대는 한국을 떠나기 전, 네 명의 친구들과 함께 모였으면 하지만 연락이 두절된 성우로 인해 고민에 빠진다. 같이 밥을 먹던 세 명의 친구는, 성우를 찾아가자는 주대의 제안에 실랑이를 벌인다. 바쁜 삶 속에서 어긋나는 그들의 시간에는 불안감이 가득하다.
 
주대에게 있어서 성우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모르는 것이 현재 중요한 미해결과제이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유학을 가겠다는 사람에게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물을 수 있지만, 당사자에게 미해결과제는 정말 중요하다.

‘모아쓴일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모아쓴일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미해결과제는 주대를 현재에 살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현재에 살지 못한다는 것은, 미래를 위해 유학을 가겠다는 미래를 세팅할 현재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확실하게 해결된 것이 없는 불안한 청춘들에게는, 당면한 미해결과제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시대가 갈수록 더욱 그러해진다. 단지 취직이 아직 안 되고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그런 미해결과제가 청춘을 현재에 살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모아쓴일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모아쓴일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하는 청춘들에게 기성세대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미해결과제가 많아 현재에 살지 못하는 청춘들에게, 현재에서 더욱 노력하라고 다그치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말일 수 있다. 물론 나쁜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이 아니라 할지라고, 미해결과제가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모아쓴일기>에 등장하는 청춘들을 현재에 머물게 하고, 현재에 있도록 느끼게 만드는 존재는 고양이와 강아지일 수도 있다. 그들은 등장인물들에게 별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도 있는 그대로 옆에 있어주기 때문이다.

‘모아쓴일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모아쓴일기’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미해결과제는 개인과 가족 차원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국가와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가족 구성원의 실종이 가족 차원에서는 가장 큰 미해결과제일 수 있고,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대형 참사가 국가와 사회 차원에서는 가장 큰 미해결과제일 수 있다.
 
<모아쓴일기>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미해결과제,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미해결과제를 보여주다가, 영화 후반부에는 우리나라가 아직 가지고 있는 국가적 미해결과제에 대해 짧은 시간 동안 언급하는 부분이 나온다. 개인적 미해결과제와 시대적 미해결과제를 동시에 가진 청춘들에게, 이 영화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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