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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투란도트’(2) 수용전념치료(ACT)! 개념화된 자기, 맥락으로서의 자기

발행일 : 2019-08-09 18:35:41

8월 8일부터 18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가 공연 중이다.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commitment therapy, ACT)’의 ‘수용(Acceptance)’과 ‘전념(Commitment)’, ‘개념화된 자기(conceptualized self)’와 ‘맥락으로서의 자기(self as context)’의 개념을 통해, 투란도트 공주(소프라노 이윤정, 이다미 분)가 왜 자신이 만든 이미지를 그토록 고수하는지, 칼라프 왕자(테너 이정환, 한윤석 분)가 어떤 과정을 통해 투란도트의 마음을 얻는지 살펴본다.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 ‘수용전념치료(ACT)’ 개념화된 자기 vs. 맥락으로서의 자기
 
심리치료 방법 중 수용전념치료는 수용과 전념을 강조한다. 수용전념치료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그 자체로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데, 문제를 없애는데 주력하기보다는 문제가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한다. 수용전념치료는 심리적 고통(Pain)을 회피하거나 통제하려고 하면서 더 큰 괴로움(Suffering)을 겪게 된다고 본다.
 
개념화된 자기는 사회화 훈련과정의 결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스스로가 만들어 낸 이야기를 믿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자기를 의미하고, 맥락으로서의 자기는 사적 사건들이 일어나는 맥락을 지켜보고 지금-여기의 경험을 조망하는 자기를 뜻한다.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나는 공주이다’, ‘나는 어떤 남자도 풀지 못하는 문제를 낸다’라는 개념화된 자기는 ‘나’를 ‘공주’, ‘어떤 남자도 풀지 못하는 문제를 내는 사람’에 융합해 나의 정체성을 ‘나=공주’, ‘나=어떤 남자도 풀지 못하는 문제를 내는 사람’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개념화된 자기는 ‘직업적인 나’, ‘관계성 속에서의 나’, ‘심리적인 나’ 등 다양하게 표출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개념화된 자기가 과거의 나를 결정하는데 머물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나를 결정해버린다는 것이다. 나와 개념화된 자기가 융합됐기 때문인데, 탈융합되기 전까지는 개념화된 자기에 얽매여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 어떤 누구에 대해서 수용하지도, 전념하지도 못하는 투란도트
 
<투란도트>에서 투란도트 공주는 어떤 남자도 자신이 낸 문제를 풀 수 없고, 문제를 풀려고 시도했다가는 죽음을 당할 것이라는 확신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어떤 누구도 수용하지도, 전념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세상에 대해 수용하지도, 전념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투란도트가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 궁금해질 수 있는데, 자신이 제대로 된 인정을 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일 수 있다. 공주로서의 지위는 인정받지만, 개인 자체로 인정받지도 존중받지도 못하며 살았을 가능성이 많다고 추정된다.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오페라 속에서 생략된 것일 수도 있지만, 투란도트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투란도트의 미모를 흠모하면서도 두려워하는 경외감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칼라프는 투란도트에 대해 다른 사람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눈에 띈다. 칼라프가 문제를 푼 다음에 투란도트는 그런 현실을 부정하는데, 칼라프는 투란도트의 반응을 일단 수용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 투란도트의 개념화된 자기, 맥락으로서의 자기
 
<투란도트>에서 투란도트 공주는 ‘어떤 남자도 감히 접근해서는 안 되는 공주’, ‘누구도 풀지 못하는 문제를 낸 사람’이라는 개념화된 자기를 가지고 있는데, 개념화된 자기를 믿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모든 정체성을 걸고 추종하고 방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칼라프는 투란도트가 낸 문제를 푼다. 문제를 푼 사람이 공주와 결혼해야 한다는 것을 적용하면, 이제 투란도트는 ‘칼라프와 결혼해야 하는 공주’, ‘칼라프가 정답을 맞힌 문제를 낸 사람’이라는 맥락으로서의 자기가 된다. 그렇지만 투란도트는 맥락으로서의 자기를 강력하게 거부하고 반발한다.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투란도트는 강하게 말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는 사람으로 볼 수 있는데, 수용전념치료의 시야로 보면 맥락으로서의 자기라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이 믿었던 개념화된 자기에 매몰돼 있는 사람으로 볼 수도 있다.
 
칼라프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투란도트를 비난하며 몰아붙이기보다는, 역제안을 하나 함으로써 투란도트에게 하루의 시간을 준다.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개념화된 자기에서 벗어나 맥락으로서의 자기를 인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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