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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 내향적 인물과 외향적 인물이, 상대방의 세상과 사는 방법을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

발행일 : 2019-07-29 18:06:51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작 <너를 위한 글자>가 7월 6일부터 9월 1일까지 예스24 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 중이다. 19세기 초, 이탈리아 발명가 페레그리노 투리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창작된 뮤지컬이다.
 
<너를 위한 글자>는 내향적 인물과 외향적 인물이, 상대방의 세상과 사는 방법을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뮤지컬 마지막, 나다운 게 뭔지에 대한 화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너를 위한 글자’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너를 위한 글자’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 내면으로 향한 투리 +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캐롤리나
 
<너를 위한 글자>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대장치가 관객을 먼저 맞이한다. 무대 2층에서의 라이브 연주는 내면의 소리를 입체적인 뉘앙스로 전달하는 것 같다.
 
제목의 ‘너’, ‘위한’, ‘글자’는 등장인물의 관계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너를 위한 글자>에는 세 명이 등장한다. 타고난 천재이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모르는 괴짜 발명가 투리(강필석, 정동화, 정욱진, 윤소호 분), 작가 지망생 캐롤리나(이정화, 강혜인, 이봄소리, 서혜원 분), 유명 작가 도미니코(에녹, 정상윤, 이용규, 백승렬, 임별 분)이다.

‘너를 위한 글자’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너를 위한 글자’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투리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캐롤리나는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투리는 자기 세상이 침범 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캐롤리나는 주변과 세상을 공유하기를 원한다. 소리가 만들어내는 균열은 투리의 세계를 흔들기도 하지만, 투리의 세계에 캐롤리나의 온기를 불어넣는다고 볼 수도 있다.
 
◇ 세상과 직접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투리! 괴짜이기 때문에 발명품을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로 발명품을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너를 위한 글자>에서 투리는 엄마를 웃게 하기 위해 발명했었다고 밝힌다. 엄마는 아빠가 사라진 후 우울증을 앓으며 웃지 않았었는데, 엄마가 웃으면 그 순간 자신이 엄마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된 것으로 느꼈다고 투리는 말한다.

‘너를 위한 글자’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너를 위한 글자’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발명품이 있어야 자신에게 의미 있는 존재에게, 자신 또한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고 투리는 생각한 것이다. 발명품이 없이는 다른 사람과 관계성을 맺는 것을 배우지 못한 것이다. 직접 소통하는 법을 몰랐던 투리는,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겉으로 보면 투리의 발명은 괴짜 천재의 능력 발휘라고 볼 수 있지만, 내면으로 차분히 들어가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 싶었던 아이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너를 위한 글자’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너를 위한 글자’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다른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일반적인 사람들이 하는 평범한 방법조차 배우지 못한 채 삶을 살아야 했기에 다른 사람들과 마주하는 게 힘들었을 것이다. 투리가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성격 때문일 수도 있지만 평범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해 두려웠기 때문일 수 있다.
 
투리가 주변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마도 투리의 엄마가 보여줬던 모습이었을 수 있다.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에게 감정이입하다 보니 투리 또한 그렇게 됐을 수도 있다.

‘너를 위한 글자’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너를 위한 글자’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 “나다운 게 뭔지 모르면 어떡하지?”
 
<너를 위한 글자>에서 투리, 캐롤리나, 도미니코는 각각, 어떤 한 쪽으로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다른 면에서는 자존감이 매우 부족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넌 좋은 작가야. 예전에도 지금도 그 사실 변함없어”라고 캐롤리나는 도미니코에게 말하는데, 위로를 해줘야 할 것 같은 캐롤리나에게 위로를 받기도 하는 것이다.
 
<너를 위한 글자> 후반부에 캐롤리나는 “나다운 게 뭔지 모르면 어떡하지?”라는 질문을 던진다. 눈앞에 보이는 것 이상의 근본적인 화두를 던지는데, 지금까지 이어오던 판 전체를 흔드는 정서적인 반전의 멘트라고 볼 수 있다.

‘너를 위한 글자’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너를 위한 글자’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너를 위한 글자>에서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투리가 발명품을 만든 이유가 사랑과 배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면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던 강렬한 내면을 발견할 수 있다. 캐롤리나와 도미니코가 글을 쓰는 것 역시, 소통의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래도 투리는 발명에 대해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났기 때문에 자신의 발명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지만,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일반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게 살아야만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투리 같은 재능이 없지만, 투리만큼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사람이 우리 주변에 반드시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사람이 바로 각자 나 자신일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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