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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사자’(2) 내면의 선과 악이 분리된 박서준은 통합이 가능할까?

발행일 : 2019-07-27 07:36:56

김주환 감독의 <사자(The Divine Fury)>에서 용후(박서준 분)는 복수해야겠다는 생각과 저주받았다는 두려움의 양가감정(兩價感情, ambivalence)을 가지고 있다. 양가감정은 두 가지 상호 대립되거나 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뜻한다.
 
용후는 아빠(이승준 분)가 세상을 떠난 이후 삶의 지지대, 내면의 버팀목을 잃게 된다. 견딜 수 없는 상황을 견디기 위해 내면은 분리되는데, 분리된 선과 악이 통합될 수 있게 만든 대상은 용후에게 또 다른 아버지의 역할을 하는 안신부(안성기 분)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자’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자’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복수해야겠다는 생각 + 저주받았다는 두려움! 통합되지 못하고 분리된 영혼이 가졌던 내면의 악!
 
<사자>는 착하고 힘없는 사람에게 닥치는 시련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감독은 소외된 사람, 억울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진다. 답답함과 막막함은 기도의 힘으로 해소될 수 있기도 하고, 믿었던 만큼 더 큰 실망을 하기 때문에 답답함과 막막함은 분노로 격발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도가 아빠를 살려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감당할 수 없는 용후는 믿을 수 없는 세상, 믿을 수 없게 된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 왜 아빠가 죽었는지 납득하지 못하고 자란 용후에게는 내면의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한데, 그 대상은 종교였을 수 있다.

‘사자’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자’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용후의 종교에 대한 분노는 종교 자체에 대한 분노라고 볼 수도 있지만,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종교였다고 볼 수도 있다. 강력하게 믿었던 것에 대한 배신과 그 배신에 대한 복수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해야 버티며 살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를 이기는 게 아니라 응징해야 한다는 신념 또한 마찬가지이다.
 
<사자>에서 용후에게는 믿었던 만큼 마음의 상처가 컸을 것이다. 아직까지 용서가 되지 않는 이유일 수도 있다. 20년 동안, 그 이전의 시간까지 합하면 20년이 넘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복수해야겠다는 생각과 저주받았다는 두려움을 하루에도 몇 십 번씩 오가며 매일 지옥 속에서 살았을 용후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용후가 악몽을 계속해서 꾸는 것 또한 내면이 분리되고 분열돼, 통합되지 못했기 때문에 겪는 고통이라고 볼 수 있다.

‘사자’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자’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종교적인 매개체! 인간 내면의 분리되고 분열된 부분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을까?
 
<사자>에서 십자가는 종교적인 매개체이지만, 인간 내면의 심리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안신부의 구마 가방, 묵주 반지, 은제 숯 케이스와 성수병, 지신(우도환 분)의 까마귀 반지와 뱀 송곳니는 분명히 종교적인 매개체이지만,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이해와 해석 또한 가능하다. 각각은 인간 내면의 분리되고 분열된 부분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용후에게 십자가는 자신이 분리돼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각성하게 만드는 매개체이다. 십자가를 보면 예전에는 분노를 느꼈었는데, 어느 순간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용후는 안신부에게 고백한다. 내면이 분리돼 있을 때 분노를 느꼈다면, 그런 마음이 들지 않게 된 이유는 통합의 과정이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자’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자’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내 안에 분리돼 있던 선과 악이 통합되는 과정은 중요하다. 용후는 분리돼 있으니 불안했을 것이고, 불안한 채로 견디려니까 힘들고 그런 마음을 극복하기 위해 오히려 강하게 분노를 키우고 표출했던 것이다.
 
이럴 때 선택은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자신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하게 되면,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선택을 무의식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선택조차 정말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나 스스로 납득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었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자’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자’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만약 이런 선택을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했더라도 비난하고 훈계하기보다는 얼마나 힘들었을지, 얼마나 무서웠을지 이해하고 포용할 필요가 있다. “혼내지 말고 감싸주세요”라고 말한 안신부의 말은 용후를 향한 말이었을 수도 있다.
 
용후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는데, 저항이다. 긍정적으로 저항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파이터의 길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정작 용후에게 필요한 것은 챔피언 벨트보다는 따뜻한 온기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자’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자’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용후는 아버지를 한 번만 안아볼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삶의 지지대, 내면의 버팀목이 없을 때 내 안의 분노와 억울함을 견뎠을 용후를 생각하면 가슴이 짠해진다.
 
용후에게 아빠의 역할은 믿음과 해명(설명)이었다고 볼 수 있다. 믿음을 알려줬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최대한 용후에게 해명하고 설명해주려고 했다. 믿음이 우뇌의 영역이라면 해명은 좌뇌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맥락에서 보면 아빠의 역할에 통합이 중요한 키워드였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사자’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자’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안신부가 용후에게 하는 말을 잘 들어보면, 그 말속에도 믿음과 해명이 있다. 용후가 안신부에게 아버지를 느꼈을 이유 중의 하나일 수 있다. 용후의 아빠와 안신부가 용후에게 세상을 제시하는 방법은 같았던 것이다.
 
구마를 도와준 용후에게 안신부는 “고마워”라고 말한다. “고마워”라는 말은 용후가 아빠에게 듣고 싶었을 이야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안신부가 아버지처럼 느껴지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사자’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자’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자>에서 안신부는 긴장 이완, 완급 조절, 웃음을 주는 역할이다. 가장 진지할 것 같은 사람이 유일하게 웃음을 선사한다. 안신부 또한 진지하기만 했으면, 관객은 감동을 받으면서도 피로했을 수 있다. 지루해질만하면 웃음을 주는 별도의 캐릭터를 만들지 않고, 안신부에게 그런 역할을 맡겼다는 것은 감독의 똑똑한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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