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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2019) ‘행복의 진수’ 캐릭터와 배우 감정선의 간극을 절묘하게 소화한 박소진

발행일 : 2019-06-29 20:41:47

윤재원 감독의 <행복의 진수(Recipe for Happiness)>는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2019) 코리안 판타스틱: 초청 섹션에서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상영되는 장편 영화이다.
 
진수(공명 분)와 정수(박소진(걸스데이 소진) 분)가 펼치는 취업, 사랑, 우정 등 청춘들의 일상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 속 정수 캐릭터와 연기를 펼치는 배우의 감정선에는 디테일한 간극이 있을 수 있는데, 박소진은 그 간극을 절묘하게 소화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행복의 진수’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행복의 진수’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 청춘의 다양한 일상을, 무겁지 않고 재미있게 풀어낸 이야기
 
<행복의 진수>는 인간은 행복한 법도 배워야 하는 존재라는 내레이션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영화 초반 홍대를 첫 출발로 서울의 여러 모습을 영상에 담는데,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작품이라는 것을 이미지적으로 알려준다.
 
영화 제목의 ‘행복’은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고, ‘진수’는 개별성, 특정화를 표현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목표를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도록 풀어낸다는 점이 눈에 띈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을 재미있게 펼치는 이야기 구조는 단순한데 카메라 구도와 워킹은 입체적이기 때문에, 소심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을 다루면서도 과도하게 정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다.

‘행복의 진수’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행복의 진수’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행복의 진수>는 편집과 음악이 영화라기보다는 웹드라마 같은 느낌을 준다. 실제로 12가지 에피소드로 만들어져 JTBC에서 11가지 에피소드의 2부작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고, 영화는 8가지의 에피소드로 만들어졌다고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GV) 시간에 밝혔는데, 드라마 버전은 영화 버전과 어떤 설정과 디테일의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 위로하는 척하면서 공격하는 사람들
 
<행복의 진수>에는 위로하는 척하면서 공격하는 사람들이 여럿 등장한다. “다 니들을 위해서 하는 말이잖아”라는 말에 정수뿐만 아니라 짜증이 나는 관객들도 꽤 많을 것인데, 일상에서 누구나 몇 번씩은 어떤 누군가는 너무 자주 들었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위로하고 위하는 척하기 때문에, 대놓고 반박하기 어렵기에 당사자는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영화는 자기 합리화, 각자의 처세술을 다루면서 결국 깨달은 것은 착하게 살면 자기 손해라는 자기 성찰과 반성 또한 담고 있다. 또한 같은 상황에서 각자 전혀 다르게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정수는 자신이 진수와 너무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진수가 오랫동안 티 나지 않게 잘 맞춰주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도 비슷한 경우가 꽤 많을 것이다.

‘행복의 진수’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행복의 진수’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 캐릭터와 배우 감정선의 간극을 절묘하게 소화한 박소진
 
<행복의 진수>를 직접 보면 캐릭터와 등장인물의 감정선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진수 캐릭터는 찌질한 것 같지만 그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대부분의 장면에 등장하기 때문에 소심하게나마 그 감정을 표출할 수 있다. 공명은 진수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찌질함을 연기로 표현해야 하지만, 연기가 끝난 후 임무를 완전히 수행한 상쾌함에 캐릭터에서 바로 벗어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반면에 정수 캐릭터는 당당한 것 같지만 계속 등장하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온전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진수와의 관계성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정수는 캐릭터 자체로 볼 때는 명쾌하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그 명쾌함을 절제해 표현해야 하고 등장하는 시간 간격으로 인한 감정의 점핑 또한 소화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행복의 진수’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행복의 진수’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실제로 <행복의 진수>를 관람하면 박소진은 이런 정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 노력에 결실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수는 당당하지만 진수의 감정 이상으로 질주할 경우 영화의 정서를 훼손시킬 수 있고, 그렇다고 배우가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의 절제와 단절을 표현할 경우 정수 캐릭터가 진수 캐릭터와 겹칠 수도 있었다.
 
박소진은 정수 캐릭터와 실제 배우가 느낄 수 있는 감정선의 간극을 절묘하게 소화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박소진은 나 혼자 하는 연기가 아닌 다른 배우들과 합을 맞추는 연기, 특히 감정의 교감과 공감을 하는 연기를 앞으로도 어떻게 멋지게 보여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행복의 진수> 이후의 배우 박소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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