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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니진스키’(1) 남의 내면을 자극하지만, 나의 고유영역을 침범하면 격하게 반발하는 사람들

발행일 : 2019-06-26 11:22:00

쇼플레이 제작 뮤지컬 <니진스키>가 5월 28일부터 8월 1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 중이다. 다른 사람의 내면을 자극해 움직이게 하지만, 자신의 고유영역이 침범 당했다고 생각되면 격하게 반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예술의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등이 떠오른다.
 
<니진스키>는 하나의 사건과 예술을 둘러싼 세 남자의 갈등을 담고 있는데, 관계성을 잘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세 명의 남자는 각각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고 인정과 보상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된다. 본지는 2회에 걸쳐 리뷰를 공유할 예정이다.

‘니진스키’ 공연사진. 사진=쇼플레이 제공 <‘니진스키’ 공연사진. 사진=쇼플레이 제공>

◇ 쇼플레이 인물 Project의 첫 번째 작품! Part1. <니진스키>
 
<니진스키>는 흥미로운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다. 1900년대 초 서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한 예술가들의 삶을 다루는 ‘쇼플레이 인물 Project’, 그중에서 ‘발레뤼스’를 대표하는 세 인물의 이야기가 3년에 걸쳐 무대화될 예정이다.
 
Part1. ‘춤의 신’이라 불린 천재 발레리노 ‘니진스키’, Part2. 모던 발레를 확립한 불멸의 제작자 ‘디아길레프’, Part3. 현대 음악의 ‘차르’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로 이어진다. 하나의 사건을 인물 세 명의 시야로 각각 풀어낸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니진스키’ 공연사진. 사진=쇼플레이 제공 <‘니진스키’ 공연사진. 사진=쇼플레이 제공>

서로 다른 공연이지만 하나로 연결된 공연처럼 느끼도록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고 하는데, 같은 사건에 대해 다른 시야로 표현한다는 것은 무척 좋은 아이디어이다. 그렇지만 디테일하게 풀어내기에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메인 주인공의 시야를 담아내면서도 다른 작품을 위해 상대편에 있는 등장인물을 과도하게 왜곡하거나 훼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발레리노, 제작자, 작곡가는 서로 협력하는 관계이면서도 어떤 누구보다도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관계이다. 갈등의 극대화와 갈등 내면과 이면의 이야기가 생생하고 절절하게 담길 수도 있고, 첫 편을 본 관객은 스포일러를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신선함이 떨어질 수도 있다. Part2와 Part3를 기대하며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니진스키’ 공연사진. 사진=쇼플레이 제공 <‘니진스키’ 공연사진. 사진=쇼플레이 제공>

◇ 내면을 자극하는 이야기! 고유영역의 침범에 격하게 반발하는 사람들!
 
<니진스키>는 상대방의 내면을 자극하는 소재와 주제가 여러 번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고유영역이 침범 당했다고 느낄 때는 격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의 의지대로 상대방을 자극해 움직이게 만들고 싶으면서도, 나의 영역, 내가 만들어놓은 세상이 다른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절대 용납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니진스키>에서 발레리노 니진스키(김찬호, 정동화, 정원영 분)에게 제작자 디아길레프(김종구, 조성윤, 안재영 분)는 “춤추고 싶지 않아?”라는 말로 욕망을 건드리고 자극한다.
 
춤만 출 수 있으면 된다는 니진스키는 자신은 춤을 추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고, 춤을 추지 않을 때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니진스키는 자유를 말하며 살아있는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한다. 무대에 오르는 것은 한순간이라고 생각해, 영원한 것을 하고 싶었던 니진스키는 안무가가 되려고 한다.

‘니진스키’ 공연사진. 사진=쇼플레이 제공 <‘니진스키’ 공연사진. 사진=쇼플레이 제공>

춤만 출 수 있으면 된다고 했다가 춤을 추기보다는 안무를 만들겠다는 니진스키의 내면에는 영원한 것에 대한 추구와 함께 자극추구 또한 강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뮤지컬 속에서 명확히 표현되지는 않지만 처음에는 춤을 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극추구가 됐을 것인데, 춤을 출 수 있게 되자 다른 사람이 만든 작품을 그 사람의 감정과 감성에 맞게 펼치는 것은 더 이상 자극추구가 되지 않아서 새로운 영역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니진스키>를 보면 니진스키는 경계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경계를 넘기 위해 무단히 많은 노력을 하고 고통을 감내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니진스키>의 등장인물들은 다른 사람을 자극해 움직이게 만들고 싶으면서도 자신의 영역에 대한 침범이 있을 때, 특히 그것이 고유영역일 때는 크게 반발한다. 작곡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 이상으로 직접 리듬을 만들어 제시한 것에 대해 스트라빈스키(임준혁, 홍승안, 신재범 분)가 그랬고, 니진스키가 하겠다는 안무의 창작을 처음에는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자신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범하니 무자비하게 진압한 디아길레프 또한 그랬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니진스키’ 공연사진. 사진=쇼플레이 제공 <‘니진스키’ 공연사진. 사진=쇼플레이 제공>

◇ 남자들의 이야기!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과 상처를 내면 깊숙한 곳에 깔고 있는 이야기!
 
<니진스키>는 니진스키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 로몰라(최미소, 임소라 분)와 로몰라의 친구 한스(백두산, 박수현 분)도 등장하지만, 니진스키, 디아길레프, 스트라빈스키, 세 남자가 이끌어가는 이야기이다.
 
세 명의 남자가 서로 갈등을 겪는 것을 보면, 세 명의 남자는 각각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고 인정과 보상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니진스키의 어릴 적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이를 뒷받침하는데, Part2와 Part3에서 디아길레프와 스트라빈스키 또한 각각의 아버지와의 갈등을 표현할 수도 있고,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으면서 전사로 깔고 갈 수도 있다.

‘니진스키’ 공연사진. 사진=쇼플레이 제공 <‘니진스키’ 공연사진. 사진=쇼플레이 제공>

<니진스키>는 낯설고 거칠고 날 것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이는 ‘나의 세계가 안전한가?’라는 화두를 떠오르게 만든다. 버려질까 두려운 니진스키는 타고난 재능에 힘들어한다. 재능이 제대로 발휘되지도 않고 인정받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능력이 있기 때문에 안정적이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가능성으로 인한 불안정이 보호받거나 인정받지도 못했을 때 얼마나 괴로운지에 대해, 필자가 관람한 회차의 니진스키 역 정동화는 실감 나고 절절하게 표현했다. 니진스키가 누워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있는데, 능력 있는 아티스트가 너무 힘들어서 다 포기하고 싶을 때, 저런 모습이 나올 수도 있겠다고 느껴졌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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