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자백> 최종회(제16회)에는 2019년 ‘차세대 전투헬기 도입사업’의 이면계약서인 ‘사업협약서’의 내용이 드러났는데, 제14회 방송에서 보여준 2009년 ‘한국형 전투헬기 도입사업’의 이면계약서인 ‘블랙베어사업협약서’와 비슷한 것 같지만 디테일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백>은 야심차게 만들어 놓고, 적극적인 홍보도, 밀어주는 재방송도 하지 않은 드라마이다. 간접광고인 PPL(Product Placement Advertisement)도 찾아보기 어려웠고, PPL 없는 드라마라고 홍보하지도 않았다. 야심차게 기획했고 열혈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으나, 최종회까지도 과감하게 홍보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본지는 2회에 걸쳐 <자백> 최종회에 대한 리뷰를 공유한다.
◇ 10년 후에 다시 체결된 이면계약서의 디테일! 리베이트 금액이 늘어나고, 갑/을의 위치가 바뀌고, 실세가 아닌 비선실세가 개입하다
<자백> 최종회에는 2019년 ‘차세대 전투헬기 도입사업’의 이면계약서인 ‘사업협약서’의 내용이 드러났는데, 제14회 방송에서 보여준 2009년 ‘한국형 전투헬기 도입사업’의 이면계약서인 ‘블랙베어사업협약서’와 비슷한 것 같지만 디테일한 차이가 있다.
제작진은 10년의 차이를 두고 만들어진 두 이면계약서의 차이를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노골적으로 알려주기보다는, 언뜻 보여줘 디테일한 차이를 직접적으로 전달하지는 않았다. 소심한 표현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수준 높은 표현법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제14회 방송에서의 ‘블랙베어사업협약서’는 실제 계약금액 이조삼천억 원(₩2,300,000,000,000), 공식 계약서의 명목상 계약금액 이조 원(₩2,000,000,000,000)으로, 실제 계약금액과 명목상 계약금액의 차이인 삼천억 원(₩300,000,000,000)을 갑의 스위스 은행 계좌로 이체하기로 돼 있다. 계약당사자 중 갑은 대한민국 대통령(President) 박명석이고, 을은 엔비테社 대표(CEO) Marco Kauftmann이었다.
그런데 제16회 방송에서의 ‘사업협약서’는 실제 입찰금액 이조사천억 원(₩2,400,000,000,000), 명목상 입찰금액 이조 원(₩2,000,000,000,000)으로 실제 입찰금액과 명목상 입찰금액의 차이인 사천억 원(₩400,000,000,000) 중 이천억 원(₩200,000,000,000)은 을의 계좌로, 나머지 이천억 원(₩200,000,000,000)은 병의 계좌로 이체하기로 돼 있다. 계약당사자 중 갑은 독일 엠비테社, 을은 송일재단 이사장 추명근, 병은 국회의원 박시강이다.
2009년과 2019년 이면계약서의 차이는 무엇일까? 2009년에는 실세인 대통령 박명석이 관여했다면, 2019년에는 비선실세 추명근과 박시강이 관여했다. 리베이트가 삼천억 원에서 사천억 원으로 일천억 원 증가했으며 갑, 을의 표기가 순서가 바뀌었다. 2009년 독일측 계약당사자는 엔비테社 대표(CEO) Marco Kauftmann이었다면, 2019년 독일측 계약당사자는 엔비테社이다. 점점 더 뻔뻔하게 이면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엔비테社에게 더욱 비굴하고 비열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자백> 제작진은 이런 디테일을 설정하면서 많은 검토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정말 절묘하게 10년의 차이를 설정했으면서도 모든 시청자들이 바로 알 수 있게 알려주는 것은 주저했다고 보인다. 왜 그랬을까? 야심차게 기획했지만, 드라마가 미치는 파장을 염려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된다.
◇ 야심차게 만들어 놓고 적극적인 홍보도, 밀어주는 재방송도 하지 않은 드라마 <자백>
<자백>은 야심차게 만들어 놓고 적극적인 홍보도, 밀어주는 재방송도 하지 않은 드라마이다. 간접광고인 PPL도 찾아보기 어려웠고, PPL 없는 드라마라고 홍보하지도 않았다.
2009년과 2019년의 이면계약서에서와 같이 <자백>은 과감하게 말하고 싶은 것을 기획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으로 알리고 공유하는데는 주저했다. 왜 그렇게 했는지의 이유는 따로 있을 수도 있는데, 논란을 만들어 홍보효과를 누리는 방법은 피한 것이다.
<자백>의 이런 선택은 드라마에 PPL을 넣지 않은 이유와 연관됐을 수 있다. 그 순간의 감정과 정서를 훼손하지 않게 하기 위해 PPL을 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불필요한 논란으로 인해 이슈가 됐을 때 협찬사가 받을 불이익을 염려해 PPL을 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자백 시즌2> 혹은 <자백2>를 원하는 <자백>의 열혈 시청자는 이런 점이 시즌2 제작 여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야심차게 기획하고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자백>처럼, 시즌2 또한 기획했지만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을 수도, 밀어붙이지 못할 수도 있다.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본지는 최종회인 제16회 방송에서 시즌2를 염두에 둔 암시와 복선이 얼마나 많았는지 별도 리뷰로 살펴볼 예정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