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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윌리엄텔’(1) 음악을 장악한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 레싱

발행일 : 2019-05-09 22:46:31

국립오페라단 <윌리엄텔(Guillaume Tell)>이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벨칸토 오페라의 거장 로시니의 마지막 대작으로, 3.1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으로 국내 초연된다. 본지는 2회에 걸쳐 리뷰를 공유한다.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음악을 장악한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 레싱! 그대로 다 표현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윌리엄텔> 서곡 초반 첼로를 비롯한 현악기로만 연주되는 시간에,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 레싱은 관절이 없는 사람처럼 부드럽게 지휘해 현악 연주의 서정성을 극대화한다. 벨칸토 오페라는 이런 부드러움으로 시작한다고 지휘자는 알려주는 것 같았다.
 
관악기의 연주가 함께 하면서 박자를 명확하게 하는 지휘로 변화하며 열정적으로 웅장함을 표현했는데, 지휘자는 움직임에 정서를 담아 온몸으로 지휘를 하면서 동시에 표정에 감정을 담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서곡에서부터 오페라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드는데, 3시간 40분(인터미션 포함)의 공연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공연 초반부터 관객을 음악에 몰입하게 해 편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든 지휘자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지휘자는 해석력이 뛰어난 정도가 아니라 완벽하게 음악을 장악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세바스티안 랑 레싱은 오페라 전문 지휘자는 이런 사람이라고 알려주는 것같이 멋진 연주를 선사한다.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세바스티안 랑 레싱에게 정서적 코드를 맞추면 연주자, 성악가는 모두 편하게 공연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관객도 마찬가지이다. 짧지 않은 공연이 그리 길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가 음악을 어떻게 표현했는가라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지휘자는 조용히 연주하라고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기도 했는데, 질주할 땐 질주하고 완급을 조절할 땐 확실히 차이를 만들었다. 프레스 오픈 리허설 때 1층 맨 앞줄에서 직접 보니, 전막 지휘하고 났을 때의 에너지 소모는 장난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윌리엄텔>을 관람하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정말 이름값을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코심의 관악기 연주자들은 오케스트라 피트의 한 단 밑에서 연주를 했다. 오케스트라 피트의 넓이가 충분하지 않아서였을 수 있는데, 오히려 악기 소리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는 더 좋은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 한국적 혹은 현대적으로 변환한 무대! <윌리엄텔>이 가진 고유의 정서를 살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립오페라단의 <윌리엄텔>은 무대에 변화를 줬는데 관객은 우리나라 현대사를 대입해 해석할 수도 있고, 그냥 현대적인 표현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예술적 다양성을 담아 관객이 각자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작품 본연의 기본 정서를 해치지 않고 살아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현실과는 동떨어지게 예술적으로만 표현하지도 않았고, 과도하게 감정이입해야만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만들지도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원작의 기본 정서와 연출의 의도를 절묘하게 이은 연출가 베라 네미로바의 균형감이라고 볼 수 있다.
 
아슬아슬하게 감정의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인데, 음악적 표현력이 훌륭하기 때문에 불편하거나 정체될 수 있는 감정이 공연의 흐름에 따라 유연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현대적 해석, 현대적 적용을 하면서도 <윌리엄텔>의 기본 정서를 저해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새로운 해석을 하려고 하면서 제작진은 만족하지만 관객들로부터 외면 받는 경우가 있는데, 많은 경우 작품의 기본 정서를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윌리엄텔>의 관객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을 깊게 오버랩했다고 볼 수도 있고,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다. 둘 다 해석이 가능한데, 두 경우 모두 원작의 기본 정서를 훼손하지 않았다는 점에 높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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