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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광염소나타’ 빅스의 켄이 아닌 뮤지컬배우 이재환을 먼저 떠올리고 싶게 만드는, 켄의 연기력

발행일 : 2019-05-01 18:59:31

신스웨이브 제작 <광염소나타>가 4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SMTOWN THEATRE 코엑스아티움에서 공연 중이다. 김동인의 동명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창작 스릴러 뮤지컬로 오리지널 캐스트와 일본 공연을 성공으로 이끈 캐스트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는 점이 주목된다.
 
문태유는 분노한 상태의 노래를 부를 때도 뛰어난 가사 전달력을 발휘했고, 이선근은 겉으로는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지만 내면은 쫓기고 있다는 것을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켄은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보여주면서도 두 가지 모습이 단절되지 않고 연결돼 보이도록 연기력을 발휘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뮤지컬 ‘광염소나타’ 문태유(J 역), 켄(S 역). 사진=신스웨이브 제공 <뮤지컬 ‘광염소나타’ 문태유(J 역), 켄(S 역). 사진=신스웨이브 제공>

◇ 예술이 목적 지향적이 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아티스트들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절박한 갈망!
 
모든 예술이 다 그럴 수 있지만 특히 클래식 연주의 경우 곡 자체의 특징에 좌우되기도 하고, 듣는 사람의 현재 마음에 따라 정말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행복할 때 클래식을 들으면 더 이상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은 환희가 느껴질 수 있지만, 같은 곡을 불안할 때 들으면 세포 하나하나의 불안감을 모두 일깨우는 것 같다는 경험을 한 관객도 많을 것이다.
 
<광염소나타>에서 측면 벽을 이용한 조명은 피아노 연주와 함께 공연 초반 정서를 만든다. 조명과 음악이 만드는 불안감과 두려움은 공연 초반부터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데, 박수치거나 환호할 시간을 주지도 않고 긴장 이완을 위한 유머도 허락하지 않는 <광염소나타>의 진지함에 처음부터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뮤지컬 ‘광염소나타’ 려욱(J 역), 이지훈(K 역). 사진=신스웨이브 제공 <뮤지컬 ‘광염소나타’ 려욱(J 역), 이지훈(K 역). 사진=신스웨이브 제공>

의도하지 않았지만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후 악상이 떠올라 사고가 제1악장을 만들게 했다면, 이제는 의도적인 살인으로 제2악장의 악상을 얻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그렇지만 최근 자극적인 뉴스에 익숙해진 관객들은 자극 추구의 그릇된 방법 중 하나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그렇게 받아들인다는 것이 더 무서울 수도 있다.
 
불안감을 만들고 불안감을 해소하는 모습은 사육, 익숙화, 심리적 점유를 떠오르게 만드는데 위대한 작곡가가 되기 위해 음악적 영감을 얻기 위해 죄의식, 죄책감에 주저하지 않고 자신을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은 더 많이 감정이입했을수록 더 힘들 수도 있다. <광염소나타>에서는 심리적 급박함과 빨리 완성돼야 한다는 초조함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뮤지컬 ‘광염소나타’ 박한근(J 역), 김지철(S 역). 사진=신스웨이브 제공 <뮤지컬 ‘광염소나타’ 박한근(J 역), 김지철(S 역). 사진=신스웨이브 제공>

◇ 오리지널 캐스트의 위력을 보여준 문태유와 이선근
 
<광염소나타>에는 작곡가 J(박한근, 문태유, 려욱, 신원호 분), 작곡가 S(김지철, 켄 분), 교수 K(이지훈, 이선근 분)가 등장한다. 단 세 명의 남자배우로만 공연이 이뤄지는데, 필자가 관람한 회차에는 문태유, 켄, 이선근이 출연했다.
 
문태유는 분노한 상태의 노래를 부를 때도 가사 전달력이 좋았다. 문태유는 K에게 심리적으로 제압당하고 있을 때의 어리숙함과 작곡에 대한 욕구와 압박감을 특유의 창법으로 동시에 소화한다. 떨리는 목소리로 표현한 바이브레이션은 많은 설명이 없이도 J가 이전에 어떤 압박감에 시달렸는지 짐작하게 만든다.
 
이선근은 무대에서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고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카리스마를 발휘하는데, 그렇지만 매우 여유 있고 느슨하게 표현하기보다는 K 또한 겉으로는 당당해도 속으로는 쫓기고 있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뮤지컬 ‘광염소나타’ 이선근(K 역). 사진=신스웨이브 제공 <뮤지컬 ‘광염소나타’ 이선근(K 역). 사진=신스웨이브 제공>

◇ 빅스의 켄이 아닌 뮤지컬배우 이재환을 먼저 떠올리고 싶게 만드는, 켄의 연기력
 
<광염소나타>에서 켄이 빅스(VIXX)의 켄이라는 것을 모르고 관람하면, 정말 뛰어난 뮤지컬배우 중의 한 사람이겠구나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켄은 멋진 연기력을 발휘한다.
 
<광염소나타>에서 S는 J와 K의 중간에 있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S는 J의 음악적 뮤즈이자 오랜 친구로 천재적 재능을 타고난 작곡가이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 J를 파멸로 이끈 교수 K의 실체를 파헤치는 인물이다.

뮤지컬 ‘광염소나타’ 켄(S 역). 사진=신스웨이브 제공 <뮤지컬 ‘광염소나타’ 켄(S 역). 사진=신스웨이브 제공>

켄은 문태유가 약해 보이는 연기를 할 때 그보다 더 약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보이기도 했고, 이선근이 카리스마를 발휘할 때 긴장을 하고 있긴 하지만 쉽게 제압당하지 않고 결국 응징할 것이라는 강인함을 발휘하는 연기 변신을 보여줬는데, 두 가지 모습을 단절시켜 표현하기보다는 연결해 나타낸 디테일이 돋보인다.
 
켄이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보여줬더라도 두 가지 모습에 단절을 줬으면, 관객은 극중 S가 중간 영역에 있는 인물이 아닌 이중적 성격을 가진 인물로 느꼈을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됐다면 혼란스러워졌을 것이다. 감각적으로 표현했는지 알고 연기했는지는 모르지만, 켄은 <광염소나타>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을 연기로 보여주고 있다.
 
<광염소나타>에서 켄은 물론 뛰어난 가창력을 발휘하는데, 관객이 켄의 가창력과 외모에만 매몰될 경우 그가 펼치는 연기의 디테일을 모르고 지나갈 수 있다. 잘생긴 가수가 아닌 배우로 바라볼 경우, 켄의 움직임 속에서 디테일한 재미를 더 많이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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