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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서울시오페라단 ‘베르테르’ 긴장을 이완하고, 무대에 밝은 에너지를 불어넣는 김샤론

발행일 : 2019-04-30 17:34:19

서울시오페라단 <베르테르(Werther)>가 5월 1일부터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괴테의 자서전적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을 기반으로 쥘 마스네가 작곡한 오페라로, 이경재 예술감독, 김광보 연출, 양진모 지휘, 정호정 음악코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이 함께 한다.

서울시오페라단 ‘베르테르’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베르테르’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깔끔하고 정갈한 현대적인 무대! 상황과 주변 배경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 연출!
 
<베르테르>의 막이 오르면 현대적 스타일의 무대가 눈에 띈다. 정갈하고 깔끔한 무대에서 우울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인데, 주변의 배경이나 사람이 관객의 시선을 빼앗아가지 않도록 인물에 초점을 맞춘 연출을 한 것으로 보인다.
 
<베르테르>는 대규모의 합창보다는 독창이나 이중창의 시간이 많은데, 전체적인 스토리텔링 속에서 주변의 모습을 함께 받아들이기보다는 마치 클로즈업한 것처럼 노래 부르는 인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의 변화와 움직임을 최소화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서울시오페라단 ‘베르테르’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베르테르’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소프라노와 테너가 결혼하지 않고, 메조소프라노와 바리톤이 결혼한 이야기! 캐릭터가 다른 오페라와 다르다
 
<베르테르>는 등장인물의 성격과 성향에 대해 다른 사람의 평판을 통해 알려주기도 하고 직접 보여주기도 한다. 어른들의 평판은 베르테르(테너 신상근, 김동원 분)보다 알베르(바리톤 공병우, 이승왕 분)가 좋다고 오페라 초반에 나오는데, 둘 다 나쁜 사람이 아닌 상황에서 관객이 어떤 시야를 가질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베르테르는 샤를로트(메조소프라노 김정미, 양계화 분)의 눈빛에 진정하고 목소리에 안정을 얻는다고 노래한다. 베르테르에게 샤를로트는 편안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마음의 안정을 주는 존재로 묘사한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샤를로트는 소프라노보다 메조소프라노가 더 어울린다. 동생인 소피(소프라노 김샤론, 장혜지 분)는 적극적인 스타일로 표현되기 때문에 소프라노의 음색과 잘 어울린다.

서울시오페라단 ‘베르테르’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베르테르’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이번 공연에서는 알베르와 베르테르를 너무 모범적인 인물로 연출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불타는 사랑이라기보다는 중후한 사랑, 품격을 지키려는 사랑이 연상된다. 베르테르에게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 불타는 마음도 있는데, 감정에 주저하는 동안 상황이 바뀐 것에 관객이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표현했다.
 
<베르테르>에서 샤를로트는 결단은 하지 못하면서 미련은 가진 스타일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도 베르테르와 만났던 그 상태로 집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소심하지만 집요하다. 베르테르와의 추억의 공간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인데, 깊은 슬픔과 비참함의 정서도 가지고 있다. 메조소프라노인데 시원시원하게 아리아를 부른 김정미는 베르테르 역 신상근, 알베르 역 공병우 모두와 좋은 케미를 보여준다.

서울시오페라단 ‘베르테르’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베르테르’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샤를로트와 알베르는 서로 연락을 잘 하지 않는 사이로 묘사되고 있다. 6개월 만에 만나는데 온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지만 알베르는 샤를로트를 만나러 오자마자 마음이 일렁인다. 잘 와닿지 않는다고 느끼는 관객이 있을 수도 있는데, 아주 젊은 청춘이 아닌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성숙한 사람들의 사랑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샤를로트에게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베르테르는 무대 밖으로 뛰어나간다. 그때 무대가 어두워지며 중앙 구조물은 밑으로 내려가는데, 마치 땅이 꺼지는 듯한 베르테르의 절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서울시오페라단 ‘베르테르’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베르테르’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법관(베이스 박준혁, 이대범 분) 역 박준혁은 목소리와 노래로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 신상근은 듣기 편한 목소리를 가진 테너인데 열정적 아리아를 부를 때 더욱 감동적이다. 베르테르는 혼자 감정을 소화해야 하는 시간이 많은데, 신상근은 묵직함 속 외로움과 고독을 절절하게 표현한다. 매력적인 목소리의 공병우는 <베르테르>에서 ‘역시 공병우’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소프라노와 테너가 결혼하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데, <베르테르>에서는 메조소프라노와 바리톤이 결혼한다. 결혼을 기준으로 볼 때 소프라노와 테너가 주변 인물이라는 점은 아리아의 정서와 오페라의 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서울시오페라단 ‘베르테르’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베르테르’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긴장을 이완하고, 무대에 밝은 에너지를 불어넣는 김샤론
 
<베르테르>에서 소피 역 소프라노 김샤론은 작은 체구에서 시원시원하면서도 부드러운 고음을 낸다. 발랄하게 움직이면서도 아리아는 중후하게 소화하기도 한다. 김샤론은 움직임만 보면 젊고 에너지 넘치는 연기자라고 생각될 수 있는데, 그렇지만 노래를 부르는 시간에는 수준급 성악가라는 것을 알게 된다.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베르테르>에서 소피는 밝은 스타일이고, 다른 사람들은 진지하고 성숙하고 무거운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 무대와 다른 등장인물들이 모두 안정적인 상황에서 소피는 <베르테르>에 밝은 에너지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데, 김샤론은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뛰어난 성악 실력으로 그런 소피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서울시오페라단 ‘베르테르’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베르테르’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소피는 긴장 이완, 완급 조절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데, 김샤론은 노래를 무척 잘 불러 반전 매력 또한 발산한다. 공연과 무대가 너무 모범적이면 관객이 자유롭게 감동할 마음의 공간이 부족해질 수 있는데, 김샤론은 그런 측면을 보완하는 역할도 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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