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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벤 이즈 백’ 가족이 느끼는 양가감정!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관객을 당사자로 만드는 설정의 디테일!

발행일 : 2019-04-29 20:26:52

피터 헤지스 감독의 <벤 이즈 백(Ben is Back)>은 매우 마음 아프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영화를 보면서 몇 번을 울게 되는데, 안쓰러워서 눈물이 나오고, 슬퍼서 눈물이 나오고, 분노해 눈물이 나오기도 한다.
 
평범할 수도 있는 소재를 가지고 외적인 이야기가 아닌 내면의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이 주목되는데, 약물 중독으로 재활 치료를 받는 사람이 있는 가족이 겪는 이야기가 공감을 준다.

‘벤 이즈 백’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벤 이즈 백’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 아픈 손가락! 약물 중독으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아들 벤에 대한 양가감정
 
양가감정(兩價感情, ambivalence)은 두 가지 상호 대립되거나 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약물 중독으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아들 벤(루카스 헤지스 분)에게 가족들은 사랑의 감정과 두렵고 무서움의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벤에 대한 이야기는 가족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털어놓을 수도 없는 이야기이다. 양가감정을 느끼면서도 양가감정이 서로 상반된 감정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기가 더욱 힘든 것이다.

‘벤 이즈 백’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벤 이즈 백’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두려움과 불안감을 관객들도 같이 느끼는 것은 <벤 이즈 백>에서의 상황이 단지 영화적 상황만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초반 관객은 아직 벤과 벤의 행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벤에게 마음을 접을 수도 그렇다고 마음을 활짝 열 수도 없는 양가감정을 느끼는 것은 관객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벤이 돌아온 것을 경계하며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하는 아빠 닐(코트니 B. 반스 분)과 여동생 아이비(캐서린 뉴튼 분)도 마음이 편하지 않고 힘들었을 것이다. 엄마인 홀리(줄리아 로버츠 분)는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게 아니라, 벤이 좋아졌을 것이라는 의지와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태도를 취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벤 이즈 백’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벤 이즈 백’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벤 이즈 백>를 보면 냉철하게 바라보는 가족과 기대를 하는 가족 모두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느껴진다. 홀리, 닐, 아이비 모두 긴장을 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가족과 있으면서도 편하게 있는 그대로의 시간을 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상에 균열이 생기고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당사자인 벤은 얼마나 힘들까? 벤 또한 가족에게 양가감정을 강하게 느낄 것이다. 게다가 본인을 스스로 제어하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아직 힘든 상황이다. 가족이기 때문에 좋은 감정과 가족이기 때문에 싫은 감정을 동시에 느끼면서도, 가족이기 때문에 싫은 감정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 재활원에 가게 된 것은 본인 탓이라도, 그것을 동의한 가족에게 미운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벤 이즈 백’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벤 이즈 백’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관객을 당사자로 만든다?
 
<벤 이즈 백>에는 벤에 대한 정서적 반전이 몇 번 나온다. 벤은 14살 때 스노보드 타다 다쳤는데 그때 처방된 진통제에 대해 의사가 중독성이 없다고 하면서 투약량을 높여 벤이 중독된 것이라고 영화는 중반에 알려준다.
 
벤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시작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관객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지고, 양가감정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관객의 마음에는 분노가 하나 더 들어갈 수도 있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는데 중독자가 됐다면 어떡해야 하는가? 유혹에 약해져 있는 상태를 내가 만든 게 아니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약물 중독에 걸려 그렇게 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벤 이즈 백’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벤 이즈 백’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제3자의 시야로 바라보던 관객은 나 또한 벤처럼 됐을 수도 있겠다 싶어져 심경적으로 벤에 더욱 밀착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다. 애써 남의 이야기처럼 벤의 이야기를 보려 했던 관객도 벤의 심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는 시간이다.
 
엄마인 홀리는 못 믿겠다고 벤에게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이야기하면서, 그렇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에 혼돈이 생긴 관객에게 홀리는 하나의 모범답안을 보여준다.

‘벤 이즈 백’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벤 이즈 백’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 줄리아 로버츠와 루카스 헤지스의 연기력
 
<벤 이즈 백>에서 줄리아 로버츠와 루카스 헤지스의 연기력은 돋보인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같은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배우가 줄리아 로버츠와 루카스 헤지스가 맡았던 홀리와 벤 역을 맡게 될지 궁금해진다. 새로운 조합에 대한 느낌은 어떨까?
 
<벤 이즈 백>에서 홀리와 벤의 섬세한 내면 표현은 무척 중요하다. 디테일과 설정이 약간만 바뀌어도 벤과 홀리에 대해 관객이 느끼는 감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좌절감과 답답함, 분노를 표현할 때의 루카스 헤지스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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