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규, 윤현기 연출, 임희철 극본, tvN 토일드라마 <자백> 제11회는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숨겨야 할 것 같은데, 비밀정보를 적에게 넘기며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굳이 밝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알려줬다.
10년 전 화예 사건의 나머지 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드라마를 마쳤는데, 누가 범인인지 못지않게 왜 그런 범행을 저질렀는지, 범행이 어떻게 밝혀질 것이며 범인은 단죄를 받을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숨겨야 할 것 같은데, 비밀정보를 적에게 넘기며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굳이 밝히는 이유는?
<자백>은 제11회뿐만 아니라 그 이전 회차에서도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적에게 알려줬다. 적에게 내 패를 보여주며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굳이 알려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백>에서 최도현(이준호 분), 기춘호(유재명 분), 하유리(신현빈 분), 진여사(남기애 분)는 모두 이런 행동을 하는데, 시청자들을 단지 안타깝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 철저한 복선의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확실하지 않거나 부족할 때 상대방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미끼로 풀 수 있다. 적을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서인데, 적이 움직이는 곳, 적이 움직이는 방향이 진실이 숨겨진 곳이기 때문이다.
<자백>은 제11회 후반부에 기춘호와 통화를 하면서 최도현이 “우리가 몸통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건 확실하죠. 그리고 그 몸통이 아버지를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도요.”라고 말한 것은, 실수나 미숙함으로 정보를 노출시킨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려 변수를 만든 후 판을 파헤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드라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런 전개는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들면서 더욱 드라마에 밀착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등장인물들이 시청자들의 마음과 똑같이 행동하다가 중간중간 다른 선택을 해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 최도현이 집요하게 차중령 사건을 파헤친 것은 아버지일이기도 하지만, 노선후의 심장이 시킨 일이 아닐까?
<자백>에서 최도현이 집요하게 차중령 사건을 파헤친 것은 아버지일이기도 하지만, 노선후 검사의 심장이 시킨 일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논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논란이 많을 수 있는 가정이지만, 감정적인 면, 정서적인 면에서는 무척 설득력 있고 개연성 있는 이야기이다.
심장을 이식 받으면서 기억만 전달된 게 아니라 감정 또한 전달됐고 그 감정이 계속 살아서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것은, 아직 명확하게 그 디테일한 프로세스가 증명되지 않았을 뿐이지 실제로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 있다.
<자백>은 상대적으로 긴 시간에 이야기를 풀어가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유전자의 힘, 세포의 원리 등에 한 회 정도 시간을 할애했으면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 10년 전 화예 사건의 나머지 진실은?
<자백> 제11회는 10년 전 화예 사건의 나머지 진실에 대한 물음으로 마무리됐다. 허재만으로 신분세탁한 조기탁(윤경호 분)은 법정에서 황교식(최대훈 분)이 자신에게 살인을 사주했다는 것을 밝혔고, 최도현과 기춘호는 제니 송(김정화 분)과 송재인이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본방사수하며 밀착해서 <자백>을 따라가고 있는 시청자들은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범인이 누구인지도 중요하지만, 범인이 왜 그랬는지, 범행들을 어떻게 밝혀낼 것인지 그리고 범인을 제대로 단죄할 수 있을지에 대해 더 많은 궁금증을 시청자들은 가질 수 있다.
최도현과 진여사, 최도현과 하유리는 같은 방향을 가고 있으면서도 정서적으로 충돌하고 있고 앞으로 더 강하게 갈등할 수 있는데, <자백>이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