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부터 7월 7일까지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더 서울라이티움 5관에서 전시 중인 <그림책NOW-세계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만나다>(이하 <그림책NOW>展)는 세계책나라축제위원회 주최, 남이섬교육문화그룹 주관으로 개최되고 있다. 리뷰 세 번째 시간으로 2019 나미콩쿠르 그린아일랜드 수상작 세 작품을 공유한다.
◇ 마르코스 과르디올라(Marcos Guardiola, 스페인) ‘길을 걷다가 빌어본 열다섯 가지 소원(Quince ocasiones para pedir deseos en la calle, 15 Occasions to request Desires on the Street)’
마르코스 과르디올라(Marcos Guardiola, 스페인)의 ‘길을 걷다가 빌어본 열다섯 가지 소원(Quince ocasiones para pedir deseos en la calle, 15 Occasions to request Desires on the Street)’은 2019 나미콩쿠르 그린아일랜드 수상작이다.
남자와 여자는 배경색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왼쪽에 있는 여자의 오른쪽 눈은 하나이지만, 오른쪽에 있는 남자의 왼쪽 눈은 세 개다. 서로의 마음을 교감하기 위한 시선의 커뮤니케이션인 아이 콘택트(Eye contact)를 할 경우, 여자는 남자의 어떤 눈을 바라봐야 하는지, 남자는 어떤 눈으로 여자를 바라봐야 하는지 궁금해진다.
남자의 상의는 꽃무늬 옷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진짜 꽃이 아닐까 상상할 수도 있다. 남자의 얼굴색은 초록색인데 초록색의 얼굴을 가진 인종일 수도 있지만, 초록의 자연을 남자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상상해본다. 남자의 머리에 난 빨간색의 세모가 만약 뿔이라면, 남자는 자연에 살고 있는 초록 도깨비일 수도 있다.
‘길을 걷다가 빌어본 열다섯 가지 소원’은 그냥 일반적인 회화로 표현됐을 것 같은 그림에 변형을 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든 작품이다.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그림 속 여자와 남자 중 누구에게 감정이입해 있는지, 아니면 계속 감정이입한 대상을 바꾸며 그림을 그린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 김지영(Jiyoung Kim, 한국) ‘달님 여행(Travel to the Moon)’
김지영(Jiyoung Kim, 한국) ‘달님 여행(Travel to the Moon)’은 2019 나미콩쿠르 그린아일랜드 수상작이다. 민화를 연상하게 만들기도 하고, 전래 동화를 상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에 비해 동물의 크기와 위엄이 훨씬 더 큰데, 특정 대상의 크기를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 그림에 사용된 색은 크게 세 가지로 단순한데, 색의 일관성과 연결성, 단순화로 인해 과도하게 크게 표현된 동물이 그리 무서운 대상은 아닐 수 있다는 정서적 안전감을 주고 있다.
<그림책NOW>에는 외국 작가의 작품이 많이 전시돼 있는데 우리나라 관람객이 외국 작품에 더 호기심을 가지는 것처럼, 김지영 작가의 작품은 외국 관람객에게 더 신선하게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다.
◇ 로마나 로마니신(Romana Romanyshyn, 우크라이나), 아그라프카 스튜디오(Agrafka Studio, 우크라이나)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
로마나 로마니신(Romana Romanyshyn, 우크라이나), 아그라프카 스튜디오(Agrafka Studio, 우크라이나)의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는 2019 나미콩쿠르 그린아일랜드 수상작이다.
그림 오른쪽을 손으로 가리고 왼쪽을 보면 빨간색으로 표현된 기수가 말을 타고 달리는 역동적인 모습인데, 왼쪽을 가리고 오른쪽을 집중해서 보면 일정 범위 내에서만 흔들리는, 정적에 가까운 약한 동적 느낌을 준다.
눈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 숨겨진 면이 있다는, 하나의 모습의 숨겨진 이면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지만, 현재로도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하다는 것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림의 말이 앞으로 넘어질 것 같이 위태롭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왼쪽에 있는 네 개의 직사각형이 마치 디딤대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수도 있고, 왼쪽에 있는 빨간색 동그라미가 기수 및 말고삐와 같은 색으로 색의 무게 중심을 잡는 안정감을 주기 때문일 수도 있다.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다른 정서로 전달되지 않도록 배치의 디테일에 신경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