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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카르멘’ 한러오페라단 주최, 한러수교 29주년 공식음악회

발행일 : 2019-04-25 07:00:00

한러오페라단 주최, 한러수교 29주년 공식음악회 <카르멘>이 4월 19일부터 21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됐다. 손성래 예술총감독, 김성경 연출, 양승렬 지휘로 서울시티필하모닉, 마에스타 오페라합창단, 사라무용단이 함께 했다.

‘카르멘’ 공연사진. 사진=한러오페라단 제공 <‘카르멘’ 공연사진. 사진=한러오페라단 제공>

◇ 관객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만든, 삼각 거울 같은 무대 구조물
 
<카르멘>의 삼각 거울 같은 무대 구조물은, 관객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가운데로 집중되도록 만들었다. 오페라극장이 아닌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됐기 때문에 화려한 무대 전환이 상대적으로 용이하지 않고 공간이 협소해 보일 수도 있는데, 열린 삼각 거울 같은 무대 구조물은 공간이 관객석으로 확장되는 느낌을 줘 답답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천재 작곡가 조르주 비제의 곡을 지휘자 양승렬은 온몸으로 지휘하는 열정을 보여줬는데, 삼각 거울 같은 무대 구조물은 소리가 자연스럽게 관객석으로 돌아나가게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카르멘’ 공연사진. 사진=한러오페라단 제공 <‘카르멘’ 공연사진. 사진=한러오페라단 제공>

◇ 이국적인 느낌의 박선영, 반전 매력 오상택, 진지하게 중심을 잡는 이호택, 기대하게 만드는 양승호
 
<카르멘> 마지막 날 공연에서 미카엘라 역 소프라노 박선영은 이국적인 느낌으로 아리아를 소화했는데, 호세를 사랑하는 시골처녀로 호세의 마음에 끌려다니기만 하는 게 아니라 카르멘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매력이 있다는 것을 표현해 관객이 호세의 선택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호세 역을 맡은 맑은 고음의 테너 오상택은 목소리에 맑음과 사랑할 때의 부드럽고 감미로움을 드러냈다. 외모는 굵고 강하게 보이지만, 노래를 부를 때는 반전 매력을 발휘하는 모습이 호세에 잘 어울렸다.

‘카르멘’ 공연사진. 사진=한러오페라단 제공 <‘카르멘’ 공연사진. 사진=한러오페라단 제공>

이호택의 에스카미요는 바람둥이 에스카미요가 아닌 진지한 에스카미요였는데, 이호택이 만든 이런 뉘앙스는 카르멘이 에스카미요에게 흔들린 이유가 단지 감각적인 면에만 있지 않다고 상상하게 만들었다.
 
단카이로 역의 테너 양승호는 부드럽게 아리아를 소화했다. 순간적으로 본인에게 집중하도록 만드는 매력을 발산했는데, 주인공을 맡아서 더 오랜 시간 동안 오페라 전체의 정서를 이끌 경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성악가이다.

‘카르멘’ 공연사진. 사진=한러오페라단 제공 <‘카르멘’ 공연사진. 사진=한러오페라단 제공>

◇ 집시 플라멩코의 다운바운스 리듬과 스페인 플라멩코의 화려함을 적절하게 교차한 안무
 
플라멩코는 투박한 집시 플라멩코에서 화려한 스페인 플라멩코로 발전했는데, <카르멘>의 정서상 카르멘에게는 다운바운스 리듬의 집시 플라멩코가 더 어울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무용수들이 탭댄스를 추듯 투박하게 발로 땅을 하면서 하체는 집시 플라멩코를 선택했다면, 상체 동작은 유려한 스페인 플라멩코를 보여줬다. 시각적 화려함을 추구하면서도, 카르멘의 기본 정서를 놓치지 않으려는 디테일한 설정이 돋보인 무용수들의 춤은 보는 즐거움을 높인 것이다.
 
상의 탈의한 남자 무용수는 투우사 에스카미요와 황소를 동시에 연상하게 만드는 육체적 매력을 발휘했다. 여자 무용수 중 한 명과 커플무를 추는 모습은, 카르멘과 에스카미요가 연결될 것이라는 암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가능한 화려함을 추구하면서 오페라와 등장인물이 가진 기본적인 정서를 안무가 살리고 있다는 점은 무척 긍정적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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