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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전주국제영화제(2) ‘리메인’ 표정의 변화를 강하게 표출하지 않으면서도, 지금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알 수 있게 전달한 이지연

발행일 : 2019-04-16 07:00:00

김민경 감독의 <리메인(Remain)>은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Jeonju IFF) 한국경쟁 섹션 상영작이다. 한수연(이지연 분)과 박세혁(김영재 분)은 결혼 10년 차 부부이다. 세혁은 늘 바쁘고, 타지에서 혼자인 시간이 많은 수연은 지인의 소개로 장애인 무용치료 강사 일을 시작하면서 그곳에서 휠체어를 탄 남자 고준희(하준 분)를 만나게 된다.
 
영화에서는 화면이 삼분할 되는 장면이 여러 번 존재하는데, 세 명이 다른 공간에 남아있게 되는 이야기를 이미지적으로 암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표정의 변화를 강하게 표출하지 않으면서도, 지금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알 수 있게 전달한 이지연의 연기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리메인’ 스틸사진.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제공 <‘리메인’ 스틸사진.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제공>

◇ 화면의 삼분할! 세 명이 서로 다른 공간에 남아있게 되는 이야기!
 
<리메인>은 화면이 삼분할 되는 장면이 여러 번 존재한다.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를 알기 이전에는 미장센을 위한 카메라 구도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직접 관람하면 영화의 제목을 시각화하고 마지막 결론을 표출하기 위한 이미지적 암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화장실 문을 연 채로 앉아있는 수연의 모습은 문 앞 두 개의 거울을 통해 비친다. 문이 열린 화장실과 양옆 두 개의 거울로 화면이 삼분할 되는 것이다. 실제 수연은 가운데에 있고, 서로 다른 두 개의 거울에도 수연의 얼굴이 있는 것이다. 거울은 수연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수연의 모습을 담으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혁의 일터인 공사장에는 아직 출입문을 만들지 않았거나 출입문이 없이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있고 그 양쪽은 벽으로 막혀 있는 건물이 있다. 문이 없는 통로와 양옆 두 개의 평평한 벽으로 화면이 삼분할 된다. 가운데 통로로는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지만, 양쪽 벽은 사람이 지나갈 수 없는 공간이 된다.
 
두 장면의 공통점은 가운데 좁은 직사각형의 네모와 양옆의 더 큰 두 개의 사각형 구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연 전에 수연과 준희가 같이 있는 대기실의 모습 또한 그런 구도로 펼쳐지는데, 열린 문 사이로 수연과 준희의 모습이 같이 보인다는 점이 중요하다.
 
<리메인>에서 수연과 준희는 차츰 가까워지고 어느덧 춤을 통해 치료를 넘어선 몸과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결국 세혁, 수연 그리고 준희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남아있게 되는데, 삼분할 장면이 만든 이미지는 결국 공간과 영역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 무용 장면이 가장 역동적이다
 
영화 초반 무용 장면에서 무용수 손가락의 움직임은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리메인>에서 이야기가 빠른 속도로 역동적으로 펼쳐지지는 않는데, 영화 속에서 가장 역동적인 장면은 무용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리메인>에서 세혁과 수연 사이의 성불감증은 천천히 축적된 심리적 요인 때문이라고 알려주는데, 굳어버린 수연의 마음을 녹인 것은 따뜻한 위로의 말보다 같이 춤을 출 때의 교감이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만약 수연과 준희의 교감이 주로 대사로 표현됐으면 어쩌면 두 사람의 교감보다 다른 사람과의 불감이 더 강조됐을 수도 있기 때문에 관객은 더욱 불편해졌을 수도 있다. <리메인>에서 춤과 음악은 정서적인 완충을 할 수도 정서의 증폭을 할 수도 있는데, 대사로 표현될 때보다 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 표정의 변화를 강하게 표출하지 않으면서도, 지금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알 수 있게 전달한 이지연
 
표정 연기를 강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지금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알 수 있게 전달하는 이지연의 연기는 무척 인상적이다. 이지연의 연기를 보면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출한다기보다는, 감정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하준과 무대에서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눈빛이 촉촉하게 살아있었는데, 연기자가 아닌 실제 무용수가 아닐까 잠시 생각하게 만드는 집중력과 몰입감을 발휘한 것이다. 이지연의 연기는 감독의 디렉팅에 의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한수연 캐릭터에 대한 본인 스스로의 해석과 몰입 덕분이었던 것인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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