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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전주국제영화제(1) ‘앙상블’ 인지왜곡과 투사, 자존심과 자존감, 역지사지

발행일 : 2019-04-15 19:12:38

정형석 감독의 <앙상블(Ensemble)>은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Jeonju IFF) 뉴트로 전주 섹션 상영작이다. 전주에서 야외 마당극 준비를 하는 공연팀의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구성된다.
 
연출자 영로(김승수 분)와 조연출자 세영(서윤아 분). 배우 만식(이천희 분)과 그의 아내 혜영(김정화 분). 그리고 공연팀의 막내인 주영(최배영 분)과 한옥 마을 등에서 버스킹 음악을 하는 민우(유민규 분), 이들 세 연인의 따뜻하고 가슴 아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앙상블’ 스틸사진.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앙상블’ 스틸사진.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제공>

◇ 인지왜곡과 투사는 세영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일 수도 있다
 
<앙상블>의 첫 번째 이야기는 영로와 세영의 이야기이다. 10년을 같이 있으니 영로와 가치관, 세계관, 인생관이 닮아간다고 세영은 말한다. 세영은 가난한 연극 연출가이자 아이도 있는 영로를 좋아하는데, 영로는 세영에게 싫다고 말한다.
 
자신이 영로를 좋아하는데 영로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밀어붙이면서 영로와 자신은 케미가 좋다고 말한다. 세영의 인지왜곡과 투사는 세영의 의식이 두 사람의 관계성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영의 무의식이 선택한 것일 수 있는데, 현재 상황에서 세영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일 수도 있다.
 
있는 그대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경우 세영이 마음을 접는 게 맞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인데, 세영의 말에는 그렇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세영은 자신이 타임루프에 빠졌다고 우기기도 하는데, 같은 시간이 반복되기를 바라는 것은 다시 기회를 얻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영로가 말하는 싫다는 의미는 어쩌면 진짜 싫은 게 아니라 자신이 없거나 여력이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앙상블>에 나오는 세 명의 남자 주인공은 모두 감독의 분신일 수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지 않아도 내적 자신감과 용기가 강한 여자가 바라는 사랑의 앙상블
 
<앙상블>의 두 번째 이야기를 보면서 주영이 빨리 포기하고 정신 차려야 한다고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고, 마음이 시키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모습에 매우 안타깝게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지금 시대는 운명을 믿지 않고, 낭만이 없다고 말하는 주영은 자존심을 다치지 않으려고 시도조차 못 하는 캐릭터가 아닌, 적극적인 도전을 하는 캐릭터이다. 내적 자존감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는 상대방을 기다릴 만큼 기다려주는 포용력도 발휘한다.
 
전 여친을 잊지 못해 집 앞을 찾아가 쳐다보다 오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 옆에서 같이 있어주는 또 다른 여자의 심정은 어떨까? 누구에게 감정이입하느냐에 따라 <앙상블>은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기타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민우는 주영의 애인은 되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계속 팬클럽이 돼 달라고 요구한다. <앙상블>은 남자의 이기심을 매우 쪼잔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합리화라기보다는 자기반성의 표현이라고 보이기도 한다.
 
◇ 서로 아직 좋아하는데 이별해야 하는 이유는?
 
<앙상블>의 세 번째 이야기는 처음에 앞의 두 이야기와는 다른 정서와 관계를 형성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더 깊은 곳에서는 같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 서로 아직 좋아하는데 이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결심하게 되는 마음, 머리로는 되는데 아직 회복되지 않는 마음에 영화는 귀 기울인다.
 
실제로 만식과 혜영이 헤어져야 하는 이유는 마음이 아닌 돈일 수도 있다. <앙상블>을 보면서 만약 그들에게 돈이 충분했다면 마음이 회복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 세 가지 옴니버스에서 공통적인 남자의 마음! 좋다고 할 때는 거부하다가 떠나겠다고 하니까 아쉬워하는 미묘한 감정의 디테일
 
<앙상블>은 옴니버스로 구성된 이야기인데 연결고리가 있다. 서로 별개의 이야기가 아니고, 그 연결고리에는 공통된 정서가 들어있다. 실제로 관람하면 다른 사람들의 같은 이야기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앙상블>의 남자들은 여자가 좋다고 할 때는 거부하다가 떠나겠다고 하니까 아쉬워한다. 이기적인 남자의 마음과 미묘한 감정의 디테일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기적이고 싶어서 이기적인 게 아니라, 다 삶에 얽매어 있어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앙상블>은 누구에게 감정이입해 몰입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관객은 자신과 같은 입장에서 감정을 공유할 수도 있고, 역지사지할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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