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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다시, 봄’ 어제와 같은 무료한 오늘이 축복일 수 있다

발행일 : 2019-04-09 17:53:49

정용주 감독의 <다시, 봄>에서 영화 초반 미련이 있는 남자와 단호한 여자의 만남은 시선을 끄는데, 시간이 거꾸로 가면서 그들의 정서가 서로 바뀌는 디테일이 주목된다. 하루씩 어제로 흐르는 시간을 살게 된 여자는, 그냥 시간을 거꾸로 사는 게 아니라 시간의 단절과 점핑을 겪으며 감정의 단절과 점핑까지 감당해야 하는데, 이는 몰입해 감정이입한 관객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영화는 지나온 과거의 숨겨진 진실을 보여주면서 선입견과 편견이 얼마나 무섭고 위험한지도 알려준다. 어제와 같은 무료한 오늘이 축복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감동의 여운으로 작용한다.

‘다시, 봄’ 스틸사진. 사진=iMBC, 26컴퍼니 제공 <‘다시, 봄’ 스틸사진. 사진=iMBC, 26컴퍼니 제공>

◇ 미련이 있는 남자, 단호한 여자! 시간이 거꾸로 가면서 그들의 정서가 서로 바뀐다?
 
<다시, 봄> 초반에 “만약에 우리가 이런 상황이 아닌 다른 상황에서 만났으면 어땠을까?”라는 호민(홍종현 분)의 질문에 은조(이청아 분)는 놀러 온 거 아니라고 대답한다. 호민이 같은 질문을 다시 하자, 은조는 “인생에 만약은 없다”라고 대답한다.
 
영화는 죽으려고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미련이 남은 남자와 단호한 여자의 모습을 극명하게 대비해 보여준다. 각자의 성격을 분명하게 설정한 것인데, 시간이 거꾸로 가면서 그들의 정서가 서로 바뀌는 영화 속 디테일은 무척 인상적이다. 한 번에 바뀌지 않고 꾸준히 바뀌기 때문에, 관객은 그 과정까지 감정이입해 공감할 수 있다.

‘다시, 봄’ 스틸사진. 사진=iMBC, 26컴퍼니 제공 <‘다시, 봄’ 스틸사진. 사진=iMBC, 26컴퍼니 제공>

호민과 은조의 서로 다른 성격과 생각은 이질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질적이지 않고 더 잘 어울릴 수 있다고 영화 초반에 추측되기도 한다. 감정과 정서, 생각의 교차와 혼합, 재분리를 할 때의 변화를 <다시, 봄>은 잘 살리고 있다. 자살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감성적이고 따뜻한 설렘으로 승화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 하루씩 어제로 흐르는 시간을 살게 된 여자 은조! 그냥 시간을 거꾸로 사는 게 아니라, 시간의 단절과 점핑을 겪으며 감정의 단절과 점핑까지 감당해야 한다
 
<다시, 봄>에서 죽었다가 살아난 은조는 하루씩 어제로 흐르는 시간을 살게 된다. 예를 들어 지금이 7월 23일 23시 59분 59초라면 1초 후에 24일 0시 0분 0초가 되는 게 아니라, 1초 후에 22일 0시 0분 0초가 되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하루 전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48시간 전, 즉 이틀 전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다시, 봄’ 스틸사진. 사진=iMBC, 26컴퍼니 제공 <‘다시, 봄’ 스틸사진. 사진=iMBC, 26컴퍼니 제공>

24시간을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공유하며 같이 살았다가, 다음날을 같이 맞이하는 게 아니라 은조만 홀로 48시간 이전으로 점핑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과거로 가며 매일 시간을 점핑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틀 단위로 다시 점핑하는 삶은, 시간의 단절만 포함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쌓아온 감정과 기억의 단절과 점핑을 모두 포함한다.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포함한다.

‘다시, 봄’ 스틸사진. 사진=iMBC, 26컴퍼니 제공 <‘다시, 봄’ 스틸사진. 사진=iMBC, 26컴퍼니 제공>

이청아는 언론/배급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가 타임슬립 무비가 아닌 타임 리와인드 무비라고 밝혔는데, 타임슬립을 부정한 것이라기보다는 타임 리와인드를 강조한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2016년 제작돼, 2017년 10월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또한 <다시, 봄>과 같이 매일 자정이 되면 48시간 전으로 이동하는 타임슬립 영화이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한 달 동안 주인공의 시간이 거꾸로 갔는데, <다시, 봄>은 훨씬 더 오랜 시간 지속되기 때문에 관객 또한 <다시, 봄>에서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을 일시적인 상황이 아닌 현실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다.

‘다시, 봄’ 스틸사진. 사진=iMBC, 26컴퍼니 제공 <‘다시, 봄’ 스틸사진. 사진=iMBC, 26컴퍼니 제공>

◇ 지나온 과거의 숨겨진 진실! 어제와 같은 무료한 오늘이 축복일 수도 있다?
 
<다시, 봄>에서 지나온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은조는 자신이 분노하고 억울해했던 사건이 자신이 알고 있었던 것과 정반대였다는, 숨겨진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은조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당연히 그랬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많은데, 같이 반성하게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어제와 별로 달라지지도 나아지지도 않은 오늘에 매우 답답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다시, 봄>은 어제와 같은 오늘이 축복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 그렇지만 결과를 빨리 얻지 못하는 사람들일수록 매일이 초조하고 불만스러울 수 있는데, <다시, 봄>은 잠시 멈춰 서서 오늘을 바라보게 만든다. 영화의 제목에 ‘다시’와 ‘봄’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다시, 봄’ 스틸사진. 사진=iMBC, 26컴퍼니 제공 <‘다시, 봄’ 스틸사진. 사진=iMBC, 26컴퍼니 제공>

‘만약에 내일 일어날 일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바람과 판타지는 미래를 미리 알고 싶은 마음과 함께 대비하며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인데, <다시, 봄>에서 이미 알고 있는 과거로 돌아가도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거의 없다는 것을 보며 관객은 미래를 미리 아는 것보다 현재에 충실한 게 더 낫다고 느낄 수도 있다.
 
<다시, 봄>에서는 이청아와 홍종현 이외에도 은조의 딸 예은 역의 아역배우 박소이의 연기가 무척 돋보인다. 미조 역 박경혜와 준호 역 박지민은 이청아의 존재와 내면을 제대로 반영해주는 연기를 펼치는데, 툭 튀어나온 느낌이 아닌 계속 같이 있었던 같은 자연스러움을 전달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시, 봄>은 인연은 계속 반복된다는 가정을 깔고 있는데, 배우들의 연기 또한 그런 정서를 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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