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국악

[ET-ENT 국악]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경극을 품은 창극, 감정과 정서의 이동을 자연스럽게 안내한 디테일

발행일 : 2019-04-06 12:16:37

우싱궈 연출, 린슈웨이 극본/안무, 이자람 작창/음악감독, 국립창극단 창극 <패왕별희>가 4월 5일부터 1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주조연의 캐릭터가 모두 살아있고, 연극적 재미를 살린 스토리텔링의 전달력이 주목된 작품이다.
 
창극 초반 유방(윤석안 분)을 응원하던 관객은 어느새 반대편에 있는 항우(정보권 분)에게 감정이입하게 되는데, 감정과 정서를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만든 설정과 디테일이 돋보인다. 경극의 묘미를 살린 우희 역 김준수의 춤과 노래도 인상적이다.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캐릭터들이 모두 살아있다! 연극적 재미를 살린 스토리텔링 전달력!
 
<패왕별희>는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 날마다 밤마다 강가에서 내려온 전설이라고 맹인노파(김금미 분)가 알려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국악 라이브 연주로 진행되며, 무대에서 관객석으로 직접 이어지는 통로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통로를 연상하게 만든다.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테마와 각자의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패왕별희>는 주조연이 모두 부각되는 작품이다. 장량(유태평양 분)과 범증(아부)(허종열 분)의 설전에 긴장감이 증폭되는데, 각자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의 흥미는 점점 높아질 수 있다.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넘어간 한신(최용석 분)의 이야기를 할 때도 사건보다는 사람을 보게 연출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이다. 나를 위해 비추는 거울로 자신이 가진 가치를 반영하고 인정해준다는 것의 의미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더 많이 하도록 마음먹을 수 있다.
 
등장인물이 내면의 독백을 할 때 조명은 그 사람만 비추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정지하기도 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다. 모든 말을 창으로 표현하려고 하지 않고, 과감하게 대사를 사용한 점도 눈에 띄는데, 정서를 살리는 부분에서 노래를 활용하고, 스토리텔링을 공유하는 부분에서는 마치 연극을 하듯 명쾌하게 대사를 사용했다.
 
역사적인 기존 지식이 없어도 이해가 가능하게 이번 공연을 만들었다는 점은 무척 긍정적이다. 관객이 스토리텔링을 이해하지 못해 좌절하는 것을 방지하고, 공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 감동을 선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창극 초반 유방을 응원하던 관객은, 어느새 반대편에 있는 항우에 감정이입해 있을 수도 있다? 감정의 이동을 자연스럽게 안내한 디테일!
 
<패왕별희>의 주인공은 항우인가 유방인가? ‘패왕별희(霸王别姬)’는 ‘패왕과 우희의 이별’을 뜻하기 때문에 패왕인 항우와 우희가 주인공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국립창극단의 <패왕별희>는 제1부가 유방의 이야기였다면, 제2부는 항우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서로 상대편에 있는 사람이 주된 이야기를 이끌기 때문에 이어지는 감정선의 단절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유방에서 항우로의 시점과 정서의 이동을 무척 자연스럽게 만든 설정과 디테일이 돋보인다.
 
정서의 전환을 하는 인물은 맹인노파와 야경꾼(이영태, 김형철, 우지용, 남해웅 분)인데, 야경꾼 중에서는 야경꾼 갑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야경꾼 갑에 관객들의 호응이 좋았는데, 긴장을 이완하게 만들고 피로감을 해소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인터미션 후 분위기 환기시키며 관객을 긴장에서 풀게 만들었기 때문에, 우희의 등장에 관객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듯 느끼기보다는 바로 감정이입할 수 있는 것이다.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경극을 품은 창극! 여자 역의 남우 김준수, 완전히 여자처럼 보이게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남자로 그대로 남아있지도 않게 표현해 경극적 묘미를 살린 김준수!
 
<패왕별희>가 경극을 품은 창극이라는 점 또한 무척 의미가 있다. 경극에서 여자 역의 남우(남자배우)는 색다른 분위기를 만드는데, 김준수는 경극 분위기를 잘 살려 우희 역을 소화했다.
 
그렇다고 너무 여성스럽게 보이려고 하지도 않았고, 남성적인 면이 그대로 남아있어 몰입이 안 되게 만들지도 않는 등 김준수는 표현의 수위와 범위를 절묘하게 설정해 경극적 묘미를 살렸다. 그간 판소리와 창극을 통해 남성적 소리, 여성적 소리를 모두 소화했던 김준수의 저력이라고 여겨진다.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경극은 춤도 노래 못지않게 중요한 장르이다. 김준수는 유연성을 발휘해 부드러운 춤을 소화했고 디테일한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연습을 했을 것이라는 게 느껴진다.
 
우희가 춘 춤의 뒷부분에 펼쳐진 김준수의 역동적인 칼춤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창극 속 우희와 김준수를 모두 멋지게 보이도록 만든 시간이었다. 우희가 한 마지막 결단이 약해서가 아닌 강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사전에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유방의 부인 여치(이연주 분)는 남자 못지않게 높은 야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우희와 여치는 캐릭터가 겹치지 않아야 하면서도 그렇다고 서로 너무 동떨어진 면만 부각됐으면 관객에게 불편함을 줬을 수도 있는데, 캐릭터의 설정과 표현 모두 훌륭했다고 느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