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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빨래’ 가사전달력 좋은 윤진솔, 부드럽고 서정적인 강기헌

발행일 : 2019-03-14 21:27:28

추민주 작/연출, 민찬홍 작곡, 씨에이치수박 제작, 뮤지컬 <빨래>가 동양예술극장 1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다. 14년이 넘는 동안 롱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위로와 공감, 동질감과 함께, 상황이 변해도 애환과 정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찾을 수 있다.
 
윤진솔은 가사전달력이 좋아 관객이 등장인물의 감정에 밀착하게 만들었고, 강기헌은 부드럽고 서정적인 뮤지컬 넘버로 듣는 즐거움을 높였다. 윤진솔과 강기헌의 멋진 이중창은 국적이 다른 두 등장인물의 사랑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빨래’ 공연사진. 사진=씨에이치수박 제공 <‘빨래’ 공연사진. 사진=씨에이치수박 제공>

◇ 1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롱런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빨래>가 1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롱런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뮤지컬을 보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결핍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민들의 애환을 다루면서 위로와 공감을 선사한다. 서울 사는 게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동질감을 주는데, 다른 나라나 타 지역에서 서울로 온 사람들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계속 살던 사람들도 공감하게 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동네가 있지만 서울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초연일 때와 시대적 상황이 변하긴 했지만, 뮤지컬 속 사람들의 애환과 정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삶이 막막한 사람들, 마음 놓고 누군가 앞에서 울 사람도 없는 사람들의 마음은 시대와 공간에 상관없이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빨래>를 보면서 공감하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빨래’ 공연사진. 사진=씨에이치수박 제공 <‘빨래’ 공연사진. 사진=씨에이치수박 제공>

처량한 이야기 후에 노래 또한 처량하게 펼쳐진다면 분위기는 쳐질 수 있는데, <빨래>는 그런 상황 후에 바로 빠른 뮤지컬 넘버와 역동적인 춤으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신파에 오래 머물지 않게 하면서, 강약 조절, 완급 조절을 하는 것이다.
 
서나영(윤진솔, 권소이 분), 솔롱고(김지휘, 강기헌 분), 주인할매(장이주, 최민경 분), 희정엄마(허순미, 김지혜 분), 구씨(류경환, 심윤보 분), 빵(박정표, 정평 분), 마이클(서인권, 나경호 분), 여직원(김유정, 서지예 분)의 캐릭터가 겹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된다. 관객은 여덟 명, 1인 2역까지 포함하면 열 명이 넘는 등장인물 중 최소한 어느 한 명 이상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라는 표현은 <빨래>의 정서를 함축적이고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빨래’ 공연사진. 사진=씨에이치수박 제공 <‘빨래’ 공연사진. 사진=씨에이치수박 제공>

◇ 가사전달력이 좋아 감정에 밀착하게 만드는 윤진솔, 부드럽고 서정적으로 뮤지컬 넘버를 소화한 강기헌
 
필자가 관람한 회차에 서나영 역으로 출연한 윤진솔은 대화할 때뿐만 아니라 노래를 할 때도 높은 가사전달력을 보여줬다. 편안하고 정확하게 전달된 메시지는 정서적인 공감을 높이는 역할도 했다.
 
“넌 참는 게 지겹지도 않니?”라고 물을 때 진짜 짜증이 난다는 듯 실감 나게 표현한 윤진솔은 서나영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비현실적으로 밝게 표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관객이 희망을 가질 수 없도록 우울하게 표현하지도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캐릭터에 현실성을 부여하면서도, 극을 살리는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는 점. 필요할 때 서나영 캐릭터를 반짝이게 표현할 수 있다는 돋보인다.
 
강기헌은 부드럽고 서정적으로 뮤지컬 넘버를 소화해 듣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윤진솔과 함께 이중창으로 노래를 부를 때 화음은 더욱 인상적이었는데, 멋진 이중창은 국적이 다른 두 사람, 강원도 처녀와 몽골 청년의 사랑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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