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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진심이 닿다’(10) 유인나의 프로이디안 슬립, 이동욱의 프로이트의 말실수

발행일 : 2019-03-12 15:14:05

박준화, 최지영, 이영옥 연출, 이명숙, 최보림 극본, tvN 수목드라마 <진심이 닿다> 제10회에서 유인나(오진심 역)와 이동욱(권정록 역)은 주말에 집으로 와서 영화를 같이 보자고 하면서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오해할까 염려하는데, 의식적으로는 오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우려하지만 무의식은 원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대사가 튀어나왔을 수 있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프로이디안 슬립(프로이트의 말실수, Freudian slip)
 
<진심이 닿다>에서 내뱉은 후 상대방이 오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말과 그 말을 한 것에 대해 속마음을 표현한 독백은 내면의 진짜 마음을 드러낸 프로이디안 슬립(Freudian Slip)에 해당한다. 프로이트의 말실수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억압된 무의식이 의식에 개입해 속마음을 들켜버리는 말을 하는 것을 뜻한다.

실수로 말하는 것도 사실은 말실수가 아니라 내면에 그렇게 생각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프로이디안 슬립인데, <진심이 닿다>에서 프로이디안 슬립을 디테일 있게 따라간다면 유인나와 이동욱의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프로이디안 슬립을 제대로 이해하면 시청자는 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이 한 말실수 같은 말이 강력한 암시의 기능을 한다는 것을 캐치할 수 있다. 작가나 연출의 경우 프로이트의 말실수를 제대로 살리면, 다른 장치 없이도 정서적인 암시를 무척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 프로이디안 슬립을 하면서 감각적으로 프로이디안 슬립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유인나와 이동욱(의식의 차원에서는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진심이 닿다> 제10회에서 이동욱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면서 유인나는 “저 요즘 하루하루가 정말로 행복해요. 물론 변호사님이 옆에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라고 말한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대표님 말씀대로 정말 <로마의 휴일> 속 앤 공주 같습니다. 궁전이 지겨워서 뛰쳐나왔다가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이라고 이동욱은 말한다. 유인나는 “변호사님도 로마의 휴일 보셨어요?”라고 묻고, 이동욱은 “아, 명작 극장 그런데서 본 것 같은데, 기억은 잘...”이라고 대답한다.
 
“그건 아니지~, 로마의 휴일은 제대로 보셨어야죠. 내가 제일 애정하는 영환데”라고 유인나는 말하는데, 존댓말을 하던 유인나가 “그건 아니지~”라고 반말을 섞어 하면서 대화의 톤은 변하기 시작한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유인나가 이어서 “아, 우리 집에 <로마의 휴일> 블루레이 있는데, 같이 보실래요? 내일 토요일이잖아요. 저희 집에 놀러 오세요.”라고 말하자 이동욱은 “그러죠, 뭐”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대사에는 엄청난 프로이디안 슬립이 들어있다는 것을 <진심이 닿다>는 알려준다. 두 사람은 프로이디안 슬립이라는 개념을 직접적으로 떠올리지는 않지만, 각자 자신들의 말 속에, 말실수 속에 내면이 진정 원하고 있는 것이 따로 있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알고 있다. 물론, 각자 자신의 말은 단순히 실수였다고 스스로 강조하는데, 무의식이 한 프로이디안 슬립을 의식적으로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잠, 잠깐,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라고 유인나가 독백을 하고, “잠깐, 그러니까 내가 내일 오진심씨 집으로 간다는 거잖아.”라고 이동욱이 이어서 독백을 한다. “어떡해? 나 정말 순수하게 영화보자고 한 건데.”라는 유인나의 독백에 “난 그저 영화보러 오라고 하길래 그러겠다고 한 건데, 흑심 있다고 생각하는 건”이라고 이동욱이 독백하고, “아니겠지?”라고 유인나가 속으로 말한 뒤 차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겸연쩍게 웃는다.
 
“이럴 때일수록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더 어색해질 수도 있어.”라는 각자의 독백 후에 유인나는 “그럼 내일 봐요, 영화, 재밌겠다.”라고 말하면서 어색하게 웃는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마치 한 사람의 내면을 두 사람이 나눠 이야기하는 것처럼 표현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생각을 같은 속도로 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다.
 
두 사람의 프로이디안 슬립은 바로 현실에서 똑같이 이어지지는 않는 작은 반전을 줬지만, 언제든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두 사람의 독백처럼 상황과 장면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의 유인나와 이동욱처럼, 예상치 못한 말실수를 했을 때 단지 말실수일 수도 있지만 무의식의 내면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가정할 필요도 있다. 나도 모르는 내 의식이 모르는 나의 진심을, 내 무의식은 알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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