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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진심이 닿다’(8) 대상관계이론! 로날드 페어베언의 리비도적 자아, 반리비도적 자아

발행일 : 2019-03-04 14:59:39

박준화, 최지영, 이영옥 연출, 이명숙, 최보림 극본, tvN 수목드라마 <진심이 닿다> 제8회까지의 등장인물의 관계성을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로날드 페어베언(W. Ronald D. Fairbairn)의 ‘분열성 양태(split position)’ 모델에 적용하면, 등장인물의 내면 및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관계성과 스토리텔링을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로날드 페어베언의 리비도적 자아/흥분시키는 대상, 반리비도적 자아/거부의 대상
 
대상관계이론은 현재의 인간관계가 과거에 형성된 인간관계에서 영향을 받는다는 심리학 이론으로, 사람 사이의 관계성, 대인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대상관계이론 심리학자 로날드 페어베언은 삶의 목적은 본능의 충족이 아니라 관계라고 했다.
 
분열성 양태 모델의 핵심은 리비도적 자아/흥분시키는 대상, 반리비도적 자아/거부의 대상이다. 심리학을 적용할 때 같은 용어라도 학자마다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용어를 명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프로이트에게 리비도는 쾌락 추구였다면, 페어베언에게 리비도는 대상 추구라는 점이 중요하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분열성 양태 모델에서 완전한 고유의 자아는 본래 고유의 대상인 다른 사람과 완전하고 문제없는 관계를 리비도적 연결로 형성한다고 전제한다. 대상과의 완벽한 리비도적 연결이 침해받을 경우, 자아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아와 대상을 각각 견딜 수 있는 부분과 견딜 수 없는 부분으로 나눈다.
 
자아는 스스로 견딜 수 있는 부분인 ‘리비도적 자아’와 견디기 힘든 부분인 ‘반리비도적 자아’로 분리되는데, 이는 각각 대상이 되는 타인의 부분인 ‘흥분시키는 대상’과 ‘거부의 대상’과 연결된다. 나의 ‘리비도적 자아’는 상대방의 ‘흥분시키는 대상’과 연결되고, 나의 ‘반리비도적 자아’는 상대방의 ‘거부의 대상’과 연결되는 것이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즉, 강하게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나의 부분인 ‘리비도적 자아’는 나를 애타고 감질나게 만드는 타인의 부분인 ‘흥분시키는 대상’과 연결된다. 의존적인 나에 대한 혐오와 거부 또한 같이 형성되는데 나의 부분인 ‘반리비도적 자아’가 돼 상대방을 ‘거부의 대상’으로 대하게 된다.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면 이때 사용되는 리비도는 쾌락 추구가 아닌 대상 추구이다.
 
나와 리비도적 자아, 반리비도적 자아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할 수도 있고, 상대방과 흥분시키는 대상, 거부의 대상이 모두 다른 사람인지 같은 사람의 다른 면인지 궁금해질 수도 있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리비도적 자아와 반리비도적 자아는 모두 나이자, 내 안에 있는 나의 일부분이다. 흥분시키는 대상과 거부의 대상 역시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한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고, 그 사람 내면에 있는 다른 면을 뜻한다고 볼 수도 있다. 원래의 자아와 대상이 나눠진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같은 결국 같은 사람의 다른 면인 것이다.
 
◇ 제8회에서 리비도적 자아가 더 부각된 이동욱
 
삐치는 것과 반리비도적 자아는 비슷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디테일은 다르다. 삐치는 것은 기대했던 것이 충족되지 않아 못마땅해 마음이 토라지는 것이고, 반리비도적 자아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고 기대고 원하는 리비도적 자아에 대한 반감이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제8회에서 손성윤(유여름 역)과 단둘이 술을 마시고 온 이동욱(권정록 역)을 만나기 위해 유인나(오진심 역)는 이동욱의 집까지 찾아온다. 그곳에서 이상우(김세원 역)를 만나게 되고 “혹시, 정록이 여자 친구분?”이라는 이상우의 질문에 선글라스를 급히 쓰고 수줍게 “네~”라고 유인나는 대답했다.
 
질투만큼 불필요한 감정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하면서 이동욱은 유인나와 이동욱, 두 사람의 마음만 굳건하면 지난 일은 무의미한 거니까, 괜한 감정 낭비하지 말고 지금에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제7회 방송까지 유인나에 대해 반리비도적 자아를 보여줬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과 마음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나의 여신, 너의 여신, 우주의 여신”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기 시작한 이동욱은, “질투라는 감정, 되게 불필요한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좋아하게 되면 마음을 컨트롤할 수 없게 되나 봅니다.”라고 제8회 마지막에 고백한다.
 
16부 드라마 중 절반이 지난 현재, 아직까지도 이동욱이 반리비도적 자아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면 답답함에 드라마에 대한 흥미가 줄어들 수도 있는데, 제8회에 본격적으로 리비도적 자아를 드러내면서 전체 드라마 후반부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반리비도적 자아와 질투심의 충돌! 유인나에 대한 이동욱의 마음, 이상우에 대한 손성윤의 마음
 
<진심이 닿다> 제8회는 반리비도적 자아와 질투심이 충돌하면, 원래 마음인 리비도적 자아를 각성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질투심은 반리비도적 자아를 리비도적 자아로 변환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동욱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유인나에게 배려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반리비도적 자아와 다른 사람들의 적극적인 어필에 대한 질투심이 충돌했다. 자존심이 반리비도적 자아를 자극한다면, 질투심은 리비도적 자아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동욱은 보여줬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이상우가 다시 지속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거절해 왔던 손성윤에게는 헤어진 이후 좋은 마음이 남아있더라도(리비도적 자아), 더 이상 마음을 주면 안 된다는 마음(반리비도적 자아)이 남아있었다.
 
제7회까지는 손성윤이 이상우에게 필요 이상으로 차갑게 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유여름 캐릭터일 수도 있고, 검사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더 이상 마음이 남아있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고 추정됐었는데, 제8회 방송에서는 지금까지 반리비도적 자아가 강하게 나와서 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알려줬다. 아예 마음이 변한 게 아니라 반리비도적 자아가 더 우세했던 것이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이상우와 밥을 같이 먹겠다고 하면서도 빚을 갚는 것이라고 애써 명분을 부여하고, 오늘 당장 먹자고 하니까 바쁘다고 거절하는 모습은 자존심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반리비도적 자아를 유지했던 것을 한 번에 바꾸기 민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 또한 반리비도적 자아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이상우와 커플이 돼도 되냐는 김채은(이주영 역)의 도발적인 질문에 “하지 마, 노력. 아무리 노력해도 니가 원하는 대로 안 될 텐데. 실망이 클까 봐”라고 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손성윤의 질투심을 보여줬는데, 이런 질투심이 이상우에 대한 손성윤의 리비도적 자아를 부각되도록 만들지 지켜봐야 한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한 사람에 대한 어떤 사람의 리비도적 자아와 반리비도적 자아는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이상우에 대한 손성윤의 리비도적 자아와 반리비도적 자아는 동시에 존재했다는 것이다.
 
싫어했다가 좋아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꾸었다기보다는, 반리비도적 자아가 더 크게 작용했다가 이제 리비도적 자아가 전면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즉, 앞으로 언제라도 반리비도적 자아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인데, 분열성 양태 모델의 개념을 모르는 경우 단순히 변덕스럽기 때문에 그런다고 느낄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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