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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리노’ 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독백이 무척 공감되는 애니메이션

발행일 : 2019-03-02 10:00:00

라파엘 리바스 감독의 <리노(Lino: Uma Aventura de Sete Vidas, Lino - Adventure of Seven Lives)>는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작화와 영상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으로, 초반 도입부의 내용에 어른들 또한 무척 공감할 것이다.
 
내가 했다 하면 모든 게 엉망이 돼! 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나만 불행하다고, 내게는 불행이 너무 자주 찾아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리노의 모습이 자신과 같다고 느낄 수 있다. 슬프고 불행한 이야기이지만 지나치게 우울하지는 않게 진행되기 때문에, 감정이입해도 크게 상처받지 않고 힐링과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이다.

‘리노’ 스틸사진. 사진=일레븐엔터테인먼트, 해머픽쳐스 제공 <‘리노’ 스틸사진. 사진=일레븐엔터테인먼트, 해머픽쳐스 제공>

◇ 내가 했다 하면 모든 게 엉망이 돼! 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온 세상이 힘을 합해 나를 괴롭히는 것 같다면 어떨까? <리노>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시작한다. 내레이션으로 표현된 독백은 못생긴 고양이 분장 전문 파티 플래너 리노의 소심한 성격을 잘 드러낸다.
 
학교에서 가장 인기 없었던 아이였던 리노는 어른이 된 지금도 불운하다고 느낀다. 인형탈을 쓰는 것은 더 나은 직업을 구하기 전까지 잠깐 하기로 했던 건데 어쩌다 보니 벌써 6년이 흘렀다. 6년째 똑같은 생활을 반복되고 사람들은 비웃는다. 우스꽝스러운 탈을 보고 웃는 것인데, 리노는 자신을 보고 비웃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리노’ 스틸사진. 사진=일레븐엔터테인먼트, 해머픽쳐스 제공 <‘리노’ 스틸사진. 사진=일레븐엔터테인먼트, 해머픽쳐스 제공>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까? 뭔가 다른 일이 벌어질까?’라는 리노의 한탄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다. 세상일은 안 좋은 쪽으로 일어난다는 ‘머피의 법칙’이 떠오르는데, 불운이 연속되는 리노의 모습을 보면서 차마 웃을 수 없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조연우, 오은수, 방지원, 신정훈, 허성재, 박상우 등이 목소리 출연했는데 더빙 버전은 목소리를 통해 불행이 우리에게 벌어지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 감정이입하는데 도움이 된다. 영상의 캐릭터가 서양 캐릭터이지만, 한국어 더빙은 캐릭터의 모습이 주는 이질감을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

‘리노’ 스틸사진. 사진=일레븐엔터테인먼트, 해머픽쳐스 제공 <‘리노’ 스틸사진. 사진=일레븐엔터테인먼트, 해머픽쳐스 제공>

◇ 내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면? 만약 다른 존재가 된다면, 원래의 나로 돌아오고 싶을까?
 
<리노>에서 리노는 마법사 돈 레옹의 실수로 진짜 고양이가 된다. 갑자기 사람들이 나에게 칭찬하고 나를 보고 좋아하는 모습이 잠시 어리둥절하다. 대부분의 경우 갑자기 얻게 되는 호의를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리노는 바로 받아들이고 적응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객은 리노가 고양이로 변한 시간부터 행복만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는데, 모습이 변해도 반복되는 불운을 보면서 학습된 무기력, 학습된 무력감을 느낀 관객도 있을 것이다.

‘리노’ 스틸사진. 사진=일레븐엔터테인먼트, 해머픽쳐스 제공 <‘리노’ 스틸사진. 사진=일레븐엔터테인먼트, 해머픽쳐스 제공>

<리노>는 하나의 갈등이 해소되면서 더 큰 갈등을 만드는데, 그러면서 이야기가 확장된다. 애니메이션 마지막에 큰 갈등이 해소되면 다시 작은 갈등이 론칭돼 결말까지 긴장을 끌고 나가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리노>는 영화 전반부에 일찌감치 하나의 갈등을 해소하면서 더 큰 갈등을 격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갈등의 확대는 ‘이런 내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고 있다면?’이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해소되기 시작하는데, 나를 의미있게 만드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리노>는 알려주고 있다.

‘리노’ 스틸사진. 사진=일레븐엔터테인먼트, 해머픽쳐스 제공 <‘리노’ 스틸사진. 사진=일레븐엔터테인먼트, 해머픽쳐스 제공>

◇ 배경이 유화처럼 표현된 작화! 캐릭터를 인형처럼 표현한 애니메이션!
 
<리노>는 위협적일 수 있는 장면이 유화 같은 색감으로 완충해 표현한다. 색을 화려하게 사용하면서도 너무 원색적으로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화려한 색을 튀지 않고 어울리게 만든 점은 무척 훌륭하다.
 
캐릭터들은 인형처럼 표현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클로즈업된 장면에서 캐릭터는 더욱 인형처럼 보이기도 한다. 3D 애니메이션의 입체성을 살리면서도, 날카롭지는 않게 입체성을 드러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이다. 캐릭터의 입체성을 강조할 때, 배경은 2D 애니메이션처럼 정서적인 면에 더욱 중점을 둔 것이다. 기술력과 서정성을 조화롭게 배치했다는 점은 시각적인 측면에서 <리노>의 장점 중 하나이다.

‘리노’ 스틸사진. 사진=일레븐엔터테인먼트, 해머픽쳐스 제공 <‘리노’ 스틸사진. 사진=일레븐엔터테인먼트, 해머픽쳐스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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