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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글래스’ 많은 메시지와 해석 가능성을 제공하는 대사 “나는... 바로 너다”

발행일 : 2019-01-16 00:21:42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글래스(Glass)>는 진짜 악당은 우리 사이에 있고 진정한 영웅은 우리 안에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24개의 인격, 강철 같은 신체, 천재적 두뇌를 가진, 스스로를 슈퍼히어로라고 믿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나는... 바로 너다”라는 영화 속 대사는 많은 메시지와 해석 가능성을 제공한다. 진실과 사랑을 담은 손길엔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는 메시지는 정말 감동적인데, 결핍으로 인한 질주를 통제하는 방법으로 더 큰 힘이 사용될 수도 있지만 진실과 사랑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무척 큰 위로를 건넨다.

‘글래스’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글래스’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언브레이커블>, <23 아이덴티티>에 이은 <글래스> 3부작의 완성
 
<글래스>는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 <23 아이덴티티(Split)>에 이어 3부작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완결판이다. 제1편인 <언브레이커블>이 히어로와 악당의 대결이었고, 제2편인 <23 아이덴티티>가 비스트의 출연이었다면, 제3편인 <글래스>는 그 모든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그렇지만 <언브레이커블>과 <23 아이덴티티>를 관람하지 않고 <글래스>를 처음 본 관객 또한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영화는 친절하다. 다 알고 봐도 재미있지만, 아예 모른 채 봐도 재미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감독의 놀라운 연출력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글래스’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글래스’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글래스>는 치명적인 결핍이 있을 때 그 결핍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내면의 영웅성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편의 전편을 모르고 상상력을 발휘하며 관람하는 관객이 더욱 생생하게 몰입할 수도 있다. 물론, 다 아는 관객이 더욱 편하게 몰입할 수도 있다.
 
◇ 겹치지 않는 캐릭터의 매력
 
<글래스>에서 케빈(제임스 맥어보이 분)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학대로 발현된 해리성 정체장애로 비스트, 패트리샤, 데니스, 헤드윅, 배리, 제이드, 오웰 등 24개의 인격을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24번째 인격인 비스트는 맨손으로 벽을 타고 총에 맞아도 죽지 않는다. 인격의 변화가 마음과 정신의 변화뿐만 아니라 엄청난 신체적 변화를 만든다는 설정은 인상적이다.

‘글래스’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글래스’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데이빗 던(브루스 윌리스 분)은 강철 같은 신체 능력을 지니고 있다. 관객의 눈에는 착한 히어로로 보이는데 영화 속에서는 똑같이 위험한 존재로 인식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유리처럼 뼈가 잘 부러지는 희귀병을 앓고 있지만 천재적 두뇌를 가져 미스터리한 설계자로 활약하는 미스터 글래스(사무엘 L. 잭슨)는 히어로라기보다는 그냥 천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장 악인이라고 볼 수도 있는 인물의 신체적 능력을 가장 약하게 설정했기에 관객은 대놓고 글래스를 미워하기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글래스>는 선과 악을 완벽하게 분리하지 않고, 넘나들 수 있게 세팅했기 때문에 관객은 각자의 성향과 현재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다.

‘글래스’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글래스’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특별한 존재들을 연구하는 정신과 의사 엘리 스테이플 박사(사라 폴슨 분)와 비스트로부터 탈출한 유일한 생존자 케이시 쿡(안야 테일러 조이 분)은 비스트 앞에 용감하게 나서는데, 전편을 관람하지 않은 관객의 경우 관람하면서 호기심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
 
케빈 웬델 크럼, 데이빗 던, 글래스가 눈에 보이는 슈퍼히어로라면 케이시 쿡은 마음의 슈퍼히어로라고 느껴진다. 만약 케빈 웬델 크럼이 어머니로부터 사랑과 보호를 받았더라면 인격이 분열되지 않았을 것인데, 분열된 그의 인격이 무서워 도망가기보다는 이해하고 어루만지며 감싸 안으려는 케이시 쿡의 마음에 <글래스>의 관객들 또한 위로받게 될 것이다.

‘글래스’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글래스’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나는... 바로 너다”
 
“나는... 바로 너다”라는 영화 속 대사는 많은 메시지와 해석 가능성을 제공한다. 누구든 악당이 될 수 있고 영웅이 될 수도 있다는, 내가 주변의 악당이 될 수도 있고 내 안의 영웅을 끌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내 안에 다른 누가 들어와 있다면 어떨까? 내 안에 들어온 다른 인격이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까? 위협적인 자아, 다른 자아가 공존할 때 자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영화 속 반복되는 상황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관객이 스스로 찾도록 만든다.

‘글래스’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글래스’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진실과 사랑을 담은 손길엔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는 메시지는 정말 감동적이다. 내 내면의 영웅성에는 진실과 사랑이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고, 진실과 사랑은 내면의 영웅성을 끌어내도록 만들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을 나약하게 느꼈던 기억은 자신을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다고 결심하게 만든 기억으로 남는데, 결핍 극복을 위한 시도와 노력이 통제되지 못하고 질주할 때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 <글래스>는 생생하게 보여준다. 만약 <언브레이커블>, <23 아이덴티티>, <글래스>에 이은 후속편이 나온다면 어떤 세계관과 인간에 대한 시야를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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