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우 연출, 유영아 극본,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 제12회의 부제는 ‘나도 진혁 씨 덕분에 두려움이 뭔지 희미해졌어’이다. 선물을 줄 때 어떤 선물인지도 중요하지만, 선물을 주는 방법과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제11회와 제12회 방송은 보여주고 있다.
송혜교(차수연 역)에 대한 마음이 박보검(김진혁 역)의 용기와 장승조(정우석 역)의 안간힘으로 표현되는데, 상대가 가지고 싶은 것을 주는 사람의 용기와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려는 사람의 안간힘의 대비는 선물이 주는 가치와 의미, 감동,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 선물이 너무 커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면?
<남자친구>에서는 박보검의 소소한 선물과 장승조의 완벽한 선물이 대비를 이룬다. 장승조가 송혜교에게 선물을 할 때는 정말 비싸고 좋은 선물을 하고, 최고급 분위기에서 선물을 한다. 비싼 선물을 하면서도 장승조는 진심과 진정성이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런데 문제는 선물이 너무 좋아서 그 선물을 준 사람의 마음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선물을 준 사람의 마음은 가려진다는 것이다. 진정성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승조는 진심보다 선물이 더 크게 보이게 만든 것인데, 송혜교의 입장에서 볼 때는 너무 선물이 완벽해서 진심이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장승조는 좋은 선물을 의미 있게 전달하지는 못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 어떤 선물인지도 중요하지만, 선물 주는 방법과 타이밍이 중요하다
어떤 선물인지는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선물 주는 방법과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 만약 장승조가 좀 더 어설픈 방법을 사용해 인간적인 매력을 발휘하면서 선물을 줬다면, 송혜교에게 피식하는 웃음을 줬다면 어땠을까? 장승조가 강약 조절, 완급 조절을 했다면 최소한 송혜교에게 선물 전달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
반면 박보검은 반지를 줄 때 그냥 준 게 아니라, 마음을 풀어줘야겠다고 하면서 손을 잡고 그 손을 자신의 호주머니 안으로 가져온 후 필름통을 잡게 해 전달했다. 반지가 들어있는 곳은 반지함이 아닌 필름 케이스였는데, 사진 출사 데이트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소소한 이벤트로 의미를 부여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기보다, 상대방이 가지고 싶은 것을 줄 때, 선물의 가치와 감동, 행복은 커진다(실질적인 면, 심리적인 면 모두 해당된다)
송혜교가 경제적으로 가진 게 많지 않았거나 부를 어떤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겼으면 두말할 나위 없이 장승조의 선물이 효율적인 선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송혜교에게는 더 많은 재력보다 숨 쉴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다.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기보다, 상대방이 가지고 싶은 것을 줄 때, 선물의 가치와 감동, 행복은 커지는데, 실질적인 면, 심리적인 면 모두 해당된다. 박보검은 송혜교가 받으면 좋을 선물과 말을 하고, 장승조는 자신의 입장에서 주고 싶은 선물과 말을 한다는 점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송혜교를 향한 마음과 사랑은 박보검의 ‘용기’와 장승조의 ‘안간힘’으로 표현되는데 이 표현에는 무척 핵심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호텔은 차수연 대표님의 인생이에요.”라고 박보검이 말하자 “차수연 대표가 내 인생입니다.”라고 장승조는 대답한다. 의지와 마음을 표현한 것이지만 장승조의 자기중심적 사고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남자친구>에서 가정식에 약한 송혜교, 가정식이 먹고 싶은 송혜교는 정말 좋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보다 따뜻한 집밥을 먹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상대가 원하는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진짜 대접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줘야 한다. 그것도 적시에 줄 경우 효과는 배가된다.
평범함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알려주는 <남자친구>는 최고급 호텔에서의 식사보다 가정식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지 알려준다. <남자친구>는 드라마를 보고 나서 고급 식당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보다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싶게 만드는 드라마이다. 무척 긍정적인 설정으로, 평범함이 주는 가치를 판타지로 만드는 마력 발휘한다.
◇ 송혜교가 박보검에게 주는 선물 또한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쿠바호텔 정원 문제를 해결한 후에 송혜교는 박보검에 대해 포상을 내릴 때도 적정선을 유지했다. 아무리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어도 상대방이 부담스럽거나 상대방을 자존심 상하게 할 수 있으면 자제해야 한다는 것을 송혜교는 알고 있다.
박보검이 포상으로 받은 숙박권을 가족에게 줘 호텔에 머물게 됐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송혜교는 여러 가지 선물을 보낸다. 박보검과 그의 가족이 와인 선물 이외 거절했다는 것을 보고하면서, 객실 업그레이드 묻는 직원의 질문에 그것도 부담스러워하실 것 같다고 있는 방 잘 챙겨달라고 송혜교는 이야기했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내가 가진 게 많다고 억지로 주려고 하지는 않는 것은 마음까지 배려한 선물이라는 것을 송혜교는 알려주고 있다. 상대방이 행복하게 받을 수 있을 때 배려가 담긴 선물을 줘야 한다는 <남자친구>의 메시지는 큰 교훈을 남기고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