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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레드’(1) 그림과의 대화는 실제로 가능할까? 상징적인 의미일까,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

발행일 : 2019-01-09 16:50:08

신시컴퍼니 제작, 김태훈 연출, 연극 <레드>가 1월 6일부터 2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제64회 토니상 최다 수상작으로, 추상표현주의 시대의 절정을 보여준 화가 마크 로스코(강신일, 정보석 분)와 가상인물인 조수 켄(김도빈, 박정복 분)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는 2인극이다. 본지는 2회에 걸쳐 리뷰를 공유한다.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 수 있을까? 그림과의 대화는 실제로 가능할까?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실제로 가능한 일이라는 개연성을 열어둬야 할까? <레드>는 실제로 경험해 본 사람들이 느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로스코의 대사를 통해 전달하려는 시도를 반복한다.

‘레드’ 공연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레드’ 공연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 수 있을까? 상징적인 의미일까,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
 
<레드>에서 로스코는 그림이 고동치게 만들어 너에게 말을 걸게 해야 한다고 켄에게 강조한다. 그림이 너를 감싸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 수 있을까? 상징적인 의미일까,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 그림과의 대화는 실제로 가능할까? 만약 가능하다면 다 또한 그런 영광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을까?
 
<레드>는 그림과의 대화에 대한 질문을 반복해서 던진다. 그 대답 속에 ‘고동치다’라는 표현 또한 반복된다. 고동친다는 것은 심장이 심하게 뛰거나, 희망이나 이상이 가득 차 마음이 약동하는 것을 뜻한다. <레드>에서는 그림이 얌전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나를 흔들어 놓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레드’ 공연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레드’ 공연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그림과의 대화는 상징적인 표현일까, 아니면 실제 표현일까? 그림과의 대화는 상징적인 것 같지만 경험이 있는 사람은 실제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로스코가 강조하는 말에 더욱 공감할 수 있다. 미술관에 가면 특정한 작품 앞에서 30분, 길게는 1~2시간 동안 있는 사람이 있는데, 단순히 그림을 오래 보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림과 실제적인 대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우도 많다.
 
<레드>에서 로스코는 안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냥 좋은 것과 존중할 만한 것, 가치 있는 것의 차이에 대해 말한다. 현학적인 표현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비슷한 고민을 해 본 관객은 감동적으로 공감할 수도 있다.

‘레드’ 공연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레드’ 공연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 빨간색, 흰색, 검은색! 색이 담고 있는 의미!
 
<레드>는 색의 의미에 대해 관객들이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흰색과 검은색, 빨간색의 의미를 로스코와 켄은 다르게 해석한다. 서로 상반되는 해석을 하는데 서로 통하는 점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레드는 우울함을 상징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흰색이 죽음을 상징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색이 가지는 일반적인 이미지에 개인적인 경험, 개인적인 정서가 더해진 의미인데, 로스코와 켄은 각각 강한 절대적 진리처럼 자신의 소신을 밝힌다는 점이 눈에 띈다.

‘레드’ 공연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레드’ 공연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공연 처음에 켄은 흰색 상의를 입고 있었다. 극 후반부에는 로스코가 흰색 상의를 입는다. 흰색 상의를 입고 있을 때는 상대방이 핏대 세우며 하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제작진은 흰색에 수용의 개념을 넣었다고 여겨진다.
 
로스코는 계속 질문을 던진다. 색을 보고 떠오르는 느낌에 대한 계속되는 질문에 관객들은 어느새 마음속으로 대답하고 있을 수도 있다. 움직이게 만드는 대상은 그림을 보는 사람뿐만 아니라 공연을 보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레드’ 공연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레드’ 공연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2인극
 
<레드>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2인극이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은 관객석의 크기에 비해 무대가 큰 극장이다. 로스코와 켄은 각각 입장할 때 무대 가운데로 바로 들어오는데 아니라 문을 열고 빙 돌아서 들어온다.
 
문을 열 때 나오는 음향은 울리는데 입구와 작품 활동이 펼쳐지는 공간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빛을 모두 차단한 공간이긴 하지만 그렇게 작은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레드’ 공연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레드’ 공연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극 중에서도 공간의 창출이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는데, 문을 여는 음향은 연극적 공간의 크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음향이 단순히 큰 게 아니라 울린다는 것은 개방형 공간이 아니라 긴 공간을 포함한 폐쇄형 공간이라는 상징적으로 표현한다고 생각된다.
 
<레드>에서 두 명의 등장인물은 실제 무대 위에서의 붓질을 하는데, 광기 어린 움직임은 창작의 공간이 열정의 공간일 수도, 감정 폭발의 공간일 수도, 분노 폭발의 대리만족 공간일 수도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레드’ 공연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레드’ 공연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영화로 표현됐다면 클로즈업으로 순간은 더욱 강조됐을 수도 있지만 화면이 전환되면서 감정은 더 이상 뻗어나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레드>는 연극이기 때문에 색을 모두 칠하는 시간까지 등장인물과 관객 모두 감정선을 유지하며 그 감정이 점점 쌓아나가기 때문에 긴 여운을 남긴다는 점이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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