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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남자친구’(8-3) 송혜교와 박보검의 리비도적 자아, 반리비도적 자아

발행일 : 2018-12-26 00:01:02

박신우 연출, 유영아 극본,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 제8회까지 등장인물의 관계성을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로날드 페어베언(W. Ronald D. Fairbairn)의 ‘분열성 양태(split position)’ 모델에 적용하면, 송혜교(차수연 역)와 박보검(김진혁 역)의 내면 및 앞으로의 관계성, 앞으로의 스토리텔링을 예측할 수 있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로날드 페어베언의 리비도적 자아/흥분시키는 대상, 반리비도적 자아/거부의 대상
 
로날드 페어베언은 삶의 목적은 본능의 충족이 아니라 관계라고 했다. 분열성 양태 모델의 핵심은 리비도적 자아/흥분시키는 대상, 반리비도적 자아/거부의 대상이다. 심리학을 적용할 때 같은 용어라도 학자마다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용어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프로이트에게 리비도는 쾌락 추구였다면, 페어베언에게 리비도는 대상 추구라는 점이 중요하다.
 
분열성 양태 모델에서 완전한 고유의 자아는 본래 고유의 대상인 다른 사람과 완전하고 문제없는 관계를 리비도적 연결로 형성한다고 전제한다. 대상과의 완벽한 리비도적 연결이 침해받을 경우, 자아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아와 대상을 각각 견딜 수 있는 부분과 견딜 수 없는 부분으로 나눈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자아는 스스로 견딜 수 있는 부분인 ‘리비도적 자아’와 견디기 힘든 부분인 ‘반리비도적 자아’로 분리되는데, 이는 각각 대상이 되는 타인의 부분인 ‘흥분시키는 대상’과 ‘거부의 대상’과 연결된다.

즉, 강하게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나의 부분인 ‘리비도적 자아’는 나를 애타고 감질나게 만드는 타인의 부분인 ‘흥분시키는 대상’과 연결된다. 의존적인 나에 대한 혐오와 거부 또한 같이 형성되는데 나의 부분인 ‘반리비도적 자아’가 돼 상대방을 ‘거부의 대상’으로 대하게 된다.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면 이때 사용되는 리비도는 쾌락 추구가 아닌 대상 추구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나와 리비도적 자아, 반리비도적 자아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할 수도 있고, 상대방과 흥분시키는 대상, 거부의 대상이 모두 다른 사람인지 같은 사람의 다른 면인지 궁금해질 수도 있다.

리비도적 자아와 반리비도적 자아는 모두 나이자, 내 안에 있는 나의 일부분이다. 흥분시키는 대상과 거부의 대상 역시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한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고, 그 사람 내면에 있는 다른 면을 뜻한다고 볼 수도 있다. 원래의 자아와 대상이 나눠진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같은 결국 같은 사람의 다른 면인 것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박보검에 대한 송혜교의 반리비도적 자아가 폭발했다면?
 
일반적인 경우라면 송혜교는 관계성을 리드하는 박보검에게 의지하고 의존하는 리비도적 자아를 발현하면서, 동시에 그에게 의지하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아 ‘김진혁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나는 그에게 관심이 없어’,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아’라고 반복해서 말했을 수도 있다.
 
잘 모르고 보면 매우 변덕스럽게 마음을 바꾸는 사람과 상황이 있는데, 페어베언의 분열성 양태 모델로 보면 마음의 변덕이 계속 있는 게 아니라 동시에 존재하는 리비도적 자아와 반리비도적 자아 중 어떤 면이 지금 순간에 더욱 부각되느냐에 따라 그렇게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그렇지만 <남자친구>에서 송혜교는 반리비도적 자아를 본격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송혜교에게 그냥 감정이입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투사해 감정이입했을 경우 반리비도적 자아를 크게 드러내지 않는 송혜교의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시청자들도 있을 것이다. 나와는 다른 모습에 감정이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송혜교가 반리비도적 자아를 많이 드러냈으면 <남자친구>를 보면서 짜증내는 시청자들도 많았을 것이다. 이는 뻔한 스토리텔링이 되지 않게 만든 요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만약 박보검에 대한 송혜교의 반리비도적 자아가 폭발했으면 어땠을까? 반리비도적 자아를 충분히 드러내면서 두 사람이 가까워졌으면, 주변 사람들의 방해가 더욱 부각됐을 수 있다.
 
차화연(김화진 역), 남기애(진미옥 역)의 방해는 지금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는 비슷하게 어필할 수 있으나, 연민이 느껴지는 장승조(정우석 역)가 지금보다 더 나쁜 사람으로 표현되거나 혹은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반리비도적 자아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박보검
 
반리비도적 자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리비도적 자아와 비교하는 게 일반적인데, <남자친구>에서 각각 상대방에 대한 박보검과 송혜교의 리비도적 자아는 ‘애정 뿜뿜’하며 드라마 전반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본 리뷰에서는 반리비도적 자아의 측면만 주목해서 살펴보고 있다.
 
<남자친구>에서 송혜교가 박보검에 대한 반리비도적 자아를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면, 박보검은 송혜교에 대한 반리비도적 자아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박보검에게 반리비도적 자아를 드러냈으면 더 개연성 있는 인물이라고 느꼈을 시청자도 있겠지만, 반리비도적 자아를 크게 발현하지 않았기에 박보검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과정에서 더욱 개연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도 있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박보검이 분열성 양태 모델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반리비도적 자아가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16부작 중 제8회까지 진행된 드라마의 후반부에 박보검과 송혜교의 위기와 갈등이 더욱 부각된다면, 그 위기와 갈등이 외적 위기와 갈등에 머물지 않고 내적 위기와 갈등으로 이어진다면, 박보검 혹은 송혜교의 반리비도적 자아가 크게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두 사람의 사이가 멀어질 것이라고 단언하기보다는 그들의 내면이 지금 매우 힘들다는 것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 힘든 내면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멀어질지 더 가까워질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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