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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국악]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2) 실질적 1인 다역 소화한 김준수, 조유아

발행일 : 2018-12-13 01:54:30

12월 6일부터 2019년 1월 2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인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에서 춘풍(이광복, 김준수 분)과 오목(서정금, 조유아 분)은 실질적으로 1인 다역을 소화한다.
 
오페라 출연진의 성패를 가르는데 성악뿐만 아니라 연기도 중요하고, 창극과 마당놀이 또한 소리 못지않게 연기가 중요하다. 뮤지컬의 경우 연기자가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연기는 기본 요소이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필자가 관람한 회차의 <춘풍이 온다>에서 김준수와 조유아는 워낙 유명한 소리 실력뿐만 아니라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해 관객이 작품에 몰입해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마당놀이는 팀워크와 함께 주연과 꼭두쇠(최호성 분)의 개인 실력이 중요한데, <춘풍이 온다>의 출연진들은 최고의 예술을 펼쳐 마당놀이 특유의 시원하고 통쾌함을 선사하고 있다.
 
◇ 춘풍, 갓난아이 춘풍, 춘풍의 아버지, 초월 흉내 내는 춘풍! 다양한 연기를 소화한 김준수!
 
<춘풍이 온다>에서 김준수는 춘풍 역할만 전담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성인 춘풍을 포함해 4명의 연기를 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갓난아이였을 때의 춘풍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고, 춘풍의 아버지에 빙의된 연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추월(홍승희 분)의 흉내를 내는 춘풍을 표현할 때 김준수는 관객들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했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김준수의 소리는 맑은 남성의 정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목소리에 여성의 감성을 가지고 있다. 고수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혼자서 모든 역할을 하는 판소리 완창을 할 때 김준수는 멋진 남자 못지않게 감수성 있는 여자 역할도 원활하게 수행하는데, 그런 그의 능력은 추월 흉내를 낼 때 실감 나게 발휘된다.
 
만약 김준수가 하나의 색깔을 보여주는 연기만 했다면 춘풍 캐릭터를 이렇게 입체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김준수의 소리 실력뿐만 아니라 연기력이 <춘풍이 온다>를 생생하게 살리고 있는 것이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김씨의 몸종인 오목, 춘풍과 결혼한 오목, 남장 비장으로 변장한 오목! 다른 색깔을 가진 세 명의 오목을 표현한 조유아!
 
<춘풍이 온다>에서 오목은 상황에 따라 세 가지의 색깔을 발휘한다. 김씨(김미진 분)의 몸종인 오목, 춘풍과 결혼한 오목, 남장 비장으로 변장한 오목이다. 어떤 오목이냐에 따라 춘풍과의 관계성이 바뀐다는 점이 흥미롭다.
 
춘풍의 어머니인 김씨의 몸종으로서의 오목은 춘풍을 대할 때도 같은 위치를 유지한다. 춘풍에게 작은 응징을 가할 때도 강력한 응징자로서 행하지 않고 우연히 행동이 그렇게 되는 것처럼 표현한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김씨의 신임을 얻어 춘풍과 결혼하게 됐을 때는 서방님으로 대하기는 하지만 자신은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다. 몸종으로서의 오목보다 부인으로서의 오목은 상대적으로 더 소심하다고 볼 수도 있다.
 
반면에 남장 비장으로 변장한 오목은 확실하게 응징자, 훈육자의 자세를 취한다. 관객들이 가장 크게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통쾌한 해학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인데, 이때 조유아는 원래 비장인 것처럼 당당한 연기를 펼친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조유아는 세 가지 모습의 오목을 너무 다르게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확실하게 다른 정서를 만든다는 점이 주목된다. 관객에게 동일인이라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게 하면서도, 변화된 위상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조유아의 연기력은 <춘풍이 온다>의 감동을 증폭하게 만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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