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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팬텀(PHANTOM)’ 내가 뮤지컬배우 카이의 능력을 가졌는데, 팬텀의 결핍도 가졌다면?

발행일 : 2018-12-04 00:05:47

EMK뮤지컬컴퍼니 제작, 로버트 요한슨 연출, 아서 코핏 극작, 모리 예스톤 작곡, 김문정 음악감독 및 지휘, 뮤지컬 <팬텀(PHANTOM)>이 11월 30일부터 2019년 2월 17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사건보다 팬텀(임태경, 정성화, 카이 분)의 내면 갈등과 고통에 집중하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유령 취급을 받고 산다면 얼마나 힘들까, 부모가 나에게 가면을 씌운다면 얼마나 괴롭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관객은 진지하게 공감하면서 아파할 수 있다.

‘팬텀’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팬텀’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사건보다 팬텀의 내면에 집중한 이야기
 
뮤지컬 <팬텀>을 보면 같은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볼 때보다 훨씬 진지해지고 마음이 아프다. 관객은 환호하기보다는 숙연한 모습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두 작품에 비해 <팬텀>은 사건보다 팬텀의 내면 갈등과 고통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팬텀>은 시각적이고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의 변화가 적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화려함에서 승부수를 찾을 경우 미장센이 약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팬텀에게 감정이입할 경우 짧지 않은 공연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해 감동받을 것이다.

‘팬텀’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팬텀’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무대는 크고 웅장하나, 지나치게 위압감을 주지도 않고 엄청나게 화려하지도 않다. 오페라가 공연되는 시간을 표현할 때, 공연장 전체를 오페라 무대로 사용하지 않고 무대를 축소해 사용한다. 무대 또한 사건보다는 팬텀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팬텀이 주로 사는 지하 공간을 표현할 때 화려함과 섬뜩함을 동시에 극한으로 몰고 가지 않는 점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팬텀>의 무대는 신비함도 있지만 따뜻한 정서를 내포하고 있는데, 제작진은 팬텀의 내면을 관객에게 아픔으로만 전달하지 않고 공감할 수 있도록 온도차를 줄이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느껴진다.

‘팬텀’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팬텀’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유령 취급을 받고 살아야 한다면? 내 부모가 나에게 가면을 씌운다면?
 
현실에서 내가 유령 취급을 받고 살아야 한다면 어떨까? <팬텀>에서 팬텀은 본인을 어둠 자체라고 여긴다. 현재 팬텀을 지키고 있는 아버지 제라드 카리에르(박철호, 윤영석 분)는 젊었을(이현준, 윤전일, 알렉스 분) 때 팬텀에게 가면을 씌운다.
 
부모가 내게 씌운 가면은 평생 내가 써야 할 가면이 될 것이다. 팬텀을 팬텀 자체로 인정하고 보호하지 않았기 때문에, 팬텀은 가면 속에서 자신을 감추고 보호해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팬텀’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팬텀’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팬텀은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숨기고 감추기 위해 가면을 썼다고 볼 수 있지만, 어쩌면 팬텀이 가면 속으로 숨은 이유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가면을 쓴 팬텀은 보호하려고 했지만 가면을 쓰지 않을 때는 마주하려고도 하지 않았기에, 팬텀이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는 방법,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가면을 쓰는 것이었다는 점이 느껴지니 정말 마음이 아프다.
 
팬텀의 엄마인 벨라도바(김주원, 최예원 분)가 팬텀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사랑했다는 점은 팬텀뿐만 아니라 관객의 마음까지도 어루만지는 사랑이다.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엄마가 가면을 씌우는데, <팬텀>에서는 최소한 엄마의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팬텀’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팬텀’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내가 팬텀인데 내 주위에 필립 드 샹동 백작(박송권, 백형훈 분), 마담 카를로타(정영주, 김영주 분), 무슈 숄레(이상준, 최석준 분)가 있다면 어떨까? 미움보다 분노와 적개심이 더 크게 작용할 수도 있다. 팬텀에 온전히 공감할 수도 그렇다고 팬텀에게서 떨어져 나올 수도 없다는 점에 관객은 마음이 더욱 아플 수도 있다.
 
◇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의 카이! 절절한 고음의 감동을 선사한 김순영!
 
팬텀 역의 뮤지컬배우 카이는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팬텀의 이중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팬텀에게 공감해야 하는가?’에 대한 관객의 고민을 극대화하는 연기를 카이는 보여준다.

‘팬텀’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팬텀’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가면 쓰고 노래 부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제약은 물리적 제약뿐만 아니라 심리적 제약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와이어 액션을 소화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팬텀의 행동보다 내면을 더욱 절절하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이입해 연기를 하다 보면 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많이 받을 수도 있다.
 
크리스틴 다에(임선혜, 김순영, 이지혜, 김유진 분)를 키워주고 본인은 앞에 나오지 못한다. 당신 안에 있는 음악을 꺼내라, 때로는 꿈이 현실이 된다고 말하면서 정작 본인은 본인 안에 있는 것을 꺼내지 못하는 역할을 할 때 카이는 어떤 심경이었을지 궁금해진다.

‘팬텀’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팬텀’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크리스틴 역의 김순영은 성악을 전공했다. 뮤지컬 넘버를 부드럽게 부를 때보다 절절하고 아찔한 고음으로 노래를 부를 때 김순영은 더욱 큰 매력을 발산한다. 혼란스러움 속에서 두근거림을 주는 것은 크리스틴 캐릭터가 겪고 있는 상황인데, 김순영의 노래는 그런 감정을 배가하게 만든다.
 
<팬텀>에서 팬텀이 가면을 벗는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심지어는 커튼콜에서도 팬텀 역 배우의 얼굴을 전부 노출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팬텀이 가면을 벗었을 때 볼 수 있는 인물은 크리스틴이다.

‘팬텀’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팬텀’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잘생긴 카이가 가면을 벗은 모습을 보여줄 때 김순영은 그 얼굴을 보며 경악해야 한다. 김순영이 경악할수록 관객은 카이에게 측은지심과 안타까움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카이가 가면을 벗는다는 것 자체보다 김순영이 어떤 표정을 보여주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잘생긴 얼굴을 보면서 경악한 표정과 반응을 보여야 할 때, 김순영의 내면에 있는 괴리감은 얼마나 커질까? 그래서 그 후에 부르는 고음의 노래가 더욱 절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커튼콜 때 강렬한 환호로 더욱 따뜻한 위로를 카이와 김순영에게 보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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