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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양가감정과 결핍이 만든, 베토벤 음악의 위대함

발행일 : 2018-11-29 00:15:14

과수원뮤지컬컴퍼니 기획/제작, 추정화 작/연출, 허수현 음악감독, 김병진 안무감독의 창작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이하 <루드윅>)가 11월 27일부터 2019년 1월 27일까지 JTN 아트홀 1관에서 공연 중이다.
 
작품을 직접 관람하면 베토벤의 음악은 모차르트와는 다른 음악적 정서를 가지게 됐는지 알 수 있는데, 감동스러우면서도 베토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무척 아프다. 김주호와 김현진, 차성제는 1인 다역 및 다인 1역을 소화했는데, 첫공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멋진 케미를 보여줬다.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 모차르트와 베토벤 음악의 정서적 차이는? 양가감정과 결핍이 만들어낸 베토벤의 위대한 음악!
 
<루드윅>은 어두운 무대로 시작한다. 조명이 만든 깊은 정서는 베토벤다움을 느끼게 만든다. 작품 속에서 어린 시절 베토벤은 모차르트와 비교 당하며 좌절하고 괴로워한다. 그러면서도 피아노를 치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음악이 가지는 정서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두 음악가의 곡은 모두 웅장함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어디로 향하는가는 차이를 만드는데, 모차르트의 곡이 하늘로 날아가는 웅장함을 전달한다면 베토벤의 곡은 땅으로 더욱 깊게 들어가는 웅장함을 전달한다.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춤에 비유하자면 모차르트의 교향곡은 중력을 거스르고 튀어 오르려는 업바운스의 안무를 연상하게 만드는데 비해, 베토벤의 교향곡은 중력 안으로 들어가 중력을 다 장악해버리는 다운바운스의 안무를 연상하게 만든다.
 
<루드윅>에는 아버지가 베토벤이 어릴 적에 모차르트처럼 돼야 한다고 다그치는 장면이 나온다. 만약 베토벤이 음악을 더 이상 하지 못할 정도까지의 좌절과 결핍을 겪지 않았으면, 모차르트 계열의 작곡가가 됐거나 모차르트의 아류 작곡가가 됐을 수도 있다는 점을 <루드윅>을 보면서 추정할 수 있다.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귀가 들리지 않는 치명적인 결핍은 마음으로 피아노를 보게 만들었고, 더 깊은 곳의 울림을 절절하게 악보에 적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모차르트와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미운 감정만 가지고 있지 않고, 동경과 질투, 희망과 절망, 사랑과 증오, 빛과 그림자 등 양가감정(兩價感情, ambivalence)을 가졌다.
 
양가감정은 두 가지 상호 대립되거나 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베토벤의 양가감정은 베토벤을 힘들게도 만들었지만 움직이게도 만들었고, 동시에 가졌던 상반된 감정은 베토벤의 천재성으로 인해 음악적으로 승화된 것이다.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 베토벤 역할을 하는 세 명의 배우! 베토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공감하게 만든 김주호와 김현진, 차성제의 케미
 
<루드윅>에는 루드윅(김주호, 정희욱, 이주광 분), 청년(강찬, 김현진, 박준휘 분), 마리(김소향, 김지유, 김려원, 임남정 분), 발터 외(차성제, 함희수 분), 피아니스트(강수영 분) 등 네 명의 배우와 한 명의 피아니스트가 무대에 등장한다.
 
배우들은 1인 다역 및 다인 1역을 모두 소화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루드윅, 청년, 어린 루드윅을 맡은 세 명의 배우가 베토벤의 이미지와 서사를 함께 만든다. 첫공에서 김주호, 김현진, 차성제는 서로의 역할을 바꿔가며 입체적으로 베토벤을 표현했다.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김주호는 굵은 목소리와 감미로운 목소리를 모두 사용해 뛰어난 가창력을 발휘했다. 흥분한 상황에서 격정적인 연기를 펼칠 때도 대사 전달력이 좋아 관객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김현진의 목소리에는 슬픔이 내재돼 있는데, 맑게 노래를 부르면서도 슬픈 정서가 전달했다. 김주호와 김현진은 연기와 이중창에서 뛰어난 케미를 보여줬는데, 이중창을 부를 때 김현진은 김주호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공연사진.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김주호와 김현진의 케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관객들이 감정선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차성제의 뛰어난 연기력과 배짱이었다. 아역 배우인 차성제는 김주호와 김현진에게 기죽지 않고 연기를 펼쳤다. 서로 역할을 바꾸는 장면에서도 차성제의 연기는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베토벤이었으면 어렸을 때도 쉽게 기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느낌을 차성제는 보여줬다. 어린 나이에 연기파 대선배들과 같은 무대에서 시너지를 만든 경험은 차성제를 더 큰 배우로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겸손함을 유지하면서도 아티스트로서의 당당함을 키우는 멋진 배우가 되기를 응원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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