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청 주최로 초청된 댄스시어터샤하르(DTS)의 아동권리주제 넌버벌 발레 <신소공녀>가 관악문화관도서관 공연장에서 성황리에 공연됐다. 지우영 안무/연출로 진행된 이번 작품은 20일 덕성여대아트홀에서 공연됐고, 30일에 서울중현초등학교 대강당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실제 공연을 관람한 학생 관객들 중에는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동권리’라는 큰 틀보다는 그냥 ‘내 이야기’로 느꼈기 때문이다. 가족단위의 관람 후 재관람하는 어른들도 많은 공연인데,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도 결국 부모의 마음 또한 반영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아동권리’라는 큰 틀에서 볼 수도 있지만, 그냥 ‘내 이야기’로 보이기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신소공녀>는 아동권리, 아동인권을 몸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여가를 즐기며 놀 수 있는 권리인 레크리에이션권, 행복추구권을 담고 있다. 베개에 집착하는 아이인 소공녀(김하영 분)는 더 자고 싶고 침대에서 놀고 싶다. 엄마(이한나 분)를 비롯한 어른들은 베개를 던져버리고 가방만 들고 나타나 소공녀가 가방을 들게 만든다.
영상으로 표현된 영어학원, 미술학원, 음악학원, 수학학원 등 많은 학원 간판은 보기만 해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하루 종일 뭔가를 배워야 하는 소공녀의 모습에 학생 관객들은 정말 강하게 감정이입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관객석에서 느껴진다.

이날 낮 공연에는 훌쩍이는 학생 관객과 더 크게 울먹이는 학생 관객이 많았는데,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도 많았다. ‘아동권리’라는 큰 틀에서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렸을 수도 있지만, 무대 위에서의 모습이 그냥 ‘내 이야기’로 보이기에 울 수밖에 없었다고 느껴진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왜 놀고 싶은지를 이야기할 수도 없을 것인데, 어른들이 받아주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런 마음을 가지는 자기 자신이 미웠을 수도 있다. <신소공녀>는 그런 학생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기회, 답답한 마음을 울면서 풀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 복합공연,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시간
영상과 함께 지선영의 피아노 라이브 연주로 시작한 <신소공녀>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복합공연이다. 이동건, 이규완, 조수아, 김찬양, 송진, 김한샘, 차용현은 다양한 종류의 안무와 연기를 펼치고, 테너 민현기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노래를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신소공녀>는 전형적인 아동극의 형태로 안무와 움직임이 이뤄지지 않고, 어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수준급으로 진행된다. 레이저쇼를 비롯해 많은 볼거리가 공연에 녹아있는데, 불이 나는 장면을 묘사할 때는 무척 인상적이다.

◇ 부모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지만, 결국 부모의 마음을 반영한 이야기
직접적인 대화를 하지 않는 넌버벌극인 <신소공녀>에서 ‘엄마가 얼마나 널 사랑하는지 알지?’라는 영상 속 자막은 엄마의 억울함을 실감 나게 표현하고 있다. 아이를 괴롭히기 위한 행동과 선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노력과 배려를 인정받기보다는 반감에 대응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을 단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신소공녀>를 직접 관람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입장만 반영한 공연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도 있지만, 억울한 부모의 마음과 아이를 위한 사랑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단위로 관람했던 학부모들이 아이들 없이 재관람을 신청한다고 한다.

기존의 소공녀와는 다른 신소공녀의 모습은 어른들의 입장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 많이 보내는 게 미안한 게 아니라 더 많이 못 보내는 게 미안하다고 느끼는 부모들은, <신소공녀>를 보면서 스스로 아이에게 미안해하던 마음에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