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배일 감독의 <라스트 씬>은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SIFF2018, 서독제2018) 특별초청 부문에서 상영되는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국도예술관을 중심으로 기록된 지역 극장의 모습과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진 관객을 통해 영화와 극장의 의미에 대해 묻는 작품이다.
영화의 메이킹필름 같은 느낌과 연극적 공간을 영상으로 기록한 느낌을 동시에 주는 영화로, 사라져 가는 공간, 사라져 가는 다양성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담고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이 가진 안타까움은 결국 우리 시대의 안타까움으로 기억될 것이다.
◇ 영화의 메이킹필름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 + 연극적 공간을 영상으로 기록한 느낌을 주는 영화
<라스트 씬> 초반에는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영화관에서 선호하는 자리가 어디인지, 여타 다른 이유로 실제로 영화를 볼 때 선택하는 자리는 어디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 영화가 펼쳐지는 장소는 작은 영화관과 좁은 실내가 많기 때문에, 연극적 공간을 영상으로 기록한 느낌도 들고, 영화의 메이킹필름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등장인물을 다큐멘터리의 배우라고 볼 수도 있고, 영화의 스태프라고 볼 수도 있다.
세트가 아닌 좁은 공간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라스트 씬>을 찍으며 조명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한정된 조건에서 조명을 통해 인물의 입체감을 표현하려고 노력했고, 때로는 예술작품 같은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노력이 결실을 봤다고 볼 수 있다.
◇ 사라져가는 작은 공간! 사라져 가는 다양성!
<라스트 씬>에서 영화를 볼 때의 자리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취향으로 내가 좋아하는 공간, 자리일 수도 있고, 나에게 편안함, 안전감, 안정감을 주는 자리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작은 영화관들이 사라져간다는 <라스트 씬>의 내용을 생각하면 단순히 취향에 머무르는 문제가 아니다. 사라져가는 작은 영화관은 그 영화관에서 내가 선호하던 자리에 이제는 더 이상 앉지 못한다는 것을 뜻하는데, 그것은 나에게 편안함, 안전감, 안정감을 주던 시간과 공간을 빼앗아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떠나가는 공간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정은 공간 자체가 가진 의미로 바라볼 수도 있고, 그 공간 안에서 의미를 찾고 있던 사람들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라스트 씬>은 인터뷰를 통해 많은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작은 극장의 마지막이라는 큰 이야기를 통해,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라스트 씬>에서 영화 제목은 영화에서의 마지막 장면을 의미하기도 하고, 극장의 마지막 상영을 의미하기도 하고, 인생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의미하기도 하고, 현재가 가진 의미의 일단락을 뜻한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독립 영화가 계속 상영될 수 있는 장소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라스트 씬>에 담겨 있는데 그들에게 지키기는 우리들에게 기억하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거의 모든 상영이 디지털로 이뤄지기 때문에 현재도 필름 영화를 본 적이 없는 어린 관객들, 청소년 관객들이 있을 수 있는데, 시간이 더 지나면 ‘필름 영화’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영화 속 그들이 느끼는 안타까움은 결국 우리 시대의 안타까움으로 기억될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