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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국립무용단 ‘더 룸’ 삶에 들어가 있는 리듬감, 그 안의 움직임

발행일 : 2018-11-10 18:46:01

국립무용단 <더 룸>이 11월 8일부터 1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됐다. 김설진이 안무했고, 김현숙, 윤성철, 김미애, 김은영, 문지애, 황용천, 박소영, 최호종 등 8명의 무용수가 크리에이터로 출연했다.
 
<더 룸>의 전반부는 연극의 공간이고, 후반부는 무용의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연극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무용 공연에서 전반부가 정리하고 청소하고 창조하고 건설했다면, 후반부에는 파괴하며 발산하는 정서를 전달했다.

‘더 룸’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더 룸’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무용수들이 만드는 무언극의 연극
 
<더 룸>은 관객석의 불이 아직 켜져 있는 상황에서 관객이 입장하는 도중에 바로 시작한다. 무대 바닥을 높여 기존 무대보다 높은 위치에 설치된 방은, 관객들이 내려다보기보다는 공간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더 룸>은 연극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무용 공연이라고 볼 수 있다. 삶이 무용인 것으로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다. 안무가와 무용수의 감성으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개연성이 전달된다.

‘더 룸’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더 룸’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더 룸> 전반부는 추상적인 안무가 아닌 현실적인 움직임으로 펼쳐진다. 삶의 동작이 안무가 되는 것인데, 무용수들이 파티를 하면 저런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된다.
 
◇ 음악과 조명에 따라 달리 보이는 안무
 
삶에 들어가 있는 리듬감을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접하게 되는데, 같은 공간 안에서 여러 무용수들의 다양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음악과 음향효과, 조명에 따라 비슷한 동작도 다른 느낌으로 전달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더 룸’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더 룸’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더 룸>의 전반부가 연극적 공간에서 펼쳐지는 안무라면, 후반부는 무용의 공간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어둡지 않고 밝은 시간이 더 많았는데, 서정적인 음악과 불안감을 조장하는 음악이 교차되기도 했다. 밝은 음악에 맞춰 신경질적인 춤이 펼쳐지기도 했는데, 분노의 폭발이 느껴지기도 했다. 조명의 변화로 공포 영화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 <더 룸>에서 관객들이 가장 많이 웃었던 순간은?
 
이 작품은 크게 웃기기보다는 진지하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가장 관객들이 크게 반응한 순간은 작품 후반부에 부인이 실수한 척하며 남편을 때리는 장면이었다. ‘큭’하고 웃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관객들이 있었다.

‘더 룸’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더 룸’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옷을 아무 데나 벗어던지는 남편, 청소와 정리를 하면서 그런 남편에게 화풀이를 하는 부인의 모습에 가장 많은 관객들이 감정이입했다고 보인다. 그렇지만 모든 관객이 한 번에 웃지는 않았고 깊이 공감한 관객들은 반응을 보였다.
 
안무와 연출 콘셉트가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어필하기라기보다는 보여주기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공연 마지막에 무대는 회전해 안에서 바라보던 시야를 밖에서 바라보게 하면서 마무리했는데 이 또한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더 룸’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더 룸’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무용의 공간에서의 주요 정서는 파괴?
 
연극의 공간으로 표현된 <더 룸> 전반부에는 정리와 청소를 하고 집을 수리하는 등 만들고 창조하는 시간이었다면, 무용의 공간으로 표현된 후반부는 파괴의 정서가 주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무용수는 의자에 앉은 채로 의자까지 한꺼번에 물구나무를 서기도 했다. 기술적으로도 난도가 높은 동작을 보면서, 의자 또한 자유자재로 움직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물구나무를 설 때까지도 의자에 구속돼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더 룸’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더 룸’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더 룸>은 커튼콜 때 관객들에게 무대 인사를 하면서도 공연의 일부처럼 표현했다. 공연 시작 때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처럼 시작해, 마지막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 끝낸 것이다. 이런 도입과 마무리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아직 공연 속에 있는 것 같은 여운을 남긴다는 점이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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