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예술의전당 대학오케스트라축제>(이하 <대학오케스트라축제>)의 일곱 번째 마지막 시간으로 <계명오케스트라(Keimyung Orchestra)>가 11월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됐다. 예술감독이자 상임지휘자인 곽승의 지휘로, 이화영(소프라노), 백민아(메조소프라노), 하석배(테너), 김승철(바리톤), 홍순포(베이스)가 협연했고, 계명합창단(합창지휘 박영호)이 함께 했다.
10명 내외의 오케스트라와 130명 내외의 합창단이 참여해 계명대학교다운 웅장함과 규모의 힘을 보여준 시간이었다. 지휘자 곽승과 디테일한 시간과 감성을 맞추는 안해인(악장/제1바이올린 수석)과 최혜원(제1바이올린 부수석)의 모습을 보며 그들과 계명오케스트라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고 응원하게 됐다.

◇ 보이토, 오페라 <메피스토펠레> 중 ‘천국의 서막’! 계명대학교다운 웅장함과 규모의 힘!
<계명오케스트라>의 첫 곡은 보이토의 오페라 <메피스토펠레> 중 ‘천국의 서막’이었다. 110명 내외의 오케스트라와 130명 내외의 합창단이 참여해 계명대학교다운 웅장함과 규모의 힘을 보여줬다.
관객석 3층에서는 관악기의 연주가 펼쳐져, 관객석 3층과 무대를 오가며 입체적 연주가 이뤄졌다. 메피스토펠레의 위압감이 공연의 규모를 통해 느껴졌는데, 지휘자 곽승은 지휘자가 아닌 거대한 의식을 주도하는 대사제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고 메피스토펠레처럼 보이기도 했다.

오페라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 박사를 유혹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의 시야로 전개되는 작품이 <메피스토펠레>라고 볼 수 있는데, 관점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깨달음과 즐거움을 준다. 계명오케스트라의 ‘천국의 서막’ 연주를 들으니 <메피스토펠레> 전막 공연을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합창단은 처음부터 강하게 부르지 않고, 멀리서 노래 부르는 것처럼 강약을 조절해 시작해 진짜 오페라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한글자막 제공돼 어떤 이야기와 감정이 흘러가는지 관객들이 알 수 있게 한 것은 똑똑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 베토벤, <교향곡 제9번 d단조 Op.125 “합창”>! 지휘자 곽승과 디테일한 시간과 감성을 맞춘 안해인(악장/제1바이올린 수석)과 최혜원(제1바이올린 부수석)!
악장인 제1바이올린 수석 안해인과 제1바이올린 부수석 최혜원이 악보보다 지휘자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첫 곡 연주 때부터 그런 모습을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d단조 Op.125 “합창”>까지 계속 보여줬다. 이런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지고 있으니 수석과 부수석이 된 것이 아닌가 추측하게 했는데, 미래의 가능성이 더 기대되는 연주자들이라고 느껴진다.
두 사람은 본인들이 연주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악보를 보고 연주할 때는 지휘자의 지휘에 집중했다. 연주를 할 때 지휘자에게 집중한다는 것은 악보를 다 외운 상태에서 디테일한 연주를 맞춘다는 것을 뜻하고, 연주를 하지 않을 때 악보를 계속 본다는 것은 내가 연주하지 않는 시간에도 곡에서 빠져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곡과 지휘에 대한 두 사람의 음악적 마인드와 실천적 태도는, 지금도 훌륭하지만 앞으로 더 위대한 아티스트가 되기를 응원하고 기대하게 만든다. 음악적 성취도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곽승은 엄청 열정적이고 디테일이 무척 강한 지휘자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지휘를 보여줬다, 모든 에너지를 무대에서 다 쏟는 것 같았다. 지휘봉, 팔, 손, 손가락을 모두 사용해 지휘를 했는데, 디테일한 동작을 통해 감정까지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곡 연주 후 많은 관객들의 기립 박수와 끊임없는 환호가 이어졌는데, 연주자들의 표정에는 보람과 기쁨이 함께 있었다. <대학오케스트라축제>에 참가한 오케스트라 중 유일하게 서울에 소재한 학교 소속이 아니었는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마치 계명아트센터인 것처럼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앙코르곡은 <계명대학교 교가>였다. 일어서서 경건한 자세로 같이 부르는 관객들 또한 제2의 계명합창단이 된 것처럼 감동적이었는데,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뭉클한 마음이 용솟음친 시간이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