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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7) 수용전념치료(ACT) ‘개념화된 자기’와 ‘맥락으로서의 자기’

발행일 : 2018-11-04 06:53:49

그랜드오페라단 창단 22주년 기념, OPERA <라 트라비아타 in Concert>(이하 <라 트라비아타>) 리뷰의 마지막 시간으로, 상담 이론 중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commitment therapy, ACT)의 ‘개념화된 자기(conceptualized self)’와 ‘맥락으로서의 자기(self as context)’ 개념을 비올레타(소프라노 윤정난 분)와 알프레도(테너 김동원 분)에게 적용한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 ‘수용전념치료(ACT)’ 개념화된 자기 vs. 맥락으로서의 자기
 
수용전념치료(ACT)는 수용(Acceptance)과 전념(Commitment)을 강조하는 심리치료 방법이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그 자체로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문제를 없애는데 주력하기보다는 문제가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ACT는 심리적 고통(Pain)을 회피하거나 통제하려고 하면서 더 큰 괴로움(Suffering)을 겪게 된다는 이론이다. 있는 그대도 들여다보기, 다가가기, 수용하도록 돕기를 할 수 있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ACT의 과정과 디테일을 <라 트라비아타>에 심도 있게 적용할 수도 있겠지만, 개념화된 자기와 맥락으로서의 자기의 개념만 명확하게 적용해도 등장인물의 행동과 마음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관람하면서 작품에 몰입해 감정이입한 관객이 작품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전념할 수 있도록 심리적인 도움도 줄 것이다.
 
◇ 개념화된 자기에서 탈융합한 비올레타! 알프레도와 살게 되면서 또 다른 형태의 개념화된 자기에 융합되다!
 
개념화된 자기는 “나는 OO다.”라고 규정하는 것을 뜻한다. ‘나는 어느 회사 직원이다’, ‘나는 어느 대학 학생이다’, ‘나는 전업주부이다’처럼 직업적인 면이 들어갈 수도 있고, ‘나는 멍청하다’, ‘나는 무능력하다’, ‘나는 허약하다’, ‘나는 가난하다’처럼 관념적인 면이 들어갈 수도 있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라 트라비아타>에서 비올레타의 직업은 코르티잔(courtesan)이다. 상류사회의 사교계 모임에 동반하는 창부(娼婦) 혹은 공인된 정부(情婦)이다. 많은 남자들의 주목과 관심을 받고 있지만, 본인은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교계에 있다’, ‘나는 신분이 낮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다’, ‘나는 화려하다’라는 개념화된 자기를 비올레타는 명확하게 가지고 있었다. 이는 비올레타의 심리적 경직성을 증가시켰는데, 맞는 이야기 같을 수도 있지만 ACT를 적용하면 비올레타의 관념이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비올레타는 코르티잔으로 사교계에 종사하지만, 24시간 내내 코르티잔의 업무를 하지는 않는다. 신분이 낮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본인과 코르티잔을 과도하게 융합해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만약 비올레타가 개념화된 자기와의 과도한 융합을 지속한다면, 화려함을 유지하기 위해 집에서도 편한 옷을 입지 못하고 파티복을 입고 지내야 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개념화된 자기에서 탈융합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CT에 의하면 개념화된 자기에 사로잡히면 삶에 대한 유연성과 탄력성이 떨어져 여러 가지 불안장애를 유발한다고 한다. “나는 신분이 낮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비올레타는 사랑뿐만 아니라 삶 자체를 안전하거나 안정되지 못하고 불안하다고 여긴다는 점은 이와 일맥상통한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나는 신분이 낮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다”를 “나는 신분이 낮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다고 믿고 있다”라고 전환하면 상황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라 트라비아타>에서는 알프레도의 진심이 비올레타에게 개념화된 자기로부터 탈융합의 가능성을 자극한다.
 
이후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의 고백을 받아들이면서 사교계를 떠났고 다른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쓰며 수입이 없는 알프레도와 살게 된다. 이전의 개념화된 자기를 벗어난 것처럼 보였던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와 살면서 다른 사회생활과 경제활동 없이 집안에서 계속 같이 있는 사람이 돼 또 다른 개념화된 자기에 사로잡힌다.
 
비올레타는 수용과 전념을 받기보다는 개념화된 자기와의 과도한 융합의 시간을 더 많이 보내야 했다. 우리나라 관객들이 <라 트라비아타>를 보면서 한(恨)의 정서를 진하게 느끼는 이유는 작품 자체의 스토리텔링과 정서에 기인하는데, 개념화된 자기를 절대 진리처럼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서 구체적인 상황은 각자 본인과 다르지만 충분하게 내 이야기처럼 비올레타에 감정이입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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