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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6)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의 이상화 자기대상,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의 거울 자기대상

발행일 : 2018-11-03 00:06:07

예술총감독 및 연출 안지환, 지휘 카를로 팔레스키,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 메트오페라합창단이 함께 한, 그랜드오페라단 창단 22주년 기념 OPERA <라 트라비아타 in Concert>(이하 <라 트라비아타>)가 10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됐다.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 개념을 <라 트라비아타>에 적용하면 비올레타(소프라노 윤정난 분)와 알프레도(테너 김동원 분)가 서로에게 어떻게 비치고 서로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알 수 있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 하인즈 코헛의 ‘자기대상’
 
대상관계이론에서 개인 내부의 심리 못지않게 대상(사람) 사이의 관계성이 무척 중요하다. 특히 하인즈 코헛은 자기의 내부 세계보다 다른 사람을 포함한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자기대상’은 ‘자기의 일부로 경험되는 대상’을 뜻한다. 자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와 연결된 외적 대상이 필요하고, 그 대상들과의 지속적인 자기대상 경험 속에서 자기가 강화되고 유지된다고 봤다. 나의 가치와 의미, 매력은 나를 직접 바라봄보다는 나를 인정하는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바라봄으로써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게 되는 것을 뜻한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자기대상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거울 자기대상(mirroring self object), 힘없는 자기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힘이 있고 완벽하고 전능한 이미지와 융합하려고 찾는 이상화 자기대상(idealizing self object), 부모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는 느끼길 원하는 쌍둥이 자기대상(twinship self object)이다.
 
◇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의 이상화 자기대상
 
사랑에 있어서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의 이상화 자기대상이다. 알프레도는 자신이 진실한 사랑이라고 비올레타에게 어필하면서, 비올레타가 자신의 사랑이고 운명이라고 말한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알프레도는 비올레타보다 신분이 높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저자세였다. 비올레타를 1년 동안 지켜본 후 용기내 말을 걸고 마음을 전달했다.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와 함께 해야만 자신의 사랑이 완벽해진다고 믿으면서 사랑의 전능함에 융합하려고 한 것이다. “신비한 힘이 우리를 지배하는 거죠”라고 알프레도는 노래를 부른다. 완벽하고 전지전능한 이미지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신비한 힘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다.
 
비올레타와 헤어진 후 마주친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에게 정말 못되게 굴었다. 자신의 사랑이 배신당했다고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완벽하고 전능한 사랑이 훼손됐다고 느꼈기 때문에 쪼잔하게 항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의 거울 자기대상
 
비올레타에게 알프레도는 거울 자기대상이다. 부유한 남자나 귀족인 다른 남자들은 비올레타를 상류사회의 사교계 모임에 동반하는 코르티잔으로 여겼지만, 알프레도는 비올레타를 완전한 자신의 여자로 대했다.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에게 진정한 칭찬과 인정을 통해 자존감을 높여준 거울 자기대상의 역할을 한다. 자신을 한 명의 사랑으로 존중한 알프레도에게 비올레타는 심리적 안전감, 심리적 안정감을 느꼈을 것이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나를 비치던 거울이 사라졌을 때 내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처럼, 거울 자기대상이었던 알프레도가 떠나고 나서 비올레타는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반영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고, 안정되지 않다고 느꼈을 것이다.
 
내 신체의 일부를 볼 수는 있지만 나의 모습 전체를 내가 직접 볼 수는 없다. 볼 수 있는 방법은 거울을 통해 보거나,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보거나,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 보는 것이다. 외면이 아닌 내면은 거울이나 사진, 영상으로도 볼 수 없고, 나에게 의미 있는 타자(상대방)를 통해 반영 받는 것으로만 볼 수 있다.
 
비올레타가 알프레도와 헤어졌을 때 자존감이 떨어진 이유는,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은 대상, 거울 자기대상이 더 이상 본인을 반영해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비올레타가 알프레도를 다시 만나고 싶은 이유는 아직도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직도 자기대상이 돼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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