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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4) 알프레도의 ‘흥분시키는 대상’과 ‘거부의 대상’

발행일 : 2018-11-01 05:45:18

그랜드오페라단 창단 22주년 기념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in Concert>(이하 <라 트라비아타>)의 네 번째 리뷰는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로날드 페어베언(W. Ronald D. Fairbairn)의 ‘분열성 양태(split position)’ 모델을 알프레도(테너 김동원 분)에게 적용한다. 비올레타(소프라노 윤정난 분)에게 적용한 세 번째 리뷰에 이어 같은 심리학 이론을 적용한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 알프레도의 입장에서 바라본 자아와 대상의 초기 단계
 
<라 트라비아타>에서 알프레도는 1년간 비올레타를 지켜보며 사랑을 키웠다. 비올레타의 직업이 코르티잔이라는 것조차 심리적 관계의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프랑스 사교계의 꽃인 비올레타를 사귀는 것은 다른 남자들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것과 동시에 사교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든 선택이라고 생각했다고 판단된다.
 
제1막 초반에는 비올레타는 자신의 삶에 절망했기 때문에 자신을 고유의 자아로 여기지 않았고 알프레도 또한 고유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지만, 알프레도는 처음부터 비올레타를 리비도적 연결을 원하는 고유의 대상으로 봤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페어베언 모델을 비올레타에 적용할 때는 첫 단계 이전의 전사를 분석하고 파악해 응용할 필요가 있지만, 알프레도에게는 처음부터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 알프레도의 입장에서 바라본 중심 자아와 이상적 대상
 
제2막 제1장에서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와 같이 살면서 행복을 노래하는 아리아를 부르는데, 교외의 시골에서는 무도회에서 만났던 화려한 비올레타의 모습(자신이 비올레타에게 끌렸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두 사람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알프레도에게 있어서 리비도적 연결이 된 고유의 대상은 사교계의 화려한 꽃이었던 비올레타 자체였는데, 그런 모습이 아닌 함께 하는 일상은 그에게 이상적 대상인 것이다.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와 같이 살면서 일을 해서 돈을 벌지도 않고, 비올레타가 모두 감당하는 생활비에 대해 신경조차 쓰지 않으면서 사랑만 하며 살기 때문에, 사교계에서의 비올레타의 매력을 매일 확인하지 않더라도 분노와 욕구가 지나치지 않는 단계가 되는데, 알프레도의 입장에서 바라본 중심 자아와 이상적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화려한 사교계에서 활약하는 비올레타의 매력에 매혹됐고, 사교계에서 비올레타와 같이 있으면 다른 남자들에 대한 비교 우위를 누린다는 점에서 볼 때,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와 같이 무도회에 가고 싶은 욕구와 비교 우위를 뽐낼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노에 쌓일 수도 있다.
 
비올레타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마차까지 팔려고 한다는 것을 제2막 제1장에서 비올레타의 시녀 안니나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알프레도가 크게 욕구와 분노를 표출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때까지는 중심 자아와 이성적 대상의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 알프레도의 입장에서 바라본 리비도적 자아와 흥분시키는 대상
 
알프레도가 비올레타에게 의지했던 점은 크게 두 가지, 세분화하면 세 가지라고 볼 수 있다. 경제적인 면과 심리적인 면으로 나눌 수 있는데, 심리적인 면은 비올레타와 같이 있을 때 사교계에서 자신도 빛난다는 만족감과 비올레타를 사랑해서 같이 살고 있다는 행복감이라고 볼 수 있다.
 
만족감과 행복감이 알프레도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비올레타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겉으로는 평온하고 밝기 때문에 자신이 의존적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 알프레도에게 리비도적 자아가 여러 측면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알프레도의 리비도적 자아에 대한 비올레타의 흥분시키는 대상은 명확한 연관 관계를 갖는다. 경제적인 면을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 알프레도는 자신이 경제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을 생각하지조차 않을 정도로 비올레타에게 의지한다. 비올레타와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은 비올레타를 사랑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교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알프레도의 사랑과 행동을 보면 심리적인 면에서 비올레타에게 강한 의존성을 가진 리비도적 자아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비올레타 또한 알프레도에게 심리적 의존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이중적인 상호 의존관계는 두 대상이 긍정적인 관계일 때는 무척 시너지를 낼 수 있으나, 서로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을 때는 각각의 리비도적 자아를 스스로 억압하고 진압하는 반리비도적 자아가 동시에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알프레도의 강한 리비도적 자아에 대해 비올레타는 “애타고 감질나게” 흥분시키는 대상이 아닌 전적으로 믿고 의존하게 만드는 흥분시키는 대상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만약 “애타고 감질나게” 흥분시키는 대상이었으면, 그 반작용이 구현됐을 때 어느 정도 완충을 가지는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분노가 펼쳐질 수도 있는데,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던 관계가 준 상실감은 배신감으로 확장돼 분노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프레도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 알프레도의 입장에서 바라본 반리비도적 자아와 거부의 대상
 
알프레도의 입장에서 바라본 반리비도적 자아와 거부의 대상은 리비도적 자아와 흥분시키는 대상과 함께 발현됐을 것인데, 비올레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반리비도적 자아/거부의 대상은 활성화되지 않고 잠복기 내지는 유보기를 거치다가 그 기간 동안의 마음과 감정을 소급해 폭발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알프레도의 내면에 반리비도적 자아가 급격히 활성화됨과 동시에 비올레타를 바라보는 거부의 대상이라는 측면은 첨예한 분노로 연결된다. 비올레타를 사랑했던 사람이 맞는가 의심하게까지 만드는 이런 모습은, 지나친 안정감을 줬다가 박탈했을 때 혹은 박탈하게 될 수밖에 없었을 때의 충격을 고려하면 알프레도의 행동을 인정하지는 못하겠지만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확장해서 해석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데이트 폭력, 리벤지 포르노의 양 당사자 관계를 상실감을 배신감으로 확대해 내면화한 반리비도적 자아의 통제할 수 없는 분노라고 보면, 상담을 통한 해결책과 심리적인 사전 예방책을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 알프레도의 입장에서 바라본 자아/대상의 완성된 구조
 
알프레도의 입장에서 바라본 자아/대상의 완성된 구조는 반리비도적 자아/거부의 대상이 리비도적 자아/흥분시키는 대상을 단지 억압하는 정도에 머물지 않고 분노를 폭발해 파괴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분석 후 더 충격적인 결론에 도출됐다.
 
반리비도적 자아/거부의 대상은 온화하게 통제됐을 때는 오히려 리비도적 자아/흥분시키는 대상에게 균형감을 가지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도 있는데, 통제 범위와 강도를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억압의 단계, 분노와 파괴의 단계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라 트라비아타>에서 알프레도와 비올레타의 캐릭터를 분석함으로써 도출할 수 있었다.
 
대상관계이론에서 페어베언 모델을 적용할 때 기준틀을 충실히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전후 단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디테일의 변형을 인정하는 것이 효과적인 캐릭터 분석에 긍정적이라는 점이 도출됐다. 이는 예술 작품에서 캐릭터 분석이 아닌, 실제 생활에서 상담을 할 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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